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무덤' 뚫었다, 현대차 일본 정복 시동 걸다
현대자동차가 '수입차 무덤'으로 악명 높은 일본 시장에서 2025년 연간 판매 1000대를 돌파하며 재진출 3년 만에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일본자동차수입조합(JAIA)에 따르면 현대차는 2025년 11월까지 992대를 판매했으며, 12월 판매량을 더하면 연간 1000대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22년 재진출 이후 처음으로 네 자릿수 판매를 달성한 것으로, 2007년 1223대 이후 18년 만에 최고 기록이다.
전체 판매의 절반 이상을 소형 전기차 인스터 EV(한국명 캐스퍼 일렉트릭)가 견인했다. 2025년 4월 일본 시장에 출시된 인스터는 11월까지 563대가 판매되며 전체 판매량의 56% 이상을 차지했다. 인스터와 함께 아이오닉 5(N 포함), 코나 EV, 넥쏘 등이 일본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인스터 EV가 성장 견인
인스터 EV는 284만9000엔(약 2637만원)부터 357만5000엔(약 3309만원)의 가격대로 일본 시장에 출시됐다. 광주글로벌모터스(GGM)에서 생산된 물량이 일본 수출에 활용되고 있으며, 출시 후 월간 판매량이 4월 82대, 5월 94대, 6월 130대로 빠르게 증가했다. 구매 연령층도 30대부터 50~60대까지 고르게 분포되어 있어 현대차의 전동화 경쟁력과 브랜드 매력을 입증하고 있다.
현대차의 일본 시장 성장은 전년 대비 77%라는 높은 증가율로 나타났으며, 2025년 상반기에만 438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343대) 대비 127.7% 상승률을 기록했다. 일본 수입차 시장 상위 30위 브랜드 중 증가율 6위를 차지하며 의미 있는 존재감을 드러냈다.
중일 갈등이 만든 반사이익
현대차의 일본 시장 성장에는 중국과 일본 간의 외교적 갈등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은 2026년 1월 초 일본을 대상으로 희토류 수출 규제를 강화하며 압박에 나섰고, 이로 인해 일본 자동차 산업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수출 규제가 3개월간 지속될 경우 생산 중단에 따른 손실액이 6600억엔(약 6조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중일 갈등 상황에서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일본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현대차에게 반사이익이 돌아간 것으로 분석된다.
수소차 넥쏘 출시와 도요타 협력 강화
현대차는 2026년 상반기 일본 시장에 디 올 뉴 넥쏘를 출시할 예정이다. 2025년 10월 도쿄에서 열린 '재팬 모빌리티쇼 2025'에서 넥쏘를 최초 공개하며 수소 및 전동화 기술력을 알렸다. 현대차는 수소 기술 개발 여정과 머큐리 프로젝트, HTWO 등을 소개하며 일본 시장에서 수소차 보급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대차그룹과 도요타그룹의 협력도 강화되고 있다. 2025년 2월 현대차그룹은 도요타그룹 주요 임원들을 초청해 현대모비스를 비롯한 연구개발 현황을 공유했으며, 배터리 시스템 어셈블리, 실리콘 카바이드 전력 인버터, 전기차용 반도체 등에서 협력 가능성을 모색했다. 두 그룹은 수소연료전지차 보급 활성화와 AI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서도 협력하기로 했다.
일본 전기차 시장 확대와 성장 전망
일본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비중을 30%로 확대하는 목표를 추진 중이다. 2025년 기준 신차 판매가 약 442만대인 점을 감안하면 130만대 정도를 전기차로 채우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전기차 구매 보조금 확대, 충전소 설치 촉진, 전기차 전용 주차 공간 마련 등을 통해 전기차 보급을 가속화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러한 일본의 전기차 시장 확대를 기회로 삼아 점유율 확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정유석 현대차 부사장은 "완성도 높은 품질과 고객 중심의 상품 라인업을 일본 시장에 선보일 것이며, 내년 상반기 넥쏘 출시를 통해 전동화 흐름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 모터 클럽 재팬과 같은 고객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한일 오너 간 교류를 확대하며 진정성 있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해 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