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동차 '무한 가격 전쟁' 칼 빼 들었다...산업 재편 가속화되나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이 자동차 업계의 과도한 가격 경쟁을 막기 위해 컴플라이언스 지침을 발표했다. 무분별한 가격 인하를 금지하고 시장 질서 재편을 예고하며 산업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자동차 '무한 가격 전쟁' 칼 빼 들었다...산업 재편 가속화되나
중국, 자동차 '무한 가격 전쟁' 칼 빼 들었다...산업 재편 가속화되나

규제의 칼을 뽑다: 중국 당국의 강경한 메시지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이 12월 12일 자동차 업계의 가격 설정에 관한 컴플라이언스(법령 준수) 지침 초안을 공개했다. 지침 마련에 착수한 지 불과 며칠 만의 일이었다. 이는 단순한 권고가 아니었다. 자동차 제조사가 경쟁사 배제나 시장 독점을 목적으로 가격을 인하하는 행위는 중대한 법적 리스크가 될 수 있다며, 과도한 저가 경쟁에 대한 자제를 업계에 당부했다.

중국 규제당국의 입장은 분명했다. 원가 이하의 가격으로 판매하거나 무리한 할인으로 경쟁사를 압박하는 행위는 반독점규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경고였다. 이 지침은 12월 22일까지 업계와 대중의 의견을 수렴한 후 최종안으로 확정될 예정이다. 언뜻 보면 행정 절차의 일부일 수 있으나, 그 배경에는 중국 자동차 시장이 직면한 극심한 위기가 자리 잡고 있었다.

가격 전쟁의 무덤: 파괴적 경쟁이 남긴 상처

지난 몇 년간 중국 자동차 시장은 가격 경쟁의 악순환에 빠져 있었다. 배터리 전기차(B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시장이 과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제조사들은 생존을 위해 가격을 계속 내려야 했다. 2024년 한 해 동안 195개 모델의 가격이 인하되었으며, 순수 전기차는 평균 10%, 하이브리드는 4.3%의 할인이 이루어졌다. 이러한 추세는 2025년에 더욱 심화되었다.

특히 BYD(비야디)는 5월에 22개 모델에 대해 최대 34%의 대규모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 이 같은 공세에 경쟁사들도 즉각 응전했다. 리프모터의 경우 C16 SUV 엔트리 모델을 약 28% 인하했고, IM모터스 등도 추가 할인에 나섰다. JP모건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 내 평균 전기차 할인율은 2025년 4월 기준 17%에 달했으며, 이는 전년도 같은 기간 16.3%보다 높은 수치였다.

이 같은 무분별한 가격 인하는 업계 전반에 심각한 타격을 주었다. 업계 조사에 따르면 중국 자동차 판매점의 70%가 적자를 기록하고 있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제조사들의 수익성 악화였다. 2024년 전기차 제조사의 차량 마진(차량 판매가에서 원재료비, 노무비, 물류비를 뺀 것)은 10%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4년 전 20% 수준의 절반에 불과했다.

구조적 위기의 신호: '생존할 수 없는 시장'이 되다

중국 자동차 업계가 직면한 위기는 단순한 수익성 문제를 넘어섰다. 구조적인 과잉생산이 산업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었다. 현재 중국 내 배터리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브랜드는 약 129개에 이르렀다. 그러나 업계 컨설팅 전망에 따르면 2030년까지 재무적으로 건전한 업체는 15곳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었다. 이는 현재 브랜드의 90% 이상이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을 의미했다.

딜러 재고도 극도로 악화된 상태였다. 도이치방크의 분석에 따르면 2025년 첫 4개월 동안 BYD의 딜러 재고가 약 15만 대 증가했으며, 이는 월간 소매 판매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상황이 이 정도에 이르자 일부 지역에서는 '좀비 차량'이라 불리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실제로 쓰촨성 청두의 한 쇼핑몰에는 5,000대가 넘는 신차가 전시되어 있었으며, 일부 차종은 출고가 대비 절반 이하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일부 판매점들이 목표 달성을 위해 미판매 차량을 일괄 등록·보험 처리한 뒤 '판매 완료'로 기록하는 관행까지 동원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주행거리가 '0km'인 상태로 중고차로 둔갑된 차량들이 국내 및 해외 시장에 흘러들고 있었다.

규제의 칼: 구체적으로 무엇을 금지하는가

SAMR이 발표한 지침 초안은 매우 구체적인 위반 행위들을 명시하고 있었다. 첫째, 경쟁사를 배제하거나 시장 독점을 목적으로 원가 이하의 가격으로 판매하는 행위를 명백히 금지했다. 여기에는 할인, 과다 공급, 송장 우회 같은 은폐 방식도 포함되었다.

