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의 '패밀리카 야망', 모델Y L로 국내 SUV 시장 정조준
테슬라코리아가 야심차게 준비해온 모델Y 롱휠베이스(L)의 국내 인증이 완료되면서 본격적인 시장 공략이 가시화되고 있다. 1월 19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최근 모델Y L의 1회 주행거리 인증을 완료했으며, 그 결과는 상온 복합 기준 553㎞, 저온 454㎞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전기차 중 최상위권에 해당하는 수치로, 기존 모델Y 롱레인지의 500㎞를 크게 웃도는 성능이다. 배출가스 및 소음 인증까지 완료한 상태인 만큼, 테슬라는 출시 시기와 가격 발표만을 남겨둔 것으로 보인다.
롱휠베이스 모델 인증 완료, 출시 초읽기
이번 모델Y L의 가장 큰 특징은 휠베이스가 기존 모델Y 대비 150mm 늘어난 3040mm로 설계됐다는 점이다. 전장은 4976mm로 중형 SUV를 넘어 준대형 영역에 근접했으며, 이를 통해 2+2+2 구성의 6인승 시트 배열을 구현했다. 중국에서 먼저 출시된 이 모델은 현지에서 313,500위안(약 6,630만원)에 판매되고 있으며, 일반 모델Y와의 가격 차이는 500만원 수준이다. 국내 출시 가격은 6,500만원 안팎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현대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보다 낮고 기아 쏘렌토 하이브리드 상위 트림과 비슷하거나 다소 높은 수준이다.
가격 인하로 공세 강화, 3천만원대 전기차 시대
테슬라의 공세는 신차 투입에만 그치지 않는다. 테슬라코리아는 모델Y L 출시를 앞두고 기존 라인업의 대대적인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 모델Y 프리미엄 롱레인지 AWD는 6,314만원에서 5,999만원으로 315만원, 모델Y 프리미엄 RWD는 5,299만원에서 4,999만원으로 300만원 인하됐다. 특히 모델3 퍼포먼스 AWD는 6,939만원에서 5,999만원으로 무려 940만원이나 낮아졌다.
국고보조금 200만원과 지자체 보조금까지 적용하면 모델3 스탠다드 RWD는 3천만원대로 구입이 가능해진다. 이는 BMW 3시리즈 등 엔트리급 수입차는 물론 국산 중형차와도 직접 경쟁할 수 있는 가격대다. 업계에서는 테슬라의 이번 가격 인하가 중국 상하이 기가팩토리의 재고 소진을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2025년 10월 기준 테슬라 중국 법인의 재고는 1만 6,002대를 기록했으며, 1분기에는 생산량보다 인도량이 많아 재고가 없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테슬라의 공격적인 가격 정책은 매년 초 확정되는 전기차 보조금 산정에 앞서 조기에 구매자를 확보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4천~5천만원대 국산차 및 수입차 판매에 직접적인 영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패밀리카 시장 진출, 카니발·팰리세이드와 정면승부
모델Y L의 등장은 테슬라가 단순히 전기차 시장을 넘어 국내 최대 볼륨 시장인 패밀리 SUV 영역으로 본격 진출한다는 신호탄이다. 현재 국내 대형 SUV 시장은 현대차와 기아의 절대적 우위 구간이다. 2025년 기준 기아 쏘렌토는 단일 모델로는 14년 만에 연간 10만 대 판매를 돌파하며 국산차 1위에 올랐고, 현대 카니발은 7만 8,218대, 팰리세이드는 약 6만 대, 싼타페는 5만 7천여 대가 판매됐다.
이들 4개 모델의 합산 판매량은 2025년 30만 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역대 최다 판매 기록이다. 특히 하이브리드 모델의 비중이 70%를 상회하며 판매를 견인하고 있는데, 리터당 15.7km에 달하는 연비 효율과 정숙한 승차감이 유지비에 민감한 패밀리카 수요층을 정확히 관통했다는 평가다.
테슬라 모델Y L은 이 시장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6인승 구성과 553km의 넉넉한 주행거리, 그리고 6천만원 중반의 가격은 현대 아이오닉9(6,715만원), 기아 EV9(6,412만원)과도 경쟁 구도를 형성한다. 다만 업계에서는 패밀리카 시장이 국산차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테슬라가 흥행에 성공할지는 미지수라는 신중한 반응도 나온다.
국산 완성차, 다층 포트폴리오로 맞불
테슬라의 공세가 본격화되자 국내 완성차 업계도 대응에 나섰다. 현대차와 기아는 전기차(EV), 하이브리드(HV), 내연기관차(ICE)를 모두 보유한 다층 포트폴리오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특정 파워트레인에 쏠리지 않은 구조가 글로벌 정책 변화와 소비자 수요 변동에 대응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실제로 2026년 국내 전기차 시장은 "얼리어답터의 영역"에서 "계산의 영역"으로 전환됐다. 소비자들은 주행거리보다 충전 환경을, 성능보다 유지비를 먼저 따지며, 이런 흐름 속에서 보급형 전기 SUV가 돌파구로 떠올랐다. 기아 EV3는 합리적 가격과 실용성을 앞세워 '캐즘 돌파 모델'로 평가받고 있으며, 국가보조금 555만원과 지자체 보조금, 기아의 할인을 모두 적용하면 3천만원 후반대에서 4천만원 초중반에 구매할 수 있다.
현대차는 주력 모델의 가격 할인으로 맞대응하고 있으며, 2026년부터는 내연차를 폐차 또는 판매하고 전기차를 구매하는 경우 추가로 지원하는 '전환지원금'(최대 100만원)이 신설되어 구매 혜택이 확대된다. 전문가들은 국산 전기차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보조금 정책을 넘어 미래차 연구개발 비용 지원, 국내생산촉진세제 도입 등 획기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전기 패밀리카 시장, 새로운 격전지로
테슬라 모델Y L의 국내 출시는 전기차 시장의 새로운 국면을 예고한다. 그동안 전기차는 1~2인 혹은 부부 중심의 세컨드카로 인식됐지만, 6인승 이상의 다인승 전기차가 본격화되면서 패밀리카 영역까지 전동화가 확산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모델Y는 이미 전장 4,790mm, 휠베이스 2,890mm의 중형 SUV급 차체로 넉넉한 실내 공간과 트렁크 및 전면 프렁크의 높은 수납 활용도를 제공하며 '최고의 패밀리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다만 한국 시장에서 패밀리카는 단순히 공간과 가격만으로 승부가 결정되지 않는다. 쏘렌토가 10만 대 판매를 기록한 배경에는 세련된 디자인, 광활한 실내 공간, 뛰어난 연비뿐 아니라 '국민차'라는 정서적 신뢰가 자리하고 있다. 테슬라가 이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가격과 성능뿐 아니라 충전 인프라, AS 네트워크, 그리고 브랜드 신뢰도 측면에서도 국산차와 대등한 수준을 입증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
2026년 국내 자동차 시장은 테슬라의 가격 공세와 신차 투입, 그리고 현대차·기아의 포트폴리오 전략이 맞붙는 격전의 해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