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도 하이브리드도 아니다…평일은 전기, 주말은 2,050km 하이브리드, 가격은 1,700만 원

상하이자동차(SAIC) 산하 로위(ROEWE) 브랜드가 내놓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세단 M7 DMH가 중국과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전례 없는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 CLTC 기준 복합 연비 리터당 34.3km, 1회 충전 복합 주행거리 2,050km, 시작 가격 약 1,700만 원. 이 세 가지 숫자만으로도 기존 준대형 세단 시장의 문법은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

전기차도 하이브리드도 아니다…평일은 전기, 주말은 2,050km 하이브리드, 가격은 1,700만 원
1,700만 원에 2,050km… 로위 M7 DMH가 던진 '가격 파괴'의 충격파

DMH 6.0, 하이브리드의 한계를 재정의하다

로위 M7 DMH의 심장은 SAIC가 자체 개발한 'DMH 6.0 슈퍼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다. 1.5리터 하이브리드 전용 엔진(최고 출력 82kW)과 137kW급 전기모터, 그리고 19.7kWh 대용량 배터리 팩을 결합한 이 시스템은 순수 전기 모드만으로 CLTC 기준 160km를 주파한다. 이는 왕복 100km 이내의 도심 출퇴근이라면 사실상 연료를 전혀 소비하지 않고 운행할 수 있는 수준이다. 엔진이 개입하는 장거리 주행으로 넘어가더라도 복합 주행거리는 2,050km에 달해, 서울에서 부산을 스무 번 왕복하고도 남는 항속 능력을 지닌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특유의 '이중 생활'도 이 차의 강점이다. 평일 출퇴근은 전기차처럼, 주말 고속도로 장거리는 하이브리드 모드로 자연스럽게 전환되는 구조다. 연비 34.3km/L라는 수치는 현대 그랜저 하이브리드가 공인 연비 약 16km/L 수준임을 감안할 때, 단순 수치만으로 두 배 이상의 효율 차이가 발생한다.

IT 공룡 3사가 채운 '달리는 스마트 기기'

로위 M7 DMH를 단순한 고효율 세단으로만 분류하기 어려운 이유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있다. 차량 운영체제(OS)는 화웨이가 개발한 하모니OS 기반 기술을 적용했으며, 15.6인치 대형 디스플레이를 구동하는 연산 칩은 퀄컴 스냅드래곤 8155다. 스마트폰 수준의 반응 속도와 직관적인 인터페이스가 차량 인포테인먼트에 그대로 구현되는 방식이다.

여기에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가 개발한 AI 음성 비서 '두바오'가 탑재되어 차량 지능화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린다. 두바오 AI는 단순한 음성 명령 수행을 넘어, 운전자의 목소리 톤과 호흡 패턴을 분석해 피로도를 실시간으로 판별한다. "아이를 재워줘"라는 한마디 명령에 차량이 스스로 실내 조명, 공조 풍량, 오디오 볼륨을 동시에 조절하는 기능은 이 차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으로 설계되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다만 화웨이 OS와 바이트댄스 AI 탑재 여부가 공식 사양서에 확정 명기된 사항인지에 대해서는 일부 매체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4,940mm 차체에 담긴 준대형의 여유

차체 크기 또한 가격 대비 기대 이상이다. 전장 4,940mm, 전폭 1,890mm, 휠베이스 2,820mm. 쏘나타와 그랜저의 중간에 해당하는 크기로, 준대형 세단의 넉넉한 실내 공간을 확보했다. 외관은 전 롤스로이스 수석 디자이너 출신인 조셉 카반이 SAIC 합류 후 처음 내놓은 양산 모델로, 세로형 폭포 디자인의 대형 그릴과 '명주(名珠)' 콘셉트를 반영한 프리미엄 감성을 강조했다. 내장재에는 라텍스 소재의 무스 클라우드 시트와 수평 접이식 파노라마 소파 시트가 적용되어, 이 가격대에서 통상적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상급 편의 사양이 기본 제공된다.

SAIC 수직 계열화가 가능케 한 가격 혁명

1,700만 원이라는 시작 가격은 시장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가.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현대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시작 가격은 4,354만 원으로, 로위 M7 DMH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이 가격 격차는 단순한 원가 절감의 결과가 아니다. SAIC는 배터리 셀부터 모터, 파워트레인, 차체 부품에 이르기까지 주요 핵심 부품을 수직 계열화된 공급망을 통해 내재화하는 데 성공했다. 외부 부품 공급사에 지불하는 마진을 최소화하고, 대량 생산 체계를 통해 고정비를 분산시키는 방식으로 이 같은 가격 구조를 실현했다는 분석이다.

2026년 4월 베이징 모터쇼에서는 한층 고급화된 '블랙호스 에디션'이 정식 출시되며 라인업이 확대되었다. 5개 트림으로 구성된 M7 DMH의 중국 내 판매 가이드 가격은 9.78만~12.38만 위안(한화 약 1,900만~2,450만 원) 수준이다. 최상위 트림도 2,500만 원을 넘지 않는 가격대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가격 경쟁력은 전 라인업에 걸쳐 일관된 전략으로 구사되고 있다.

한국 시장 출시 여부 및 전망

현재까지 로위 M7 DMH의 한국 시장 공식 출시 계획은 발표된 바 없다. 중국산 자동차가 한국 시장에 진입하려면 국토교통부 자동차안전연구원(KATRI)의 안전 기준 인증과 환경부의 배출가스 인증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PHEV 특성상 전기차 보조금 적용 여부도 별도로 확인이 필요하다. 아울러 중국산 제품에 대한 국내 소비자 인식과 한중 간 무역 환경도 실질적인 변수로 작용한다.

그러나 중국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 확장 속도는 무시하기 어렵다. BYD, 지리(GEELY), SAIC 등 중국 브랜드들은 유럽과 동남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으며, 2025년 기준 중국 신에너지차는 생산량, 판매량, 수출량 등 5개 핵심 지표에서 이미 세계 1위를 기록했다. 로위 M7 DMH와 같은 모델이 국내 시장에 직간접적으로 미치는 가격 압력은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으며, 국산 완성차 업체들이 하이브리드 세단의 원가 및 가격 전략을 재검토해야 하는 과제를 안겼다는 점에서, 이 차의 등장이 한국 자동차 시장에 던지는 함의는 결코 가볍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