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티구안으로 변신한다" 폭스바겐, 2026년 최대 승부수 던진다

폭스바겐이 유럽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대형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 2026년 하반기 공개를 앞둔 ID.4의 중간 개량 모델은 단순한 페이스리프트를 넘어 사실상 '풀 체인지'에 가까운 변화를 예고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ID.티구안'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시장에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폭스바겐이 전기차 라인업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내연기관 베스트셀러인 티구안의 명성을 전기차 시장으로 이식하려는 전략적 결정으로 풀이된다.

"ID.티구안으로 변신한다" 폭스바겐, 2026년 최대 승부수 던진다
"ID.티구안으로 변신한다" 폭스바겐, 2026년 최대 승부수 던진다

유럽 2위 전기차, 전면 재설계로 테슬라 추격

현재 ID.4는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 모델 Y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2025년 유럽 시장에서 테슬라 모델 Y는 15만 1,331대가 팔리며 단일 모델 1위를 지켰지만, 전년 대비 28% 급감한 수치다. 반면 폭스바겐의 ID 시리즈 전체는 2025년 유럽에서 49.1% 성장하며 약 24만 7,900대를 판매했다. 특히 독일 시장에서는 60.7% 급증한 9만 3,800대를 기록하며 폭스바겐이 테슬라를 제치고 유럽 전기차 판매 1위 브랜드로 올라섰다.

이런 상황에서 ID.4의 전면 재설계는 테슬라와의 격차를 더욱 좁히려는 폭스바겐의 야심을 보여준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변화가 "골프 5세대에서 6세대로 넘어가는 수준의 대규모 도약"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단순히 범퍼와 헤드램프를 바꾸는 수준이 아니라, 차체 패널 전체를 새로 설계하고 휠 아치까지 변경하는 등 겉모습을 완전히 탈바꿈한다는 계획이다.

MEB+ 플랫폼과 LFP 배터리, 가격 경쟁력 확보 나선다

기술적 측면에서도 대대적인 개선이 예정되어 있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개선된 MEB+ 플랫폼의 적용과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의 도입이다. 폭스바겐 CEO 토마스 셰퍼는 ID.2를 시작으로 ID.3, ID.4, ID.5, ID.7 등 모든 MEB 기반 모델에 LFP 배터리를 탑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LFP 배터리는 기존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보다 원가가 저렴하고 안정성이 높아, 전기차 가격 인하의 핵심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ID.4는 77kWh 배터리를 탑재하고 WLTP 기준 최대 531km의 주행거리를 제공하며, DC 급속충전 시 135kW 출력으로 5%에서 80%까지 약 36분이 소요된다. 하지만 이는 테슬라 모델 Y의 충전 속도나 현대·기아의 800V 초급속 충전에 비하면 아쉬운 수준이다. 이번 개선형에서는 배터리 용량 증대와 충전 속도 향상이 핵심 과제로 설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폭스바겐 내부에서는 "주행거리 확대와 충전 시간 단축"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는 증언이 나온다.

필자가 보기에 이는 매우 현명한 전략이다. 전기차의 두 가지 아킬레스건인 항속거리와 충전 시간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내연기관차 대비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특히 유럽 시장은 장거리 고속도로 주행이 일상화되어 있어, 실주행 거리와 충전 인프라가 구매 결정의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LFP 배터리 도입으로 원가를 낮추면서도 용량을 늘리고, 충전 속도를 개선한다면 ID.4는 가격 대비 성능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다.

인테리어 혁신, A필러까지 이어지는 대시보드

외관만 바뀌는 것이 아니다. 실내 디자인도 전면 재설계된다. 대시보드가 A필러까지 연장되어 도어 패널과 매끄럽게 연결되는 새로운 구조를 채택하며,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역시 완전히 새롭게 설계된다고 한다. 이는 곧 출시될 ID.2 및 ID 폴로와 디자인 언어를 공유하며, 전체 ID 패밀리의 일관된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폭스바겐은 그동안 전기차 내비게이션 시스템의 복잡한 UI와 느린 반응속도로 비판받아왔다. 이번 인포테인먼트 전면 개편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테슬라나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이 제공하는 직관적이고 빠른 터치스크린 경험과 비교하면, 폭스바겐의 현재 시스템은 확실히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소프트웨어 역량이 전기차 경쟁력의 핵심인 시대에, 이번 개선이 얼마나 실효성 있는 변화를 가져올지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가격은 4만 1,500유로, 한국 돈 6,100만 원 수준 전망

가격 측면에서도 주목할 만한 소식이 있다. 유럽 시장에서 개선형 ID.4(또는 ID.티구안)의 시작 가격은 약 4만 1,500유로(약 6,100만 원)로 책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현재 ID.4 가격과 비슷하거나 소폭 인하된 수준이다. 전기차 시장 전반의 가격 하락 추세를 고려하면, LFP 배터리 도입으로 원가를 절감한 효과가 소비자 가격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참고로 미국 시장의 2026년형 ID.4는 기본 트림이 4만 5,095달러(목적지 비용 제외)로 전년 대비 5,100달러 인상되었다. 이는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보조금 정책 변화와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반면 유럽은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지속되고 있어, 가격 유지 또는 인하가 가능한 환경이다. 폭스바겐이 유럽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며 판매량을 더욱 늘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국 시장 전망, 재출시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한국 시장과 관련해서는 다소 실망스러운 전망이다. 폭스바겐 코리아는 2022년 9월 ID.4를 국내에 처음 출시하며 5,490만 원부터 시작하는 가격표를 내걸었다. 당시 폭스바겐은 ID.4를 "유럽 이외 시장에서는 한국이 최초"라며 의미를 부여했고, 독일 공장에서 생산된 차량을 한국 고객에게 제공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후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ID.4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현대 아이오닉5와 기아 EV6가 압도적인 판매량을 기록하며 시장을 장악한 가운데, 테슬라 모델 Y까지 가세하면서 폭스바겐 ID.4는 소비자들의 선택지에서 밀려났다. 특히 한국 소비자들은 800V 초급속 충전을 지원하는 현대·기아의 E-GMP 플랫폼에 익숙해졌고, 18분 만에 10%에서 80%까지 충전 가능한 경험을 당연하게 여기게 되었다. ID.4의 135kW 충전 속도는 이에 비해 확연히 뒤처진다.

게다가 폭스바겐그룹 전체가 전기차 전략 재조정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독일 본사는 공장 폐쇄까지 검토할 정도로 구조조정 압박을 받고 있으며, 전기차에 대한 초기의 낙관적 전망이 빗나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폭스바겐 코리아가 개선형 ID.4를 다시 국내에 들여올 동력은 크지 않아 보인다.​

필자의 판단으로는, 폭스바겐이 한국 시장 재진입을 고려하려면 최소한 200kW 이상의 급속 충전과 600km 이상의 실주행 거리를 확보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미 높은 수준에 도달한 한국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 유럽에서 성공한다고 해서 한국에서도 통한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폭스바겐은 유럽 시장 방어에 집중하고, 한국 같은 초격전지에서는 당분간 관망하는 전략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결론적으로 2026년 하반기 등장할 폭스바겐 ID.티구안(가칭)은 유럽 전기차 시장의 지형도를 다시 그릴 잠재력을 갖춘 전략 모델이다. 하지만 한국 소비자들이 이 차를 직접 경험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높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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