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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FSD 감독형, 한국 상륙 임박...아시아 첫 출시국 부상

최규현

13 11월 2025 — 9 min read

테슬라가 한국 시장에 완전자율주행(FSD) 감독형 서비스 출시를 공식 선언하며 국내 모빌리티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테슬라코리아는 지난 12일 공식 X(구 트위터) 계정을 통해 "FSD 감독형, 다음 목적지: 한국, 곧 출시(Coming Soon)"라는 메시지와 함께 국내 도로에서의 자율주행 시연 영상을 공개했다. 이는 한국 시장에 대한 FSD 출시 계획을 공식화한 첫 사례로, 테슬라의 첨단 자율주행 기술이 한반도에 상륙할 준비를 마쳤음을 시사한다.

실제 한국 도로 시연으로 출시 구체화

테슬라가 선보인 시연 영상에는 운전자가 핸들에서 손을 뗀 채 서울의 주차장과 실제 도로에서 자동 차선 변경, 교차로 통과, 자동 주차 등 FSD 감독형의 주요 기능을 수행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차량은 복잡한 도심 환경에서도 내비게이션 경로를 따라 능숙하게 주행하며 기술적 완성도를 과시했다.

테슬라코리아는 해당 영상이 "미국에서 수입된 미국 규격 시제품 차량을 사용해 안전 운전자가 테스트 단계에서 촬영된 것"이라고 밝혀, 현재 한국에서의 실질적인 주행 테스트가 진행 중임을 시사했다.

이번에 한국에 도입될 감독형 FSD는 완전한 자율주행이 아닌, 운전자의 지속적인 주의와 개입이 요구되는 'Level 2~3' 수준의 기술이다. 테슬라코리아는 "감독형 FSD는 완전한 자율주행 기능이 아니며 모든 장애물, 도로, 교통상황을 완벽히 인식하지 못할 수 있어 운전자는 항상 주의를 유지하고 즉시 제어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해 7월 미국에서 일반 소비자에게 처음 배포된 버전으로, 차량이 독자적으로 가속, 제동, 조향 결정을 내리지만 운전자의 감독이 필수적으로 전제된다.

한국, 아시아 첫 FSD 출시국 가능성...시장 기대 증폭

테슬라의 글로벌 FSD 확장 전략 속에서 한국의 위상은 주목할 만하다. 현재 FSD는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서비스 중이며, 지난해 말 유럽과 중국 상용화 계획이 발표된 바 있다. 최근 일본에서도 FSD 시험 주행이 시작된 가운데, 한국이 아시아 지역에서 FSD 감독형을 처음으로 상용화하는 국가가 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이러한 전략적 결정에는 여러 배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첫째, 지난 9월 26일 유엔유럽경제위원회(UNECE)가 Regulation 171을 통해 '운전자 지원 시스템(DCAS)'에 관한 새로운 국제 기준을 공식 발효하며 감독형 자율주행의 법적 기반이 국제적으로 확립되었다. 둘째, 한국이 '자율주행차 상용화 특별법'을 시행하여 운전자 개입이 요구되는 자율주행 기능의 운용이 제도적으로 가능해진 점이다. 셋째, 테슬라의 인공지능 기반 '엔드 투 엔드(End-to-End)' 신경망 모델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테슬라 모델Y, 한국 수입차 시장 판도 변화 주도

한국 시장에서 테슬라의 급변하는 위상은 FSD 출시의 파급력을 짐작하게 한다. 테슬라 모델Y는 합리적인 가격과 강력한 경쟁력으로 한국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2025년 1월부터 10월까지 테슬라 모델Y의 누적 판매량은 3만759대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10.3% 증가했다. 이는 국내 수입차 단일 모델이 연간 판매량 3만 대를 돌파한 역대 첫 사례로 기록됐다.

더욱 놀라운 점은 모델Y가 BMW 520(1만2,408대)과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등 전통적인 강자들을 넘어선 판매량을 기록했다는 사실이다. 2025년 1월부터 10월까지 모델Y 롱레인지를 포함하면 총 4만747대가 팔려 테슬라 전체 판매량 4만7,962대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같은 기간 국내 전기차 등록대수가 19만522대임을 고려할 때, 국내 신규 전기차 구매자 5명 중 약 1명이 테슬라 모델Y를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FSD 본 기능 제공으로 국내 소비자 기술 격차 해소 기대

현재 한국 테슬라 오너들은 FSD 옵션을 구매했음에도 불구하고 북미나 중국에서 제공되는 핵심 기능들을 온전히 경험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국내에서는 '네비게이트 온 오토파일럿(NOA)', 자동 차선 변경, 자동 주차 등 일부 기본 기능만 활성화되어 있다. FSD의 핵심 기능인 도시 주행 모드(교통신호 인식, 정지 표지판 제어, 도시 도로 자동 조향 등)는 여전히 비활성화 상태다. FSD 감독형의 출시는 이러한 기능적 격차를 해소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테슬라는 이미 한국 시장 진출을 위한 기술적 준비에 착수했다. 테슬라 차량의 내비게이션 시스템에 T맵의 경로 안내 그래픽을 연동하고, 한국 고속도로 톨게이트 위치를 인지해 자동으로 감속하는 기능을 구현했다. 또한 신호등 정보 수집을 꾸준히 진행 중이며, 원격 차량 호출 기능 역시 시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규제 환경 성숙...미국 규격 차량 우선 적용 전망

FSD의 한국 출시에 있어 차량 인증 절차는 중요한 고려 사항이다. 현재 한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테슬라 차량의 80% 이상이 중국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생산된 중국 규격 차량인데, 이들이 한국의 안전 기준을 충족할 수 있을지가 변수로 지목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초기 단계에서는 미국 규격 차량을 중심으로 FSD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미국산 자동차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한국 안전기준을 자동으로 충족하기 때문이다.

한국 자동차 산업 전문가는 "감독형 FSD는 기술적으로 한국 도입이 가능하나, 국내 도로법 및 안전 기준과의 충돌 가능성이 핵심 쟁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테슬라의 FSD 도입을 공식적으로 막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기업의 자기인증제도를 활용해 FSD 기능 배포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자율주행 시대 새 장 개막...한국, 아시아 선도국 부상 주목

테슬라 FSD의 한국 상륙은 국내가 자율주행 기술 개발은 물론, 실제 시장 상용화에서도 글로벌 경쟁을 주도할 역량을 갖추었음을 증명한다. FSD가 활성화될 경우, 한국의 도로 주행 데이터가 테슬라의 글로벌 인공지능 학습 시스템에 반영되어 향후 완전 자율주행 (Level 4) 전환에도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한국이 2020년 세계 최초로 Level 3 부분 자율주행 시스템의 안전 기준을 법제화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Level 4 자율주행의 경우, 독일이 2021년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세계 최초로 상용화를 허용했으며, 일본 또한 Level 4 법규를 정비했다. 우리 정부는 2027년을 Level 4 상용화 원년으로 목표 삼고 있으며, 테슬라와 현대자동차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기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규제 문제 해소에 대한 가시적인 합의가 전제될 경우, 향후 1~2년 내 서울 등 주요 대도시를 중심으로 제한적인 형태의 FSD 서비스가 시작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테슬라 FSD의 한국 상륙은 국내가 자율주행 기술 개발은 물론, 실제 시장 상용화에서도 글로벌 경쟁을 주도할 역량을 갖추었음을 증명한다. 아시아 최초로 FSD 감독형을 경험하게 될 한국의 운전자들과 자동차 산업이 이 거대한 변화를 어떻게 수용하고 발전시킬지가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