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이온 시대 저물고, 꿈의 배터리 '전고체'가 온다…완성차들 '양산' 경쟁 가속화

리튬이온을 넘어 차세대 배터리 시대가 온다. 토요타, 삼성SDI 등 글로벌 완성차와 배터리 업계가 2027~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리튬이온 시대 저물고, 꿈의 배터리 '전고체'가 온다…완성차들 '양산' 경쟁 가속화

화재 위험 90% 이상 감소, 주행거리 2배 확대…글로벌 업계가 '2030년 전쟁'에 집중하는 이유는?

전고체 배터리 기술이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한국자동차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27~2028년 소형 전고체 배터리의 소량 생산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및 배터리 업계가 이른바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놓고 벌이는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왜 이 기술이 그토록 중요하게 여겨지는지를 살펴봤다.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 대신 고체 전해질을 사용해 안전성과 성능을 높인 차세대 배터리 기술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 대신 고체 전해질을 사용해 안전성과 성능을 높인 차세대 배터리 기술이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한계 돌파

기존의 리튬이온 배터리는 성능은 뛰어나지만 액체 전해질이 사용되면서 화재 위험이 상존하고 있었다. 극저온 환경에서 배터리 성능이 급격히 저하되는 것도 문제였다. 전기차 업계 관계자들은 테슬라 Model X를 50% 충전 상태에서 추운 밤에 세워두면 다음날 아침 충전율이 30%로까지 내려간다고 지적했다.

반면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대체해 이런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한다. 전해질이 고체이기 때문에 누출이나 발화 위험이 거의 없고, 에너지 밀도도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50% 이상 높아진다. 무엇보다 1회 충전으로 960㎞ 이상을 주행할 수 있으며, 단 10분 안에 급속충전이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토요타, 닛산, 삼성SDI 경쟁 격화

현재 전고체 배터리 개발 선점 경쟁은 한중일 3국과 미국이 벌이고 있다. 일본 토요타는 2027년까지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출시하겠다고 선언했으며, 닛산도 2028년까지 자체 개발한 전고체 배터리 전기차를 선보낸다는 계획을 세웠다.

국내에서는 삼성SDI가 가장 빠른 일정표를 짜고 있다. 삼성SDI는 경기도 수원 영통구의 연구소 내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최근 '롤 프레스' 장비로 전환했으며, 이는 양산형 압착공정 검증을 거쳐 2027년 상용화를 위한 마지막 관문에 들어선 셈이다. 현대차도 파일럿 라인 가동 초읽기에 들어가 있다.

한편 중국의 신왕다는 최대 1000㎞의 주행거리를 구현한 전고체 배터리를 공개했으며, 올해 말 0.2GWh 규모의 시범 생산 라인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고체 전지 도식: 양극, 음극, 고체 전해질, 그리고 전구에 불을 밝히는 전류
고체 전지 도식: 양극, 음극, 고체 전해질, 그리고 전구에 불을 밝히는 전류

완성차업계의 전략적 선택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전고체 배터리에 뛰어드는 이유는 단순하다. 전기차 시장이 성숙하면서 충전 시간 단축과 주행거리 증대라는 소비자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전고체 배터리를 누가 가장 먼저 상용화하는지에 따라 전기차 시장 구도가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며 완성차와 배터리 업계의 협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에너지 밀도 향상이 중요한데,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14.4V를 구현하려면 3.6V 전지 4개를 배치해야 하지만 전고체 배터리는 단전지로 가능하다. 이는 분리막, 집전체 등이 감소해 부피가 줄어들고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 지원, 본격화되다

한국 정부는 배터리 기술을 2023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했으며, 2030년까지 민·관 연구개발 투자 및 국내 마더 팩토리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도 중앙·지방 정부가 전고체 배터리 산업 지원책을 발표하고 기술 표준화 작업에 나섰으며, 일본도 기존 민간 중심 발전에서 정부가 적극 개입하는 체계로 전환했다.

리튬 이온 및 전고체 배터리 구조 비교: 고체 전해질의 핵심 재료 차이점 및 설계 장점 집중 조명
리튬 이온 및 전고체 배터리 구조 비교: 고체 전해질의 핵심 재료 차이점 및 설계 장점 집중 조명


2030년이 분기점, 그 이후도 공존 시대

다만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전기차에 전고체 배터리가 본격 적용되려면 2030년은 되어야 한다고 예측하고 있다. 신기술 검증에 2~3년이 소요되고,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완전히 벗어나려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제조 비용이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3~5배에 달한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이 때문에 상용화 이후에도 기존 배터리와 장기간 공존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결국 전고체 배터리는 전기차 시장을 재편할 '게임 체인저'이지만, 그 승리는 아직 먼 미래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