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동차 안전 평가, 국제 기준과 괴리 드러나···"예방안전성" 기준 논란
한국 자동차 안전 평가(KNCAP)에서 테슬라 모델3와 포드 익스플로러가 낮은 등급을 받으며 국제 기준과의 괴리가 드러났다. 예방안전성 평가 기준의 차이가 문제로 지목됐고, 투명성 및 객관성 확보가 시급하다.
미국과 유럽에서 최고 등급을 획득했던 테슬라 모델3와 포드 익스플로러가 한국 정부 주도 자동차 안전도 평가(KNCAP)에서 의외의 낮은 등급을 받으며 신뢰도 문제가 제기됐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지난 17일 발표한 2025년 KNCAP 종합평가 결과에 따르면, 현대 아이오닉9, 팰리세이드, 넥쏘, 기아 EV4는 1등급(최우수)으로 선정됐다. 반면 테슬라 모델3는 4등급, 포드 익스플로러는 5등급(낙제)을 받았다. 이는 국내외 평가 간 현저한 괴리를 보여주는 결과이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포드 익스플로러 2024~2025년형에 5성(최고 등급)을 부여했으며, 미국 보험업자안전협회(IIHS)에서도 "톱 세이프티 픽(Top Safety Pick)" 상을 수상했다. 테슬라 모델3 또한 NHTSA와 유럽신차평가프로그램(Euro NCAP)에서 전 부문 5성을 획득했다.

'예방안전성' 평가 기준, 국제적 괴리 원인으로 지목돼
한국 평가와 해외 평가 간 괴리는 '예방안전성' 평가 항목의 기준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2025년 KNCAP에서 새롭게 강화된 예방안전성 분야는 자동차감지 비상자동제동(AEBS), 차로유지지원장치, 사각지대감시장치, 후측방접근충돌방지장치, 지능형최고속도제한장치, 긴급조향기능장치, 페달오조작방지장치 등 총 8개 항목으로 구성됐다.
테슬라 모델3는 외부통행자 안전성에서 86%의 높은 점수를 기록했으나, 예방안전성에서는 43%로 크게 하락했다. 특히 차로유지지원장치 평가에서 0점을 받은 것이 핵심 문제로 지목된다. 테슬라의 차선 이탈 방지 보조(LKA, Lane Keeping Assist) 기능은 차로 이탈 시 경고 또는 보조 역할에 그치는 반면, 한국 KNCAP은 직선 및 곡선 도로에서의 차로 중앙 유지(Lane Following Assist, LFA) 기능을 요구한다. 테슬라 차량은 해당 기능을 "오토파일럿" 메뉴에서 별도 설정해야 작동하는 구조로, 한국 평가기관은 이를 기본 차로유지지원장치로 인정하지 않았다.
포드 익스플로러 역시 사고예방 안전성에서 40%에 불과한 점수를 기록하며 최하 등급을 받았다. 이처럼 예방안전성 부문의 저조한 평가가 두 차량 모두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KNCAP 평가 규정은 3개 평가 분야(충돌안전성, 외부통행자 안전성, 사고예방 안전성) 중 '가장 낮은 등급이 전체 종합 등급을 결정'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충돌 안전성이나 외부통행자 안전성에서 우수 평가를 받더라도 예방안전성이 저조하면 종합 등급이 대폭 하락하는 구조다.
국제 평가 기관, 한국과 다른 평가 방식 고수
국제 안전 평가 기관들은 한국과 다른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NHTSA와 Euro NCAP는 충돌 안전성 평가와 능동 안전(능동형 충돌 회피 시스템) 평가를 분리하여 각각 별도의 등급을 부여한다. 이는 차량의 수동 안전(충돌 시 승객 보호)과 능동 안전(충돌 예방) 성능을 독립적으로 평가하는 철학을 반영한 결과이다.
