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익 30% 달라" 현대차 노조, 사상 초유 성과급 요구에 지각 변동 예고
현대자동차 노조가 올해 임금 협상에서 지난해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상여금 800% 인상, 월 기본급 14만 9,600원 인상 등을 담은 파격적 요구안을 확정했다. 다음 달 본격적인 교섭이 예정된 가운데, 65세 정년 연장 및 완전 월급제 도입 요구까지 더해져 인건비 급증에 따른 경영 부담이 심화될 전망이다.
현대자동차 노사가 2026년 임금 및 단체협약(이하 임단협)이라는 거대한 산업적 분기점에 직면했다. 이번 협상은 단순한 임금 인상률 조율을 넘어, 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가 노동의 현장을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시대에 '인간 노동의 가치 보전'을 둘러싼 실존적 생존 전쟁의 성격을 띤다. 노조는 지난해 현대차가 달성한 10조 3,648억 원이라는 기록적인 순이익을 근거로, 그중 30%인 약 3조 1,094억 원을 성과급으로 환원하라는 파격적인 요구안을 확정했다. 이러한 '역대급 청구서'는 기술 대전환기에 선 노동자들의 심리적 저지선이자, 미래 모빌리티를 향한 사측의 자본 지출(CAPEX) 우선순위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선언이다. 단순한 보상 요구를 넘어 임금 산정 체계의 근본적 체질 개선을 정조준한 이번 협상은 울산 공장의 시계추가 멈춰 설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아틀라스'의 역설, 시급제 버리고 완전월급제로 방어선 구축
현대차 노조가 이번 임단협에서 전면에 내세운 '완전월급제'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의 현장 투입 계획과 맞물린 고도의 전략적 방어 기제다. 현재 현대차 기술직 임금 구조의 약 30~40%는 특근, 잔업, 야간수당 등 노동 시간에 정비례하는 변동급이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CES 2026'에서 확인된 2세대 아틀라스 등 피지컬 AI가 생산 라인의 고위험 공정이나 심야 작업을 대체하게 되면, 노동자에게는 '노동 시간의 증발'이 곧 '소득의 증발'로 이어지는 역설이 발생한다.
이에 이종철 지부장이 이끄는 제11대 집행부는 "고정급의 바닥을 높여 소득 하한선을 확보하겠다"는 배수진을 쳤다. 로봇 도입으로 인한 생산성 향상의 과실을 일회성 성과급이 아닌, 매달 확정된 급여를 받는 고정급 구조로 내재화하겠다는 의도다. 이는 기술 도입에 따른 원가 구조의 경직성을 감내하더라도 노동자의 실질 소득을 사수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다. 소득 안정성을 향한 노조의 이러한 움직임은 자연스럽게 고령화 시대의 핵심 화두인 정년 연장 문제로 확장되며 협상의 긴장도를 높이고 있다.
64세 정년 연장과 '로봇 투입'의 위험한 거래
노조가 제시한 정년 연장 카드는 단순한 복지 확대를 넘어 사측의 지배구조 강화와 연동된 정교한 정치경제적 변수다. 노조는 국민연금 수급 시기 연동을 고려한 최장 65세 지향하되, 우선 '64세 정년 연장'을 쟁취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이는 매년 2,500명에 달하는 대규모 정년 퇴직자로 인한 인력 공백 상황을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포석이다. 특히 노조는 정의선 회장의 보스턴 다이내믹스 나스닥(NASDAQ) 상장 추진과 수조 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승계 자금 마련 필요성에 주목하고 있다.
단협 제41조에 명시된 '신기술 도입 시 노사 합의' 조항은 사측에겐 가장 까다로운 규제다. 노조는 2028년 아틀라스 현장 투입이라는 사측의 로드맵을 승인해 주는 대가로 정년 연장과 고용 보장이라는 확약권을 얻어내려 하고 있다. 여기에 2026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표심 공학'까지 가세하며 협상은 기업 내부를 넘어선 사회적 쟁점으로 번지고 있다. 세대 간 일자리 갈등과 인건비 총액 부담이 임계점에 도달한 가운데, 노사 갈등은 국가적 실무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
노란봉투법과 협력업체 성과급, 사방에서 압박받는 원가 구조
개정 노조법(노란봉투법) 시행은 현대차의 원·하청 관계에 지각변동을 가져왔다. 법 시행 첫날부터 현대차를 포함한 대기업 20곳에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가 쇄도했고, 금속노조 교섭 참여 인원이 단 닷새 만에 3,000명 이상 급증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특히 "협력업체 직원에게도 순이익 30% 성과급을 지급하라"는 노조의 요구는 사측의 고정비 부담을 기하급수적으로 키우는 요인이다.
상여금 800% 인상 요구 역시 통상임금 베이스를 끌어올려 연간 수천억 원의 추가 인건비 지출을 초래한다. 이는 북미나 인도 등 글로벌 거점으로의 물량 배분 유연성을 저해하는 '원가 구조의 경직성'을 심화시킨다. 재계에서는 이러한 인건비 급증이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전환을 위한 R&D 투자 재원을 잠식하고, 결국 한국 공장의 글로벌 생산 경쟁력을 훼손하는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러한 내부 진통은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냉혹한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현대차의 생존 전략을 시험하고 있다.
글로벌 i-HEV·SDV 대전환기, 현대차의 선택은
현대차가 내부 갈등의 데드락(Deadlock)에 빠져 있는 동안 글로벌 경쟁사들은 파괴적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 지리자동차는 100km당 연비 2.22L를 구현한 i-HEV 플랫폼으로 하이브리드 시장의 기준을 바꿨고, CATL은 6.5조 원 규모의 광물 자산을 장악하며 배터리 원가 지배력을 강화했다. 포드는 '스컹크웍스(Skunkworks)' 조직 전환을 통해 플랫폼 단일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현대모비스가 SW 검증 시간을 1만 시간에서 1주일로 단축하며 혁신하는 동안에도 노사 리스크는 견고한 벽으로 남아 있다.
결국 이번 2026년 임단협은 현대차그룹이 '퍼스트 무버'로서의 지위를 굳건히 하느냐, 아니면 고비용·저효율의 구조적 늪에 빠지느냐를 결정짓는 중대 분수령이다. 10조 원의 순이익이 미래 SDV 기술 확보를 위한 실탄이 될 것인지, 아니면 과거의 보상 체계를 지탱하는 비용으로 소모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노조의 배수의 진과 사측의 생존 논리가 격돌하는 울산의 협상 테이블에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 생태계의 명운이 걸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