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시장서 현대차의 마지막 도박… '일렉시오'로 되살아날 수 있을까?

현대차가 중국 시장 재도전을 위해 전략형 전기 SUV '일렉시오'를 공개했다. 5년 개발과 1조 6천억 원 투자가 담긴 이 차는 중국 현지 소비자 맞춤형 전략으로 무장했다. 현대차가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부활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중국 전기차 시장서 현대차의 마지막 도박… '일렉시오'로 되살아날 수 있을까?
중국 전기차 시장서 현대차의 마지막 도박… '일렉시오'로 되살아날 수 있을까?

현지화 극단의 선택, 5년의 개발 끝에 나온 신차

현대자동차가 중국 시장 재도전의 첫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지난 30일 중국 옌타이에서 공개된 전략형 전기 SUV '일렉시오'는 단순한 신차가 아니라 생사를 건 전략적 결정의 결과물이었다. 5년의 개발 기간을 거쳐 탄생한 이 차량은 '중국에서, 중국을 위해, 세계를 향해(In China, For China, To Global)'라는 슬로건이 상징하는 현대차의 절박함이 묻어났다.

일렉시오는 깔끔한 실루엣과 절제된 비율로 구성된 대담한 디자인이 특징이었다. 크리스탈 형태의 사각형 헤드램프와 세련된 선 처리는 중국 소비자의 미적 감각을 철저히 분석한 흔적을 보여줬다. 내연기관 시대 전 세계 공용 플랫폼의 변형 모델을 공급하던 과거의 관행과는 완전히 달랐다. 이것이 현대차가 현지화에서 얼마나 절실한 상황인지를 단적으로 드러냈다.

기술로 중국 소비자를 매료시키다

image:11 일렉시오의 핵심은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된 E-GMP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었다. 88.1kWh 배터리를 탑재한 이 차량은 중국의 주행거리 기준인 CLTC 기준 1회 충전에 722km를 주행할 수 있었다. 이는 중국 소비자들의 주요 걱정인 '주행거리 불안감'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는 성능이었다.

충전 속도도 눈에 띄었다. 약 27분 만에 배터리를 30%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었으며, 중국 내 99%의 충전소와 호환됐다. 이는 현지의 충전 인프라를 철저히 연구한 결과였다. 단순히 좋은 차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중국 시장의 현실에 맞춘 차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내부 사양도 중국 시장을 겨냥한 사치로 가득했다. 27인치 4K 대화면 디스플레이, 30,000:1 명암비를 자랑하는 HUD, BOSE 사의 8스피커 시스템과 차세대 몰입형 음향 기술인 돌비 애트모스(Dolby Atmos®)가 탑재됐다. 스냅드래곤 8295 칩을 통해 고급 AI 기능과 멀티스크린 기능도 제공됐다. 중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첨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첫 번째부터 강화한 것이었다.

'패밀리 브레이크 모드'로 한국 차를 중국 차로 탈바꿈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일렉시오가 설정한 타겟이었다. 현대차는 가족 중심의 중국 소비자를 정조준했다. 가속 및 감속 시 차량의 반응 속도를 정교하게 제어하는 '패밀리 브레이크 모드'를 적용해 운전자는 물론, 탑승한 가족 모두의 피로도를 줄이도록 설계했다.

차량 내부에는 총 46곳의 수납 공간이 마련되었고, 기본 506리터의 트렁크 공간을 최대 1,540리터까지 확장할 수 있었다. 이는 중국 가족 단위 여행 문화를 반영한 설계였다. 안전성도 9개의 에어백 시스템과 비상 상황에서 자동으로 튀어나오는 도어 핸들 등 첨단 장치로 무장했다.

가격은 119,800위안(약 2,403만원)부터 시작했다. 이는 중국 전기차 시장의 주력 가격대를 정면으로 겨냥한 전략이었다.

배경 속 절망, 그 절망 속에 희생적 투자

일렉시오의 등장 배경을 이해하려면 현대차의 중국 시장 추락을 직시해야 했다. 2012년 160만 대를 넘으며 시장 점유율 10%를 기록하던 현대 기아 그룹의 중국 판매는, 이제 시장에서 사실상 사라질 지경에 이르렀다. 2024년 말 현대차의 중국 시장 판매는 약 30만 대로 떨어졌고, 시장 점유율은 1% 미만이었다. 전문가들은 2025년 판매가 20만 대 수준으로 더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러한 참담한 현실이 일렉시오라는 신차의 탄생을 강제했다. 현대차는 BAIC와 함께 2022년 9억4200만 달러 증자에 이어, 이번에 추가로 각각 5억4800만 달러씩 총 10억9600만 달러(약 1조6000억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단순한 신차 개발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었다.

2017년 사드 사태 이후 중국 내 브랜드 이미지가 회복되지 않은 가운데, 전기차로의 시장 전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것이 치명타가 됐다. 베이징현대의 소형차와 택시 중심 포트폴리오는 급변하는 시장에서 경쟁력을 완전히 잃었다.

중국 전기차 시장은 벌써 전장터

현대차의 도전은 이미 치열한 전장터에서의 후발주자 싸움이었다. 2024년 중국 전기차 시장 규모는 1,100만 대를 돌파했다. 2025년에는 약 1,600만 대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으며,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만 해도 신에너지차 생산량이 1,490만7000대에 이르렀다.

이 시장에서 BYD, 리오토, 샤오펑 같은 현지 브랜드들이 지배적 위치를 차지했다. 테슬라도 고전하고 있는 판국에, 중국 시장에서 이미 존재감을 잃은 현대차가 반격의 기회를 만들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중국 소비자들은 이미 첨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자율주행 기능, 스마트 커넥티비티 등에 대해 매우 높은 수준의 기대를 갖고 있었다.

베이징현대의 새로운 포트폴리오, 2030년 목표는 현실일까

현대차는 이번 도전을 포기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였다. 베이징현대는 2030년까지 순수 전기차 13대를 출시할 계획을 세웠다. 일렉시오는 그 첫 번째 신호탄이었고, 앞으로 엘란트라, 투싼, 쿠스토 같은 인기 모델들도 대대적으로 재설계될 예정이었다.

다만 전문가들은 신중한 전망을 내놓았다. 한 자동차 산업 전문가는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이 소프트웨어와 디지털 경험에서 이미 앞서가고 있으며, 외국 브랜드들이 따라잡기 위해서는 현지화된 소프트웨어와 서비스가 필수"라고 지적했다. 단순한 좋은 사양만으로는 이미 부족한 시대가 온 것으로 분석됐다.

생사를 건 마지막 기회

일렉시오는 현대자동차의 중국 시장 재도전을 상징하는 차량이었다. 단순히 전기차가 아니라, 현지화 극단의 선택이었고, 5년의 개발과 1조 6000억원의 투자가 응축된 전략이었다.

현대차가 이번 도박에서 승리하려면 단순한 차량의 우수성 이상의 것이 필요했다. 중국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브랜드 신뢰와 차별화된 서비스, 그리고 무엇보다 시간이 필요했다. 2012년 160만 대의 영광이 이 작은 전기 SUV 한 대에서 다시 시작될 수 있을지는, 현대차의 진정한 현지화 능력이 얼마나 깊은지를 묻는 질문이 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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