둘째, 제조사 간 또는 부품 공급사 간의 가격 담합 행위를 명백히 금지했다. 고정 가격이나 통일 가격 공식을 통한 담합도 마찬가지였다. 셋째, 동일한 사업 조건 하에서 딜러에 대한 가격 차별을 불법으로 규정했다.

넷째, 보너스와 리베이트 시스템은 명확하고 투명해야 하며 계약으로 관리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다섯째, 가격 표시는 명확하고 완전해야 하며, 허위 참고 가격이나 사기적 할인, 유인 판매 금지 관행도 명시되어 있었다. 여섯째, 유료 기능의 경우 무료 체험 기간과 요금 구조를 사전에 명확히 공개해야 한다는 규정도 포함되었다.

업계의 반응: 큰 기업들의 예상 밖의 지지

놀랍게도 업계의 거대 기업들은 이 지침 초안에 공개적으로 지지를 표했다. BYD는 성명을 통해 지침을 준수하고 내부 가격 관리 및 컴플라이언스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BYD는 경쟁 가격 책정에 관한 규정을 엄격히 준수하고, 가격 사기와 부당 관행을 방지하겠다는 의지도 표현했다.

Xpeng, NIO, GWM 등 다른 주요 제조사들도 이와 유사한 공개 성명을 발표했으며, 이는 업계 차원의 규제 준수 움직임을 시사했다. 왜 이들 기업이 자신들의 자유도를 제한할 수 있는 규제를 환영했을까? 분석가들은 이를 대기업들이 더 명확한 경쟁 규칙에서 이점을 본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즉, 과도한 가격 인하 경쟁에서 벗어나면 자본력이 풍부한 대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이득을 본다는 논리였다.

규제가 의도하는 진짜 목표: 시장 질서 재구축

SAMR이 이 지침을 통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무엇일까? 표면적으로는 소비자 보호와 공정 거래 질서의 복원이었다. 그러나 더 깊은 수준에서는 중국 자동차 산업의 구조적 위기를 관리하기 위한 정책 결정이었다.

중국 정부는 자동차를 GDP의 10%를 차지하는 핵심 산업으로 보고 있었다. 과잉생산으로 인한 업계 붕괴는 대량 실업과 지역 경제 위축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규제는 가격 경쟁 자체를 막기보다는, 무분별한 가격 전쟁으로부터의 이탈을 유도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이 지침이 정착하면, 제조사들은 가격 인하보다는 기술 혁신, 제품 품질, 효율성 개선으로 경쟁 방식을 전환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업계 내 명확한 룰이 부족했던 상황에서 게임의 판을 다시 짜는 시도로 볼 수 있었다.

국제적 파급 효과: 수출 갈등의 완화 가능성

중국의 이 같은 규제는 국내 문제에만 머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중국 자동차 제조사들의 극저가 수출은 미국, 유럽 등에서 관세 부과와 수입 제한 조치를 초래했었다. EU는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38%의 관세를 부과했으며, 미국은 보안 이유를 들어 중국산 차량의 시장 진입을 사실상 막았다.

중국 자동차의 극저가 수출 전략은 결국 국제 무역 분쟁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이 지침의 시행으로 국내 가격 경쟁이 완화되면, 수출 가격도 현실적인 수준으로 조정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국제적 무역 긴장 완화에도 기여할 수 있는 간접적 효과를 가질 것으로 분석되었다.

상충되는 이해관계와 진짜 과제

그러나 이 지침이 실제로 작동할지는 여전히 미지수였다. 지방 정부들은 여전히 자동차 제조사 유치를 놓고 경쟁 중이었고, 부실 업체를 지원하고 있었다. 이는 중앙정부의 규제와 지방정부의 개발 욕구라는 상충된 이해관계를 드러냈다.

더욱이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 경쟁 완화가 반갑지 않을 수 있었다. 그동안 극저가 경쟁의 수혜자였기 때문이다. 규제로 인한 가격 인상이 일어날 경우, 전기차 구매의 의욕이 꺾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중소 제조사들의 상황도 복잡했다. 규제 준수에 필요한 컴플라이언스 시스템 구축은 자본력이 풍부한 대기업에게 유리한 환경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자본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에게는 추가 비용 부담이 될 수 있었다.

가격 신호의 재정의: 기술력의 시대로의 전환

이 지침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중국 자동차 산업의 경쟁 방식의 전환을 강제한다는 점이었다. 지난 수년간 중국 전기차 시장은 가격만을 앞세운 소모전으로 빠져 있었다. 이로 인해 진정한 기술력과 제품력의 메시지는 흐려져 있었다.

지침의 시행으로 인해 제조사들은 원가 경쟁력을 높이거나, 제품 차별화를 추구하거나,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전략을 재편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업계 전체의 질적 업그레이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었다.

또한 이 규제는 기업들에게 내부 거버넌스 강화를 요구했다. 투명한 가격 정책, 명확한 보너스·리베이트 시스템, 딜러 자율성 존중 같은 요구사항들은 결국 기업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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