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컴팩트 SUV 시장의 패권이 흔들린다…캐딜락 XT4 생산 중단의 배경과 그 의미
캐딜락 XT4의 미국 생산이 중단됐고, 딜러 재고는 139대에 불과했다. 판매 부진과 GM의 전동화 전략이 맞물리며 럭셔리 컴팩트 SUV 시장의 변화를 예고했다.
7년의 역사가 낳은 갑작스러운 종막
제너럴 모터스(GM)가 올해 1월 캐딜락 XT4의 미국 생산을 중단했다. 2019년부터 2025년까지 7년간 미국 시장의 럭셔리 컴팩트 크로스오버 세그먼트를 지켜온 이 모델의 예상 밖 퇴장은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XT4는 2024년 중반의 마이너체인지로 새로운 모습을 갖추었지만, 그 새로움은 불과 2개 모델 연도만 지속될 예정이었다.
현재 미국 딜러 네트워크에 남아 있는 XT4는 139대에 불과하다. 이 재고 구성을 들여다보면 제조사의 의도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프리미엄 럭셔리 트림이 전체의 77%를 차지하며, 고가의 AWD 사양도 44%에 달한다. 가격대는 옵션에 따라 4만~5만7천 달러 범위에서 형성되어 있다. 한 자동차 전문 매체의 평가에 따르면, 현재의 재고 구성은 고객 수요의 하강선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수치로 보는 시장의 냉정한 신호
문제의 핵심은 판매량의 지속적 감소다. XT4는 2023년 22,707대의 판매를 기록했으나, 2024년에는 22,405대로 하락했다. 절대적으로는 비슷한 수준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는 럭셔리 컴팩트 크로스오버 세그먼트에서 매우 위험한 신호다.
더욱 우려스러운 지표는 2024년 9개월 누적 판매량의 악화다. 2024년 상반기부터 시작된 판매 둔화는 9월까지 누적 판매량에서 12% 감소로 나타났다. Q1 2025의 데이터는 더욱 심각했다. 올해 1월 생산 중단 이후 1분기에 XT4는 4,775대만 판매되어, 전년 동기 4,879대 대비 2% 감소했다. 이는 단순한 재고 소진이 아닌 근본적인 수요 부족의 신호다.
럭셔리 컴팩트 크로스오버 시장에서의 XT4의 경쟁력도 약화되고 있다. 2025년 1분기 기준, 렉서스 NX가 17,992대로 세그먼트 1위를 유지하는 가운데, XT4는 6% 시장점유율로 7위에 머물렀다. 심지어 같은 GM 계열의 뷰익 엔비전(Envision)이 15,485대로 2위를 기록하며 XT4를 압도했다.
전기차 전환 전략 속 불가피한 결정
XT4 생산 중단의 직접적인 배경은 GM의 전동화 전략과 맞닿아 있다. GM은 캔자스주 페어팩스 조립 공장의 가동 능력을 재배분하기로 결정했다. 이 공장은 이제 차세대 쉐보레 볼트 EV의 생산에 집중할 예정이다. GM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이 전환을 위해 약 3억 9천만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XT4의 퇴장은 개별 모델의 문제가 아니라 캐딜락 라인업 전체의 내연기관 단종 시간표의 일환이다. XT6는 올해 안으로 테네시주 스프링힐 공장에서 생산을 종료할 예정이며, XT5 역시 2026년까지만 생산되기로 예정되어 있다. 이들 자리는 전기차인 리릭(Lyriq)과 비스틱(Vistiq) 같은 차세대 모델들로 채워질 계획이다.
세계 시장과의 역할 분담
흥미롭게도, XT4의 단종은 북미 시장에 한정된다. 중국 시장에서는 XT4의 2025년형 신차가 정상적으로 출시되었으며, 현지 소비자들 사이에서 여전히 관심을 받고 있다. 이는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지역별 차별화 전략을 보여주는 사례다. 중국에서 수소연료나 순수 가솔린 내연기관 차량에 대한 수요가 지속되는 반면, 북미 시장은 전기차로의 급속한 전환을 경험하고 있다.
딜러 재고 139대, 마지막 기회의 창
현재 미국 딜러들이 보유 중인 XT4 139대는 이 모델의 마지막 구매 기회를 대표한다. 프리미엄 럭셔리 트림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은 당초 예상했던 판매량보다 실적이 부진했음을 시사한다. 고가 트림 재고가 쌓인 것은 가격 민감도가 높은 소비자들이 대체 모델로 눈을 돌렸거나, 전기차 옵션을 기다리고 있었을 가능성을 높인다.
차량 구성상 AWD 사양의 44% 비중도 유의미하다. 4륜구동은 추가 비용이 소요되는 옵션이므로, 이 비중은 재고 차량이 상대적으로 고사양으로 구성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는 판매 부진 때문에 고가 사양 차량들이 남아 있었음을 암시하는 신호다.
럭셔리 컴팩트 크로스오버, 포화 시점 도달
XT4의 단종은 단순한 한 모델의 퇴장이 아니라 시장 자체의 성숙도를 반영한다. 럭셔리 컴팩트 크로스오버 세그먼트는 2010년대 중반부터 급속히 성장해 왔으나, 이제 차량 구매 패턴의 변화 앞에 직면했다. 소비자들은 이제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그리고 순수 전기차로의 전환을 진행 중이다.
GM의 경영진들은 "강력한 내연기관 포트폴리오와 EV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으며, 고객 수요에 따라 성장 기회를 추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현실은 고객 수요가 이미 내연기관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신호를 강하게 보내고 있다는 뜻이다.
과도기의 전략 조정과 미래 전망
XT4의 생산 중단은 GM이 얼마나 빠르게 제품 라인업을 전환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구체적 사례다. 마이너체인지를 거친 모델이 2개 연도만 생존한 것은 경영 의사결정의 속도감이 얼마나 빠른지를 증명한다. 내연기관 차량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은 단순한 기술 변화가 아니라 제조사의 생산 기반, 공급망, 판매 전략을 모두 뒤바꾸는 구조적 혁신을 의미한다.
재고 139대라는 숫자 역시 의미심장하다. 이 차량들은 GM의 전동화 전략에 쓸려나간 마지막 내연기관 럭셔리 컴팩트 크로스오버들이다. 한번 재고가 소진되면, 북미 시장에서 XT4를 찾을 수 없게 된다. 중고차 시장에서는 수년간 선호되는 모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캐딜락 XT4의 미국 생산 중단은 한 제조사의 개별 결정을 넘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내연기관 시대의 막을 내리고 있다는 신호를 명확하게 전달한다. 시장은 이미 미래를 향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으며, 소비자들의 선택도 그 흐름을 따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