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나타 DN9, 전기차 시대에도 살아남을 야심작인가

현대자동차가 D-세그먼트 전략 세단 쏘나타의 9세대 모델 개발을 공식 확인하면서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1985년 첫 선을 보인 이후 현대차의 중형 세단 라인업을 40년 넘게 책임져온 쏘나타가 세단 시장의 급격한 위축에도 불구하고 9세대(DN9)로의 진화를 예고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세대교체가 아니라, 전동화 시대에 내연기관 세단이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에 대한 현대차의 전략적 답변으로 해석된다.​

쏘나타 DN9, 전기차 시대에도 살아남을 야심작인가
쏘나타 DN9, 전기차 시대에도 살아남을 야심작인가

세단 시장의 몰락 속에서도 쏘나타를 유지하는 이유

2026년 현재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세단의 입지는 참담하다. 2005년만 해도 SUV를 2대 1로 압도하던 세단 판매량은 20년 만에 완전히 역전되어, 이제 SUV가 세단을 4대 1로 압도하는 상황이다. 미국 시장에서 세단의 점유율은 전체 신차 판매의 18%에 불과하며, 지난 10년간 시장 점유율의 절반 이상을 잃었다. 이러한 환경에서 GM은 말리부를, 포드는 토러스와 퓨전을 단종시켰다.​

그럼에도 현대차가 쏘나타의 차세대 개발을 결정한 데는 명확한 근거가 있다. 한국 시장에서 쏘나타는 2025년 한 해 동안 52,435대가 판매되어 여전히 톱10 판매 차량에 이름을 올렸으며, 세단으로만 한정하면 그랜저(71,775대), 아반떼(79,335대)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특히 택시 시장에서는 2025년 4월까지 판매된 23,937대 중 절반이 쏘나타일 정도로 상업용 시장에서의 입지가 견고하다. 이는 쏘나타가 단순한 승용 세단이 아니라 브랜드 정체성과 시장 신뢰도를 구축하는 핵심 자산임을 입증한다.​

NYMammoth 렌더링으로 엿본 DN9의 디자인 방향성

한국의 독립 디자인 스튜디오 NYMammoth가 공개한 DN9 렌더링은 현대차의 새로운 디자인 철학 '아트 오브 스틸(Art of Steel)'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2024년 10월 공개된 수소전기차 컨셉트 이니시엄(INITIUM)에서 처음 선보인 이 디자인 언어는 강철의 본연적 강인함과 형태 가변성을 디자인으로 구현한다. 현대차는 이를 "강철의 자연스러운 성형성이 대담하고 구조적인 디자인으로 형상화되며, 형태를 통해 강도와 아름다움을 동시에 기념한다"고 설명한다.​

렌더링에서 확인되는 DN9의 전면부는 기존 쏘나타의 곡선 중심 디자인에서 완전히 탈피해 직선적이고 예리한 라인을 강조한다. 직사각형 헤드램프 유닛 내부에는 LED 주간주행등이 내장되어 있으며, 그 하단에는 픽셀 방식의 방향지시등이 배치되어 현대차 N 비전 74 컨셉트카의 레트로 퓨처리즘을 계승한다. 이는 1974년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디자인한 포니 쿠페의 DNA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으로, 현대차가 과거의 아이콘을 미래 고성능차의 디자인 언어로 승화시키려는 의도를 보여준다.​

측면에서는 은폐형 도어 핸들이 적용되어 공기역학 성능과 시각적 간결함을 동시에 확보했으며, 후면부는 넓은 풀 와이드 테일램프와 대형 'SONATA' 레터링이 스포티한 범퍼 디자인과 결합되어 젊은 구매층을 겨냥한 역동성을 표현한다. 이러한 디자인 전환은 단순한 스타일링 변경이 아니라, 쏘나타를 보수적인 중년층의 차가 아닌 30~40대 젊은 전문직 종사자들이 선호하는 프리미엄 스포츠 세단으로 재포지셔닝하려는 전략적 선택이다.​

