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캐즘 속 하이브리드 승부수…정의선 멀티 전략이 통했다

전기차 시장이 글로벌 성장 정체를 겪는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의 '멀티 파워트레인' 전략이 가시적 성과로 입증되고 있다.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를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생산·판매하는 이 전략이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실적으로 나타나며, 전동화 시대의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다.

전기차 캐즘 속 하이브리드 승부수…정의선 멀티 전략이 통했다
전기차 캐즘 속 하이브리드 승부수…정의선 멀티 전략이 통했다

하이브리드 돌풍, 팰리세이드 판매 신기록 경신 이끌다

◆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로 날개 달다

현대차의 대형 SUV 팰리세이드가 올해 11월까지 글로벌 판매 19만 2285대를 기록하며 출시 이후 역대 최다 판매량을 달성했다. 이는 이전 최고 기록인 2023년 16만 6622대를 한 달 앞두고 뛰어넘은 수치로, 12월 판매량까지 합산하면 연간 20만 대 돌파가 확실시되고 있다.

성장의 핵심은 단연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올해 1~11월 팰리세이드 국내 판매량 5만 5291대 가운데 61%에 달하는 3만 3862대가 하이브리드 모델로 집계됐다. 해외 시장에서도 하이브리드는 2만 대 이상 판매되며 핵심 라인업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이는 정의선 회장이 전기차 일변도에서 벗어나 시장 수요에 맞춘 파워트레인 다각화 전략을 펼친 결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팰리세이드는 뛰어난 공간 활용성과 정숙성, 연비 효율성을 갖춘 하이브리드 모델을 통해 대형 SUV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했다.

전기차 캐즘 장기화와 정책 변화…하이브리드가 대안으로

◆ 전기차 캐즘 장기화, 하이브리드로 방향 전환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전기차 수요 정체라는 '캐즘' 국면에 본격적으로 진입했다. 충전 인프라 부족, 높은 차량 가격, 배터리 화재 우려, 제한적인 주행 거리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소비자들이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는 것이다. 2025년 배터리 산업은 전기차 캐즘 장기화와 함께 각국 정책 변수,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가 겹치며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는 분석이다. 전기차 시장의 선두 주자인 테슬라의 2025년 연간 판매는 약 165만 대 수준으로 2024년 대비 7.7%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선두 업체들조차 성장 둔화를 겪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대차는 하이브리드 판매 호조로 돌파구를 찾아냈다. 2025년 1분기 현대차의 글로벌 친환경차 판매는 21만 2426대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38.4% 증가했고, 이 중 하이브리드는 13만 7075대로 큰 폭의 성장세를 나타냈다. 전기차 중심 성장 전략의 한계가 뚜렷해지는 상황에서 하이브리드가 실질적인 대안으로 부상한 것이다. 특히 하이브리드 차량은 전기차의 친환경성과 내연기관차의 편리함을 모두 갖춰, 과도기 시장에서 소비자의 높은 선호를 얻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시장 상황에 맞춰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전동화 차량을 유연하게 생산·판매하는 전략으로 현대차그룹의 전동화 전환과 전기차 캐즘 극복을 이끌고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 시장에서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전면 금지하기로 한 정책이 사실상 축소되거나 조정되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이러한 멀티 전략은 더욱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EU는 합성연료(e-fuel)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차의 신차 판매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전기차 전환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으며, 미국 역시 환경 규제 완화 움직임을 보이는 등 전동화 로드맵의 유연성이 강조되는 추세다.

하이브리드 라인업 대폭 확대…미래 모빌리티 시장 선점 박차

◆ 2030년까지 하이브리드 라인업 18종으로 확대

현대차는 하이브리드 라인업 확대를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9월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전기차 수요 정체의 반사이익이 집중되고 있는 하이브리드 차량의 라인업을 2030년까지 엔트리부터 중형, 대형, 럭셔리를 포괄해 18개 이상으로 확장한다고 밝혔다. 이는 현재 아반떼, 쏘나타, 그랜저, 팰리세이드, 코나, 투싼, 싼타페 등 8종에서 두 배 이상 늘어나는 규모로, 모든 차급에서 하이브리드 모델을 만나볼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현대차는 2030년 글로벌 자동차 판매 555만 대를 달성하고, 이 가운데 60%를 친환경차로 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기아를 포함한 현대차그룹 전체로는 2030년 974만 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첨단 기술력 강화 등 연구개발 비용 증가로 영업이익률 목표는 기존 10%대에서 8~9%로 조정했다. 이는 단기적인 수익성보다는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의 주도권 확보를 위한 장기적 투자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 싼타페·쏘렌토도 하이브리드 효과 톡톡

현대차의 멀티 전략 성과는 팰리세이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현대차 싼타페 하이브리드는 올해 5만 647대가 판매되며 국내 하이브리드 판매 2위에 올랐고, 기아 쏘렌토 역시 하이브리드 모델을 중심으로 고수익 RV 차종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기아의 경우 2025년 1분기 해외 판매가 2.5% 증가한 63만 8084대를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는데, 인도에서 셀토스 런칭 성공과 아중동, 중남미 등 신흥시장에서의 하이브리드 판매 호조가 두드러졌다. 특히 기아의 하이브리드 모델은 글로벌 시장에서 내연기관 대비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재무 건전성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지역별로 상이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2025년 1~9월 글로벌 전기차 인도량은 약 1501.6만 대로 전년 대비 27.2% 성장했지만, 중국이 63% 이상을 차지하는 편중 현상이 심화됐고 북미 시장은 9.0% 증가에 그쳤다. 이처럼 불균형한 시장 환경 속에서 현대차그룹의 멀티 파워트레인 전략은 특정 시장의 리스크를 분산하고 다양한 지역의 시장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술 경쟁력 확보와 미래 전동화 전환 준비

◆ 기술 경쟁력 확보가 지속 성장의 관건

정의선 회장의 멀티 전략이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지만, 장기적 성공을 위해서는 핵심 기술 경쟁력 확보가 필수적이다. 현대차는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 도입과 후속 수소전기차(FCEV) 개발 등 지속적인 친환경차 라인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2025년 이후 출시될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은 배터리 및 모터 효율성 극대화, 충전 속도 향상, 주행 거리 증대 등을 통해 전기차의 약점을 보완하고 경쟁력을 한층 더 끌어올릴 계획이다. 또한 수소전기차는 장기적으로 상용차 부문과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고성능 브랜드 '현대 N'의 라인업을 현재 5개 차종(아이오닉 5 N·아이오닉 6 N·아반떼 N·i20 N·i30 N)에서 2030년까지 7개 이상으로 확대하는 등 제품 다변화에도 적극적이다. 이는 단순한 전동화를 넘어 운전의 즐거움을 제공하는 고성능 전기차 시장까지 선점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 성장 속도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까지 겹치며 전기차 중심 사업 구조의 한계가 분명해졌다"며 "기존 전략만으로는 수익성과 점유율을 동시에 방어하기 어려운 국면"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점에서 현대차그룹의 멀티 파워트레인 전략은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면서도 미래 전동화 전환을 위한 기술 기반을 다지는 균형 잡힌 접근법으로 평가받고 있다.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BNEF)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올해 전년 대비 약 20% 성장해 연말까지 2140만 대의 판매량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성장률이 둔화되는 추세 속에서 현대차그룹은 하이브리드를 핵심 축으로 삼아 전기차 시장 재도약을 준비하는 동시에, 수소전기차와 고성능 전기차 등 다양한 전동화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전동화 시대의 진정한 승자는 특정 파워트레인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며 기술 혁신을 지속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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