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 원에 뚫린 자율주행의 미래, 테슬라 FSD 해킹 논란과 규제의 역설
비 내리는 서울 도심에서 핸들을 놓고 주행하는 테슬라와 국토부의 징역 2년 경고는 모빌리티 시장의 기묘한 자화상이다. 기술은 이미 도착했으나 제도는 이를 범죄로 규정한다. 기술 혁신이 낡은 규제와 충돌하며 발생하는 구조적 모순과 그 이면의 산업 보호 논리를 분석한다.
코딩된 규칙을 버리고 인간의 뇌를 선택한 인공지능
테슬라의 완전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인 FSD 버전 12는 자율주행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뒤흔들었다. 기존 시스템이 인간 엔지니어가 작성한 30만 줄의 규칙 기반 코딩에 의존했다면, 새로운 버전은 이 코드를 과감히 폐기하고 인공 신경망 방식을 도입했다. 주목할 점은 이 과정에서 코드가 2,000에서 3,000줄 수준으로 무려 99%나 급감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운전 매뉴얼을 외운 초보자가 아니라, 수백만 시간의 주행 데이터를 학습해 몸이 먼저 반응하는 베테랑 운전자의 직관을 하드웨어에 이식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기술적 진보는 범용적 자율주행의 핵심인 환경 적응력을 극대화했다. 한국 도로를 별도로 학습하지 않은 미국산 인공지능이 한국의 생소한 신호등과 복잡한 차선을 스스로 인식하는 것은 인간이 처음 가본 해외 도로에서 직관적으로 운전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규칙을 새로 코딩하지 않아도 환경을 보고 스스로 판단하는 이 방식은 강력한 범용성을 입증했다. 하지만 이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의 지리적 제약을 넘어 불법적인 방식으로 확산되면서 기술과 법의 전면전이 시작되었다.
3만 원으로 무너진 보안 장벽과 CAN 버스 해킹의 실체
최근 확산된 타옥 현상은 차량 보안 시스템의 취약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해킹의 핵심은 차량 내부 통신망인 CAN 버스에 특정 장치를 연결해 위치 정보를 조작하는 것이다. 차량이 스스로를 미국이나 캐나다에 있는 것으로 오인하게 함으로써 한국 내 지오펜스 제한을 무력화하는 기만 작전이다. 과거에는 이를 위해 80만 원대의 고가 장비가 필요했으나, 소스 코드가 인터넷에 공개되고 라즈베리 파이나 아두이노 같은 저렴한 오픈 소스 하드웨어가 보급되면서 이제는 단돈 3만 원 수준의 부품만으로도 FSD 활성화가 가능해졌다.
이는 자동차가 소프트웨어로 정의되는 시대(SDV)에 보안 침해가 단순히 기능을 해제하는 문제를 넘어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위험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누군가 악의적으로 차량의 신경계에 침투해 브레이크나 조향 시스템을 조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술적 해킹이 이처럼 손쉬워진 상황에서 실제로 한국 도로 위를 달리는 FSD의 성능은 규제의 담장을 허물기에 충분할 만큼 위협적이었다.
비 오는 서울 도심과 한국식 유턴까지 섭렵한 비공식 주행
비공식 경로로 활성화된 FSD의 주행 데이터는 국내 기술 수준을 압도한다. 실제 제보 영상에 따르면 비가 내려 차선이 불분명한 서울 도심의 밤거리에서도 인공지능은 정확하게 도로를 파악하며 주행했다. 특히 미국 도로 환경에는 거의 없는 한국 특유의 유턴 문화까지 별도의 추가 학습 없이 완벽하게 수행해낸 점은 충격적이다. 좁은 골목길에서 중앙선을 일시적으로 침범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 판단조차 인간 운전자와 유사한 수준으로 처리해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 영상에 사용된 소프트웨어가 현재 미국에서 배포되는 최신판보다 2년이나 앞선 구형 버전이었다는 점이다. 이미 2년 전 기술만으로도 한국의 극한 도로 환경을 극복할 수 있음이 증명된 셈이다. 기술력의 실체가 입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오너들이 이를 불법적인 경로로만 접해야 하는 현실은 국내 규제 환경이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발생한 전형적인 규제 진공 상태를 보여준다.
지리적 계급 사회를 만든 한미 FTA와 규제의 역설
FSD의 허용 여부가 성능이 아닌 생산지에 따라 갈리는 현상은 한미 FTA가 만든 기형적인 규제 역설이다. 미국에서 생산된 모델 S와 모델 X는 FTA의 안전 기준 면제 조항 덕분에 국내 검증 없이 FSD를 사용할 수 있다. 반면 한국 테슬라 판매량의 99%를 차지하는 중국 상하이산 모델 3와 모델 Y는 유럽 기준에 묶여 기능이 차단되어 있다. 900만 원 이상의 비용을 지불하고도 생산 국가가 다르다는 이유로 소비자 권익이 침해받는 불합리한 상황이다.
국토부 관계자가 공식 석상에서 테슬라 FSD가 별도 검증 없이 수용된 점이 아쉽다고 발언한 것은 정부의 당혹감을 대변한다. 최근 한미 양국이 미국산 차량의 연간 5만 대 수입 한도까지 폐지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미국산 모델 Y가 유입될 경우 중국산 차량 오너들만 기능을 쓰지 못하는 역차별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국가 간 안전 기준의 차이가 첨단 기술 도입을 가로막는 장벽이 되면서 소비자의 선택권은 법적 회색 지대에 방치되어 있다.
징역 2년의 강력 경고와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한 방패
국토부가 자동차 관리법 제35조를 근거로 내세운 징역 2년 또는 벌금 2천만 원이라는 처벌 수위는 이례적으로 강력하다. 이는 단순한 안전 관리를 넘어 비공식적인 기술 확산을 억제하려는 전략적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국토부가 인증 기준 마련 시점을 2027년 이후로 잡고 있는 것과 현대차의 레벨 3 상용화 목표가 2028년인 점은 묘한 상관관계를 형성한다. 기술 검증이라는 명분 뒤에 국내 기업이 격차를 따라잡을 때까지 규제의 벽을 방패 삼아 시간을 벌어주려는 산업 보호 논리가 숨어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98명의 테슬라 오너들이 제기한 집단 소송의 결과가 2026년 5월로 예정된 가운데, 정부는 기술 발전의 속도와 산업 보호라는 두 가치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처벌만으로는 3만 원짜리 부품에 무너진 기술적 열망을 잠재울 수 없다. 이제는 징역형이라는 공포 마케팅 대신,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고 기술 도입의 안전성을 합리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유연한 제도적 로드맵을 제시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