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역주행 선택, 연비 규제 완화로 자동차 산업은 기로에 서다

트럼프 행정부가 자동차 연비 규제를 대폭 완화하며 내연기관차에 힘을 실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전환 정책을 역행하는 조치로, 자동차 업계의 혼란과 환경 단체의 비판을 초래했다. 과연 이 정책이 소비자와 환경 모두에 이로울지 의문이 제기됐다.

트럼프의 역주행 선택, 연비 규제 완화로 자동차 산업은 기로에 서다
트럼프의 역주행 선택, 연비 규제 완화로 자동차 산업은 기로에 서다

—전기차 정책 폐기 연속, 소비자 이익인가 환경 파괴인가?

31% 대폭 낮춘 연비 기준, 실체가 뭔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25년 12월 3일 백악관에서 기업평균연비제(CAFE) 기준을 대폭 완화한다고 발표했다. 2031년식 신차 기준으로 갤런당 50.4마일에서 34.5마일로 무려 31%를 낮춘 것이다. 현지 환율로 환산하면 리터당 21.4㎞에서 14.6㎞로 하락하는 것으로, 현재 미국의 평균 신차 연비 기준(리터당 11.9㎞)보다는 높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목표로 했던 수준에서 크게 후퇴한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상식의 승리"라고 표현했다. 포드,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 등 미국 3대 자동차 기업의 경영진들이 행사에 참석해 환영했으며, 짐 팔리 포드 CEO는 "상식과 경제성의 승리"라고 반겼다.

가솔린차 우위 전략, 트럼프의 진짜 의도

이번 규제 완화는 고립된 조치가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신규 전기차 구매 시 제공되던 최대 7,500달러 연방 세액공제를 폐지했고, 2035년부터 캘리포니아주가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금지하려던 법안을 무력화했다. 이번 결정은 일관된 친 내연기관·반 전기차 정책의 연장선에 있다.

백악관은 이번 조치가 향후 5년간 미국 가계에 총 1,090억 달러(약 160조 원)를 절감하게 하며, 신차 가격이 평균 1,000달러(약 147만 원) 인하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고물가로 정치적 압박을 받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소비자 부담 완화라는 명분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제조사 강타, 규제 벌금까지 면제해줬다

연비 규제 완화의 수혜자는 누구인가? GM과 스텔란티스처럼 연비가 낮은 대형 가솔린 자동차 판매에 주력해온 업체들이다. 이들은 지난 수년간 CAFE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벌금을 부과받아 왔는데, 지난 7월 트럼프 주도의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에 이 벌금 폐지 조항이 포함됐다. 말하자면 규제를 완화해주고 기존 벌금까지 면제해준 셈이다.

반면 도요타나 테슬라처럼 연비 개선 기술에 집중 투자해온 기업들은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특히 GM은 과거 2035년까지 100% 전기차만 판매하겠다고 공언했다가 최근 수십억 달러 규모 투자 대상을 전기차에서 내연기관차로 전환했으니, 이번 규제 완화는 GM의 "우를 입증하는" 결과가 됐다.

환경단체 맹비난, 기후정책 후퇴 수순

환경단체들의 반발은 즉각적이었다. 생물다양성센터의 댄 베커 기후·교통 담당 국장은 "자동차 제조사들은 기름을 많이 먹고 더 많은 오염을 발생시키는 차종을 더욱더 많이 만들게 될 것"이라며 "소비자들도 주유소에서 더 많은 돈을 쓰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전(前) 환경보호청장 지나 매카시는 더욱 날카로운 평가를 했다. "이번 조처가 전기차로의 전환을 늦춰 결과적으로 미국 자동차산업에 해를 끼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욕타임스도 "연방 차원의 기후대응 수단 중 하나가 사실상 제거됐다"는 평가를 내렸다.

정책 진자처럼 오락가락, 업계 혼란 이루 말할 수 없다

역설적이게도 자동차 업계 내부에서는 정책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로펌 홀랜드앤드나이트의 로비스트 리치 골드는 "자동차 산업은 10년을 내다보고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현재의 혼란과 불확실성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한 마디로 연비 규제는 선거마다 오락가락한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강화되고, 트럼프 1기에서 완화되고, 바이든에서 다시 강화되고, 트럼프 2기에서 또 완화된다. 이러한 반복은 자동차 기업들의 장기 투자 전략을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다.

석유업계는 박수를 쳤다. 미국석유협회(API)의 마이크 소머스 회장은 "미국 운전자들의 승리"라며 "오늘날 시장의 현실을 인정한 상식적 조처"라고 평가했다.

기술 진보의 양날, 누가 정말 이기는가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1,000달러 신차 가격 인하"는 정말 현실화될까? 이론적으로는 연비 기술 개발 비용이 감소하면 가격 인하의 여지가 생긴다. 하지만 실제로 그 효과가 소비자에게까지 전달될지는 별개의 문제다.

오히려 우려해야 할 점은 다르다. 연비 규제 완화로 인한 환경오염 심화, 에너지 효율 기술 발전의 지연, 그리고 장기적인 유가 상승 시 소비자들이 더 큰 고통을 받을 가능성이다. 또한 미국 자동차산업의 글로벌 경쟁력도 약화될 수 있다. 유럽이나 일본은 여전히 강력한 연비 기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책 패러독스의 수순

결국 이번 규제 완화의 진정한 수혜자를 따져보면, GM과 스텔란티스 같은 대형 자동차 기업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비자를 위한" 조치라고 했지만, 실제 의도는 정치적 지지층인 노동계급의 표심을 사기 위한 것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전기차 산업은 차별을 받고, 환경은 악화되며, 업계는 혼란에 빠진다. 그런데 신차 가격은 과연 내려갈까? 이것이 트럼프의 자동차 정책이 남긴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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