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 대에 '소프트웨어' 밥값이 더 비싼 시대"…현대차가 드디어 본격 움직인 까닭
현대차그룹이 소프트웨어 중심 모빌리티 기업으로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 IT·SW 부문 인사를 단행했다. 첫 여성 사장인 진은숙 ICT 담당 사장과 류석문 현대오토에버 대표를 통해 SDV 및 자율주행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소프트웨어 플랫폼 회사로 변모를 꾀했다.
첫 여성 사장에 ICT 담당…현대차의 '소프트웨어 심장' 교체의 신호탄
현대자동차그룹이 24일 소프트웨어(SW)·IT 부문의 대표이사·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ICT 담당 진은숙 부사장(57세)을 사장으로 승진 발령한 것이 가장 핵심이다. 현대차 역사에 처음으로 여성 사장이 탄생했다. 단순한 인사가 아니다. 이번 인사는 현대차그룹이 '소프트웨어 중심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본격적인 전환을 선언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ICT 전문가' 진은숙의 3년 추적 기록
진은숙 신임 사장의 경력은 현대차그룹의 IT 전략이 얼마나 심각하게 전환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는 NHN의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으로, 2022년 현대차에 ICT본부장으로 입사한 지 3년 만에 사장에 올랐다. 흔치 않은 승진이다.
그가 이끌어낸 성과들을 보면 더욱 그렇다. 글로벌 원 앱 통합, 차세대 ERP(전사적 자원 관리) 시스템 구축 등 현대차 그룹 전체를 아우르는 거대한 IT 혁신 과제들을 주도해 왔다. 클라우드, 데이터, 플랫폼 등 핵심 기술 분야에서 확보한 전문성은 단순 관리자의 수준을 훨씬 넘는다. 개발자 중심의 조직 문화 정착까지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5년 3월 현대차 최초 여성 사내이사로 선임되었고, 이제 사장이 되었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여성 사장 3명을 보유하게 된다. 현대커머셜의 정명이 사장, 이노션의 김정아 사장에 이은 진은숙 사장의 합류다.
현대오토에버도 '개발자 출신'으로 교체
현대자동차그룹이 얼마나 진지한지는 다른 결정에서도 드러난다. 그룹의 소프트웨어 전문 계열사 현대오토에버의 대표도 개발자 출신인 류석문 전무(53세)로 교체했다.
류 신임 대표는 쏘카 CTO, 라이엇게임즈 기술이사 등 IT·모빌리티 분야 최고의 기술 리더들이 모이는 기업들을 거쳤다. 2024년 현대오토에버에 합류한 지 1년 만에 대표에 올랐다. IT 시스템 및 플랫폼 구축, 차량 소프트웨어 개발 등 핵심 프로젝트를 주도해 온 인물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SW 및 IT 부문에서 기술과 개발 역량을 갖춘 리더를 전면에 배치한 것이 특징"이라고 밝혔다.
왜 지금, '소프트웨어 심장'을 도려내는가?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테슬라, 애플, 샤오미 같은 기술 기업들이 앞다투어 자동차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이들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소프트웨어'다. 차량이 더는 엔진과 변속기의 기계가 아니라, 바퀴 달린 컴퓨터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이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전환을 중장기 성장축으로 삼은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2025년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되는 모든 차종에 무선(OTA, Over-the-Air)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기본 적용할 계획이다. 고객은 더는 서비스센터에 가지 않아도 집에서 차량의 기능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자율주행 기술 경로 조정과의 연결고리
흥미롭게도 이번 인사는 현대차의 자율주행 기술 전략 조정과도 맞물려 있다. 최근 현대차그룹은 완전 자율주행 기술 선도에서 벗어나, '양산 경쟁력과 안정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기술 로드맵을 조정했다. 고도 자율주행 기술 자체보다는 실제 고객 경험으로 연결 가능한 기술 고도화에 무게를 뒀다는 의미다.
이 과정에서 진은숙 신임 사장이 이끄는 그룹 IT·SW 조직의 역할은 더욱 커진다. 차량용 소프트웨어와 기업 IT 시스템을 하나의 플랫폼 관점에서 통합하고, SDV 구현을 위한 공통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된다. 글로벌 원 앱 통합, 차세대 ERP 구축 경험을 바탕으로 차량과 기업 시스템 간 데이터 연계를 강화하는 역할이 절실한 이유다.
현대오토에버, '개발자 리더십'으로 거듭나다
현대오토에버도 이번 인사를 계기로 위상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류석문 신임 대표 체제 아래에서 현대오토에버는 그룹 내 차량 소프트웨어, IT 플랫폼, 클라우드·데이터 인프라 개발의 핵심 실행 조직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자율주행과 SDV 전환 과정에서 그룹 내 개발 역량을 내재화하고, 외부 파트너 의존도를 낮추는 데 중추적 역할을 맡게 된다는 뜻이다. 류 대표는 개발자 출신이기에 개발 문화 혁신과 우수 개발자 양성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
과연 현대차는 '소프트웨어 회사'가 될 수 있을까?
현대차그룹의 야심은 크다. 글로벌 소프트웨어센터를 설립하고, 미래 모빌리티와 로지스틱스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중심의 모빌리티 디바이스와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자체 개발한 모빌리티 디바이스가 스마트폰 생태계와 연결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를 공개해 생태계를 조성할 계획이다.
현대차가 단순 자동차 메이커에서 '소프트웨어 플랫폼 회사'로 변신할 수 있을지가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다. 진은숙 사장과 류석문 대표라는 '기술 리더'의 투입으로, 그 변신의 속도가 얼마나 빨라질지에 업계의 눈이 쏠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