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나비효과" 전기차 프로젝트 전면 중단하고 한국 버리는 혼다의 충격적 근황

혼다코리아가 올해 말 한국 자동차 시장 철수를 전격 발표했다. 작년 9월 30일 미국 전기차 세액 공제 폐지와 4분기 판매 36% 급락, 2020년 대비 중국 판매량 60% 감소(작년 64만 5,000대) 등 글로벌 악재로 약 6조 5,000억 원의 순손실이 발생했다. 한국 판매량 역시 작년 1,951대로 전년 대비 22%, 전성기 대비 80% 급감하며 사업 유지가 불가능해졌다.

"트럼프 나비효과" 전기차 프로젝트 전면 중단하고 한국 버리는 혼다의 충격적 근황
'기술의 혼다' 23년 만의 퇴장, 혼다코리아 자동차 사업 전격 철수 선언

수입차 대중화 이끌던 거인의 마지막 기자회견

2026년 4월 23일, 서울 코엑스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이지홍 혼다코리아 대표이사의 목소리는 냉정했으나 그 내용은 파괴적이었다. 이 대표는 이날 회견을 통해 올해 말을 기점으로 국내 자동차 판매 사업을 공식 종료한다고 선언했다. 2003년 한국 시장 진출 이후 23년 만에 내린 종지부다. 한때 수입차 브랜드 최초로 '연간 1만 대 판매'라는 이정표를 세우며 시장의 판도를 바꿨던 거인의 퇴장은 국내 자동차 시장에 단순한 브랜드 철수 이상의 전략적 충격을 던지고 있다.

이번 결정은 전날 일본 본사 경영진과의 긴급 회의를 거쳐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의 혼다'라는 자부심으로 무장했던 이들이 한국 시장에서 핸들을 놓게 된 배경에는 급변하는 글로벌 공급망의 위기와 수익 구조의 처참한 붕괴가 자리 잡고 있다. 한때 수입차 대중화의 상징이었던 브랜드가 왜 퇴출에 가까운 정리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이면에 숨겨진 거시적 결함에 주목해야 한다.

전성기 대비 80% 폭락, 공급망의 역습에 무너진 수익성

혼다코리아의 몰락을 보여주는 가장 정직한 지표는 판매량이다. 지난해 혼다코리아의 자동차 판매량은 1,951대에 그쳤다. 이는 재작년 대비 22% 감소한 수치이며, 연간 1만 2,356대를 기록했던 2008년 전성기와 비교하면 무려 80% 이상 폭락한 처참한 성적이다. 시장 점유율은 1%대로 추락했고, 수입차 순위는 16위까지 밀려났다.

이러한 수치적 궤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구조적 불능 상태에 빠진 수익 모델이다. 혼다코리아는 국내 판매 물량 전량을 미국 오하이오 공장에 의존해왔다. 하지만 최근 원·달러 환율이 1,950원대까지 급등하면서 '공급망의 역습'이 시작됐다. 달러로 물량을 결제해야 하는 상황에서 고환율은 수입 원가의 폭등을 초래했고, 이는 파격적인 가격 정책을 펼치던 혼다에게 치명적인 '전략적 패착'이 되었다. 어코드와 CR-V 등 노후화된 라인업과 전동화 모델의 부재 역시 소비자들의 냉담한 외면을 자초했다. 결국 혼다는 고환율이라는 외부 압박과 제품 경쟁력 약화라는 내부 결함이 맞물리며, 더 이상 한국에서 차를 팔수록 손해가 나는 막다른 길에 다다랐다.

6조 5천억 원의 적자 전망, 글로벌 전기차 전략의 전면 수정

혼다코리아의 철수는 본사가 직면한 사상 초유의 글로벌 위기와 궤를 같이한다. 혼다 본사는 이번 회계연도에 최대 6,900억 엔(약 6조 5,000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상장 이후 69년 만에 처음 맞이하는 기록적인 적자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작공장 건물을 약 4조 2,000억 원에 다시 매각하기로 한 공시는 혼다의 글로벌 'EV 유턴' 전략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증거다.

이러한 전면적 후퇴의 도화선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였다. 작년 9월 30일 전기차 세액 공제가 폐지된 이후, 북미 시장의 4분기 판매량은 36% 급락했다. 이에 혼다는 양산 준비가 임박했던 차세대 전기차 '제로(0) 시리즈'의 세단(살룬)과 SUV 모델 개발을 중단했고, 프리미엄 브랜드인 '아큐라 RSX'와 소니 합작 프로젝트 '아필라(AFEELA)'마저 전면 백지화했다. 한때 연간 162만 대를 팔던 중국 시장 역시 비야디(BYD) 등 현지 브랜드의 공세에 밀려 판매량이 64만 5,000대(60% 감소)로 쪼그라들었다. 한국 시장 철수는 이러한 글로벌 전동화 실패에 따른 '살을 깎는 구조조정'의 일환인 셈이다.

이륜차 사업에 거는 고육지책, 생존을 위한 체질 개선

자동차 사업부를 정리하는 대신 혼다코리아는 국내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모터사이클 부문에 역량을 결집할 방침이다. 혼다의 이륜차 사업은 지난해 약 4만 3,000대를 판매하며 국내 시장 점유율 40%를 차지하는 등 여전히 견고한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과 동남아시아에서 물량을 수급하는 모터사이클 사업은 미국산 자동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환율 리스크에서 자유롭다는 이점도 있다.

이지홍 대표는 자동차 판매 종료 후에도 기존 고객을 위한 유지관리 및 부품 공급 서비스를 최소 8년 이상 지속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하지만 자동차 사업부 인력 약 20~30명을 재배치하고 서비스 거점을 유지하는 것만으로, 이륜차 전문 브랜드가 기존의 방대한 기업 인프라를 지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번 결정은 단순히 비효율 사업을 접는 수준을 넘어, 가장 자신 있는 분야에만 집중해 생존을 도모하려는 벼랑 끝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일본 자동차 브랜드의 무덤이 된 한국과 기술 자부심의 종말

닛산에 이어 혼다까지 한국 시장을 떠나면서 국내 수입차 지형도에서 일본 대중차 브랜드는 도요타만 남게 되었다. 한때 '내구성'과 '경제성'을 앞세워 한국 안방을 점령했던 일본차의 몰락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산차 브랜드의 비약적인 기술 발전과 전동화 대응 속도, 그리고 가성비를 무기로 한 중국 브랜드의 공세 사이에서 일본차가 간직했던 '기술적 자부심'은 이미 실체를 잃었다.

혼다의 사례는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 뼈아픈 교훈을 남긴다. 전동화 전환이라는 거대한 파고 속에서 정책 변화와 환율 리스크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한 기업은 아무리 화려한 과거를 가졌더라도 도태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카나리아'처럼 먼저 쓰러진 혼다코리아의 퇴장은 무한 경쟁 시대로 접어든 한국 자동차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보여주는 동시에, 일본 자동차 산업이 직면한 거대한 황혼기를 상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