전동화 파워트레인으로의 전환과 N 라인의 미래

DN9의 가장 중요한 변화는 파워트레인 구성이다. 현대차는 9세대 쏘나타에서 순수 내연기관 엔진을 완전히 퇴출시키고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라인업으로 전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2026년 말까지 북미와 중국 시장에 시리즈 방식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생산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현대차의 전략과 맥을 같이한다. 시리즈 PHEV는 가솔린 엔진을 순수 발전기로만 활용해 배터리를 충전하고 전기모터로만 주행하는 방식으로, 현대차는 이를 통해 약 900km의 복합 주행거리를 확보할 계획이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고성능 N 라인 변형 모델이다. 현재 8세대 쏘나타 N 라인은 2.5L 터보 엔진과 N DCT 조합으로 290마력, 43.0kgf·m의 토크를 발휘하며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6.2초에 도달한다. DN9 N 라인은 완전 전동화 파워트레인을 탑재할 가능성이 제기되는데, 이는 현대차가 N 브랜드를 단순한 내연기관 고성능 라인업이 아니라 전동화 시대의 퍼포먼스 브랜드로 전환하려는 의도를 시사한다. 다만 순수 전기차 모델은 계획되지 않았으며, 기존 1.6L, 2.0L, 2.5L 가솔린 엔진도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결합된 형태로 일부 유지될 전망이다.​

개인적으로는 현대차의 이 같은 전략이 매우 현명하다고 평가한다. 순수 전기차로의 급진적 전환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하이브리드는 가장 현실적인 과도기 솔루션이며, 특히 D-세그먼트 구매자들이 중시하는 장거리 주행 편의성과 연비 효율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플레오스 OS: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로의 전환

DN9의 또 다른 핵심 혁신은 현대차의 차세대 운영체제 플레오스(Pleos) OS의 탑재다. 2026년형 쏘나타에 처음 적용되는 이 시스템은 16:9 와이드스크린 디스플레이와 스마트폰 스타일의 분할 화면, 멀티윈도우 기능을 지원하며, 안드로이드 오토 OS 기반으로 개발되었다. 특히 플레오스 플레이그라운드(Pleos Playground)라는 자체 앱스토어를 통해 운전자가 차량에 직접 앱을 다운로드할 수 있으며, 탈착식 물리 버튼과 완전 맞춤형 디지털 클러스터를 제공한다.​

시스템의 두뇌 역할을 하는 것은 현대차 자체 개발 AI '글레오(Gleo)'로, 운전자의 선호와 습관을 학습해 실시간 날씨 정보, 관심 지점 등 위치 기반 데이터를 제공하고 음성 명령에 대응한다. 또한 레벨 2.5 자율주행을 지원하며, AI 학습 기능을 통해 시간이 지날수록 개인화된 주행 경험을 제공한다. 이는 현대차가 단순히 하드웨어로서의 자동차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으로의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다만 이러한 기술 집약이 실제 소비자 경험으로 어떻게 구현될지는 미지수다. 테슬라의 센터 터치스크린이 초기 회의론을 뚫고 업계 표준이 된 것처럼, 플레오스 OS도 직관성과 안정성이 검증되어야 소비자 수용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시장 전망: 택시와 기업 영업용을 넘어설 수 있을까

DN9의 한국 시장 출시는 2026년 말에서 2027년 초로 예상되며, 현재 판매 중인 8세대가 2023년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점을 감안하면 출시 시기는 합리적이다. 한국 시장에서 쏘나타의 위상은 다소 복잡하다. 여전히 세단 부문 3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과거와 달리 개인 구매자보다는 택시와 기업 영업용 수요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다.​

현대차가 DN9을 통해 돌파해야 할 과제는 명확하다. 첫째, 3,000만 원대 중반에서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격대에서 그랜저와의 명확한 차별화다. 그랜저가 여전히 한국에서 프리미엄 세단의 상징으로 군림하는 상황에서 쏘나타는 스포티함과 젊음을 앞세운 역동적 이미지로 경계를 설정해야 한다. 둘째, 기아 K5와의 경쟁이다. 동일한 플랫폼을 공유하면서도 K5가 더 공격적인 디자인으로 젊은 층의 선호도를 확보한 상황에서, DN9은 기술력과 주행 품질로 우위를 입증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DN9의 성공 여부가 현대차의 세단 라인업 전체의 미래를 좌우할 것으로 본다. 만약 하이브리드 중심의 파워트레인 전환과 플레오스 OS가 소비자의 긍정적 반응을 얻는다면, 이는 아반떼와 그랜저의 차세대 모델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시장 반응이 미온적이라면, 현대차는 세단 라인업 축소라는 불가피한 선택을 할 수도 있다. DN9은 단순한 모델 체인지가 아니라, 세단이라는 차량 형태의 생존 가능성을 시험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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