"트럼프가 제대로 터뜨렸다" 유럽차 관세 폭탄에 현대차 주가 폭등각
트럼프의 '25% 관세 폭탄' 선언과 글로벌 자동차 지형도의 격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산 자동차 및 트럭에 대한 관세를 기존 15%에서 25%로 대폭 인상하겠다고 전격 발표하면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유례없는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강행 중인 '프로젝트 프리덤(Project Freedom)'의 핵심 수단으로,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주요 나토(NATO) 동맹국과의 통상 및 안보 갈등이 '경제적 압박'이라는 실체적 조치로 가시화된 결과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동맹국들이 미국의 중동 작전 및 파병 요청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에 대해 '겁쟁이', '종이 호랑이'라는 거친 표현을 동원하며 이번 관세 인상을 정당화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 고조 속에서 안보 비용을 분담하지 않는 국가들에 대해 이른바 '무역 바주카포'를 동원한 강력한 보복을 시사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관세율 조정을 넘어 미국 중심의 보호무역주의를 극단적으로 강화하고 글로벌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고도의 전략적 함의를 담고 있다. 이러한 대외적인 통상 압박은 유럽 경쟁사들에게는 치명타가 되었지만, 한국 자동차 업계에는 예상치 못한 새로운 기류를 형성했다.
53만 원 돌파한 현대차 주가, 시장이 읽어낸 '반사이익'의 실체
관세 발표 직후인 5월 4일, 국내 증시는 기록적인 랠리를 펼치며 코스피 7,000포인트 고지를 눈앞에 두는 기염을 토했다. SK하이닉스가 시가총액 1,000조 원을 돌파하는 등 AI와 반도체 섹터가 시장을 견인하는 가운데, 현대차의 주가 역시 장 초반 강세를 보이며 53만 원대 후반에 거래되는 등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전 거래일 대비 1.5% 상승한 이러한 흐름은 트럼프발 관세 리스크를 시장이 오히려 대형 호재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점은 현대차의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0.8% 감소하고 기아 역시 26.7% 줄어드는 등 단기 실적이 부진했음에도 주가는 역행했다는 사실이다. 투자자들은 당장의 수익성 하락보다 25%라는 고율 관세 장벽이 유럽산 자동차의 가격 경쟁력을 무력화하고, 그 공백을 현대차와 기아가 흡수할 '반사이익'에 더 큰 무게를 두고 있다. 실제로 양사는 지난 4월 미국 시장에서 각각 전년 대비 12.1%, 5.1%라는 역대 최대 판매 신기록을 경신하며 펀더멘털의 견고함을 입증했다. 주가 강세는 단순한 기대감을 넘어 실제 경쟁 구도에서 현대차가 차지하게 될 상대적 우위를 시장이 선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독일차의 위기와 한국차의 기회, 미국 시장 내 주도권 재편
유럽 자동차 산업의 맹주인 독일은 이번 조치로 인해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에 직면했다. 독일 자동차 업계는 전체 대미 수출 중 약 60%를 차지할 정도로 미국 의존도가 높은데, 25%의 관세는 사실상 수익성을 포기하거나 판매 가격을 파격적으로 인상해야 하는 막다른 골목으로 이들을 몰아넣고 있다. 이미 아우디를 비롯한 주요 제조사들은 1분기 영업이익 급감에 대응해 대규모 비용 절감 프로그램에 착수하는 등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반면 현대차와 기아에는 미국 시장 주도권을 재편할 결정적 기회가 열리고 있다. 현재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각각 6.0%와 4.1% 수준으로, 기아가 글로벌 점유율 4%를 사상 처음으로 돌파하는 등 상승세가 뚜렷하다. 특히 수익성이 높은 SUV 라인업과 제네시스를 필두로 한 럭셔리 세단 세그먼트에서 독일차의 가격이 급등할 경우, 한국차의 점유율 확대와 제품 믹스 개선 효과는 더욱 극대화될 전망이다. 경쟁자들의 발이 묶인 사이 현대차는 더욱 공격적인 라인업 확장을 통해 미국 시장의 주도권을 굳히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관세 리스크를 넘어서는 하이브리드 전략과 원가 절감의 마법
대외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현대차는 1분기 매출액 45조 9,389억 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이러한 성과의 중심에는 유연한 파워트레인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 전기차 수요가 일시적으로 정체되는 '캐즘' 구간에서 하이브리드(HEV) 판매 비중을 17.8%까지 끌어올리며 시장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한 것이 주효했다. 특히 미국 내 하이브리드 공급 확대는 관세 리스크를 상쇄하는 핵심 방어 기제가 되었다.
또한 현대차그룹은 관세로 인한 비용 상승을 정면으로 돌파하기 위해 '제로베이스버짓(ZBB)' 기반의 고강도 비용 통제를 시행하고 있다. 현대차가 8,600억 원, 기아가 7,550억 원 등 합산 1조 6,000억 원에 달하는 관세 영향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예산 지출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ZBB 전략을 통해 수익성 훼손을 최소화했다. 부품 공급망 다변화와 컨틴전시 플랜 강화를 통해 대외 악재를 이겨내는 이러한 경영 효율화 노력은 현대차그룹의 탄탄한 펀더멘털을 상징한다. 이처럼 탄탄한 펀더멘털은 대외적인 악재를 성장의 발판으로 바꾸는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 현대차·기아가 나아가야 할 생존의 길
현대차와 기아 앞에는 여전히 만만치 않은 지정학적 과제들이 놓여 있다. 중동의 긴장 고조와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물류 차질, 그리고 가성비와 기술력을 앞세운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공세가 그것이다. 특히 지커(Zeekr)의 7X SUV와 샤오펑(Xpeng)의 P7 세단 등 중국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국내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며 안방 수성이라는 새로운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는 인도 시장에서 4월 한 달간 5만 1,902대를 판매하며 매월 신기록을 경신하고, 중남미 등 신흥 시장을 적극 개척하며 특정 지역의 리스크를 상쇄하는 유연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호르무즈 작전 참여를 촉구하고 나토 탈퇴를 시사하는 등 예측 불가능한 국제 정세 속에서도 현대차는 특정 정책에 휘둘리지 않는 자생력을 갖추어야 한다. 25% 관세라는 거대한 파고를 넘은 현대차가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의 진정한 리더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전동화 기술의 초격차 확보와 더불어 흔들리지 않는 원가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최종적인 과제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