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km는 아직 새 차"…배터리 걱정 없이 평생 타는 차, 정비사들도 본인 차로 선택하는 이유
LPG 차량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단연 내구성이다. 프로판·부탄 혼합 연료를 기체 상태로 분사하는 방식 특성상 연소 과정에서 카본 찌꺼기가 거의 생성되지 않으며, 이로 인해 엔진 내부가 상대적으로 오염 없이 유지된다는 점은 정비 업계에서 일반적으로 인정하는 평가다.
가솔린 엔진이 장기 운행 시 피스톤과 밸브 주변에 찌꺼기가 쌓여 출력 저하와 소음·진동을 유발하는 반면, LPG 엔진은 같은 주행거리에서도 내부 마모가 더디게 진행된다. 실제 업계에서는 택시·렌터카 차량이 50만~80만km를 운행한 사례가 다수 확인되고 있으며, 일부 법인 차량은 70만km 이상 주행 후에도 시동성이 안정적이고 출력 저하가 거의 없다고 알려져 있다.
단순한 구조가 곧 경쟁력
내구성의 또 다른 축은 구조적 단순함이다. LPG 엔진은 자연흡기 방식을 채택한 경우가 많아 전자 부품 의존도가 낮고, 고장 징후를 사전에 감지하기가 비교적 수월하다. 정비사·택시 기사·엔지니어 등 차량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전문가 집단이 공통적으로 LPG를 선택하는 이유도 이 단순함에서 비롯된다. 복잡한 직분사 시스템이나 터보차저에 비해 소모품 교체 주기가 길고 수리비 부담이 낮다는 점도 장기 보유 운전자에게 실질적인 이점으로 작용한다.
연료비 절감, 숫자로 확인하다
운행비 측면에서도 LPG의 우위는 뚜렷하다. 한국자동차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LPG 차량은 동급 가솔린 차량 대비 약 60%의 비용 절감 효과를 낸다. 1km당 연료비는 전기차 50~80원, LPG 100~130원, 가솔린은 이보다 높은 수준으로 형성돼 있어, 매일 수백 킬로미터를 달리는 택시·대리운전 기사에게 LPG의 경제성은 월 수입과 직결된다. 신차 구매 단계에서도 그랜저 LPG가 동급 가솔린 모델 대비 약 177만 원 낮게 형성돼 있어 초기 비용과 운행비를 합산할 때 실질 부담 차이는 더욱 커진다.
셀프 충전 허용, 인프라 불편 해소
LPG 차량의 오랜 약점으로 지목되던 충전 불편함이 제도 개선으로 빠르게 해소되고 있다. 2025년 11월 28일부터 액화석유가스 안전관리법 개정으로 셀프 충전이 전면 허용됐으며, 전국 1,988개 충전소 가운데 약 800곳이 24시간 운영 중이다. 평균 충전 시간이 3분 이내인 점은 시간이 곧 수익인 영업용 운전자들에게 전기차 급속 충전(통상 20~40분)과 비교해 압도적인 현장 경쟁력을 제공한다. 국토부는 또 도넛형 LPG 내압용기의 최대 충전율을 기존 80%에서 85%로 상향하는 개정안을 입법예고해 1회 충전 항속거리도 늘어날 전망이다.
안전성 논란, 실제는 어떤가
LPG 차량에 대한 가장 흔한 오해 중 하나가 폭발 위험이다. 그러나 현행 LPG 차량에는 3중 안전 밸브와 고강도 봄베(가스통) 설계가 적용돼 있어 충돌 사고 시 안전성이 오히려 일반 가솔린 차량보다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환경부는 LPG 차량을 제2종 저공해차로 분류하고 있으며, 환경피해비용도 246원/L로 휘발유(601원/L), 경유(1,126원/L)보다 현저히 낮다. 질소산화물 등 유해 물질과 온실가스 배출량 역시 가솔린·경유 대비 대폭 낮은 수준으로 탄소중립 전환 과정에서 현실적인 교량 역할을 담당할 연료로 주목받고 있다.
2026년 시장, LPG의 현주소
2026년 3월 기준 국내 LPG 차량 누적 등록 대수는 183만 대(전체의 7.1%)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시장 흐름은 녹록지 않다. 2026년 1분기 중고차 시장에서 LPG 차량 거래량은 전년 동기 대비 11.8% 감소한 3만 6,433대에 그쳤으며, 전기차(+48.7%)·하이브리드(+22.6%)와 대조를 이뤘다. 신차 시장에서도 모델 수 제한이 점유율 하락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2025년 말 QM6 LPG 모델이 단종되면서 소비자 선택의 폭이 좁아진 점도 시장 위축에 일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주행 업무용 운전자 시장에서의 입지는 여전히 견고하다. 검증된 내구성과 낮은 운행비를 체감해 온 베테랑 운전자들 사이에서 "30만km 이후가 전성기"라는 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전동화 전환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LPG는 고액 배터리 교체 부담 없이 실용적 운행이 가능한 현실 대안으로, 당분간 틈새시장의 강자 자리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