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마법사" 호세 무뇨스, 글로벌 불확실성 속 1월 신임…혁신상 수상의 진짜 의미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이 한국자동차기자협회 '2025 자동차인' 혁신상을 수상했다. 올해 1월 현대차 최초 외국인 CEO로 부임한 그는 글로벌 난관 속에서도 역대급 실적을 달성하며 판매 전략 전환과 생산 거점 확장을 이끌었다. 그의 리더십이 현대차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 전망된다.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지난 22일 열린 한국자동차기자협회 '2025 자동차인' 시상식은 한국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흐름을 상징하는 자리였다. 산업부문 혁신상의 영예는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사장에게 돌아갔다. 올해 1월 현대차 역사상 처음으로 외국인 대표이사로 부임한 그가, 단 11개월 만에 한국 자동차 업계 최고의 영예를 거머쥔 것이다.
글로벌 경영 역량을 검증한 인물
호세 무뇨스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태어나 폴리테크닉 대학에서 원자핵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고학력 경영자다. 1989년 푸조 시트로엥의 딜러로 자동차 업계에 입문한 그는 대우자동차 스페인 법인에서 판매망을 확장하며 기반을 다졌다. 하지만 그의 글로벌 입지를 진정으로 공고히 한 것은 2004년부터 2019년까지의 닛산 경력이었다.
닛산 유럽 법인 판매·마케팅 담당, 멕시코 법인장, 북미 법인장, 중국 법인장 등 핵심 직책을 두루 거쳤다. 특히 성과 총괄(CPO) 겸 중국법인장으로 재직할 당시, 대기업의 불안정성 속에서도 실적 기록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글로벌 경험은 2019년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로 합류할 당시도 빛났다. 북미 권역을 비롯한 유럽, 인도, 아중동 지역의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며 현대차의 수익성을 급격히 높였다.
역대급 경영 난제를 마주친 신임 CEO
2025년은 현대차를 비롯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맞닥뜨린 가장 어려운 해였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재집권에 따른 관세 정책 급변, 주요 국가들의 보호무역 강화,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글로벌 공세가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진 탓이다. 바로 이 혼란의 한복판에서 무뇨스는 현대차의 수장이 되어야 했다.
그가 제시한 전략은 단순했지만 대담했다. 지역별 맞춤형 상품 전략과 고수익 중심의 판매 체계로 '양(量)의 시대'에서 '질(質)의 시대'로의 전환을 꾸준히 추진한 것이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는 하이브리드와 고급 SUV 중심 전략으로 기존의 저가 판매 정책을 과감히 탈피했다.
수치로 보는 혁신의 임팩트
현대차는 2024년 매출 175조 원, 영업이익 14조 원의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2025년 상반기에도 매출 92.7조 원, 영업이익 7.2조 원을 기록하며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서 판매량 3위, 수익성 2위의 입지를 굳혔다.
미국 시장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전체 하이브리드 판매량이 2020년 45만 7000대에서 2024년 172만 9000대로 네 배 가까이 급증하는 추세 속에서, 현대차는 올해 1~10월 하이브리드 판매량이 이미 지난해 연간 판매량(22만 2486대)을 능가하는 25만 7340대를 기록했다. 미국에서의 판매량은 184만 대로 추정되며, 현대차는 향후 3년 연속 미국 판매 톱4 진입을 예약했다.
글로벌 생산 거점 확충의 드라마
무뇨스의 경영 철학은 단순한 판매 전략을 넘어 생산 거점의 글로벌 다변화로까지 확대됐다.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와 인도 푸네 3공장 가동, 사우디아라비아 CKD 합작 공장 착공 등이 그 사례다. 특히 인도의 푸네 공장은 현대차가 제너럴모터스로부터 인수한 시설로, 약 1조 원의 투자를 통해 스마트 제조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공장을 통해 현대차는 2030년까지 26개의 신차를 출시하며 인도를 미국 다음으로 큰 판매 시장으로 삼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실행하고 있다.
인도에서의 성과는 즉각적이었다. 기아를 포함한 현대차그룹의 인도 점유율은 마루티 스즈키에 이어 2위를 차지했으며, 연간 판매량 목표(약 91만 대)에 근접하고 있다.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의 부활
고급 자동차 브랜드 제네시스도 무뇨스 경영의 핵심 자산이 되어올랐다. 제네시스는 10주년을 맞아 누적 판매 100만 대를 달성했고, 두 자릿수 이익률을 확보했다. 현대차는 럭셔리 SUV, 고성능 전기차(xEV), 맞춤형 프로그램을 추가하며 제네시스의 글로벌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2025년 판매 목표는 22.5만 대, 2030년에는 35만 대로 설정했다.
한국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상징
최대열 한국자동차기자협회장은 "자동차인상은 한 해 동안 자동차 산업을 빛낸 인물과 기관의 공적을 기리고, 새해에도 산업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시상식에는 자동차 업계 관계자와 기자협회 소속 기자 등 23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호세 무뇨스의 혁신상 수상은 단순한 경영 성과의 인정을 넘어선다. 그것은 한국 자동차 산업이 글로벌 리더십에 외국인의 역량을 개방했을 때 어떤 시너지가 생길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탄이다. 현재 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전기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중심화라는 거대한 전환의 한가운데 있는 만큼, 무뇨스의 지속적인 리더십이 앞으로의 현대차 운명을 크게 좌우할 것은 분명하다.
남은 과제는 이제 현대차그룹이 무뇨스의 고수익 경영 철학을 관계사들까지 확대 적용하고, 2030년의 야심찬 목표(연간 판매량 555만 대)에 도달할 수 있을지 하는 점이다. 새해 현대차의 행보가 더욱 주목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