2025년 KNCAP이 새롭게 강화한 예방안전성 평가 항목들이 한국 사회의 급증하는 교통사고 문제, 특히 고령층의 페달 오류로 인한 급발진 사고 등을 반영한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급가속 사고와 전기차 화재로 인한 탈출 불가 사고 등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점을 고려해 충돌안전성 분야에 다양한 평가항목을 신설했다"고 설명했다. 페달오조작방지장치 평가와 사고기록장치 평가를 신설한 배경 역시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그러나 차로유지지원장치처럼 국제 기준과 명확히 다른 평가 기준을 적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테슬라의 차선 이탈 방지 보조(LKA)는 시속 60km 이상에서 작동하는 능동형 안전 기능으로, 수동형 차로 중앙 유지 기능과는 기술적 구현 방식이 다르다. 한 전문가는 "한국 기준이 특정 기술 규격(spec)에 지나치게 집착할 경우, 다양한 기술 방식으로 동일한 안전 효과를 달성하는 차량들을 배제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KNCAP의 예방안전성 항목들은 한국 도로 환경과 운전 문화에 특화된 평가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해 도입된 비상자동제동장치(AEBS) 성능 평가 결과, 시속 40km 이상에서는 대다수 차량이 완벽한 제동에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 도로의 복잡하고 변동적인 환경(도시 교통, 급커브, 보행자 밀집 지역 등)을 반영한 결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렇다면 테슬라 모델3와 포드 익스플로러가 정말 "낙제 수준"의 차량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된다. 테슬라 모델3는 2022년 미국 신차 평가에서 "모든 평가 차량 중 가장 낮은 부상 확률을 기록"했으며, 포드 익스플로러는 IIHS 정측면 충돌(small overlap crash)과 측면 충돌(side crash) 테스트에서 "굿(Good)" 등급을 받았다. 이들 차량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안전성을 갖추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안전성 평가 목적"에 대한 재고 필요
결국 문제는 '안전성 평가의 목적'을 어디에 두는가에 달려있다. 전 세계 자동차 제조사들이 유럽 기준(Euro NCAP)을 최상의 표준으로 여기는 이유는 오랜 역사 속에서 다양한 차량 기술 방식을 포용하며 객관적 안전 효과를 측정해온 기술적 신뢰성 때문이다. 반면 한국 KNCAP이 기술 규격에 지나치게 구체적인 기준을 적용하면, 국제 시장에서 검증된 안전 기술도 국내에서는 "부적합" 판정을 받을 위험이 존재한다.
국토부가 2025년 평가에서 "급가속 사고와 전기차 화재"와 같은 한국 사회 현안을 반영한 것은 평가 프로그램의 역할 측면에서 타당하다는 평가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왜 이 기능이 필요한가', '해당 기능이 제공하는 안전 효과는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기준 변경이나 강화 시에는 국제 기준과의 '정합성'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한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수입 차량들은 모두 본국에서 최고 수준의 안전 평가를 받은 모델들"이라며 "한국의 평가 기준이 국제 기준과 큰 차이를 보이면, 결과적으로 소비자 혼란과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현대·기아차그룹이 KNCAP과 국제 평가에서 동시에 높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올해 미국 IIHS 평가에서 현대차 아반떼, 쏘나타와 기아 K4 등 3개 모델이 "톱 세이프티 픽 플러스(TSP+)" 최고 등급을 받았으며, 2025년에는 18개 차종이 선정되며 역대급 성적을 기록했다. 이러한 결과는 한국 평가 기준이 국산차에 유리하게 작동될 수 있다는 의심을 낳고 있다.
투명성·객관성 확보 시급, '기술 중립성' 원칙 고려해야
KNCAP 평가 기준의 투명성과 객관성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로유지지원장치처럼 기술 방식의 상이함으로 인한 점수 차별이 발생하는 영역에 대해서는 국제 기준 연계 및 기술 중립성(technology neutrality) 원칙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평가 기준 변경 시에는 사전에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전문가 자문을 거쳐야 하며, 변경 이유와 기준 설정 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자동차 안전도 평가는 '상품 구매 결정에 영향을 주는 공신력 있는 정보'이다. 한국의 KNCAP이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평가 결과가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는 수준의 객관성과 일관성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