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문, 갇힌 목숨" 테슬라 모델 3의 악몽 같은 설계 결함, 미국 당국이 나섰다
미국 안전 당국이 테슬라 모델 3의 비상 문 개방 장치 결함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비상시 접근이 어렵고 식별이 모호해 인명 사고 우려가 커졌다. 지난 10년간 테슬라 차량 화재로 15명 이상이 사망했고, 미니멀한 설계가 안전을 위협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테슬라 비상 도어 개방 장치 설계 결함, 지난 10년간 최소 15명 사망 현황까지 불거져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테슬라 모델 3의 생명을 위협하는 비상 문 개폐 장치에 대한 공식 결함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달 조지아주의 한 테슬라 소유자가 화재 상황에서 차량에 갇혀 발로 창문을 깨고 탈출했던 극적인 생존 사례가 촉발한 이번 조사는, 미니멀한 디자인을 추구하다 안전을 외면해온 테슬라의 설계 철학을 정면으로 질문하게 만들고 있다.
"불타는 차 안에서 길을 잃다": 소비자의 생존 증언
이번 조사의 발단이 된 인물은 케빈 클라우스다. 그는 지난해 2023년 자신의 모델 3가 화재로 내부가 불타오르자 비상 탈출을 시도했다. 하지만 기계식 비상 문 열림 장치의 위치를 전혀 몰랐던 클라우스는 당황했다. 차량 인도 시 설명받은 적도 없었고, 표시도 없었으며, 무엇보다 비상 상황에서는 직관적으로 찾을 수 없는 설계였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뒷좌석으로 기어가 다리로 뒤쪽 창문을 깨고서야 탈출할 수 있었다.
"비상시 기계식 문 열림 장치의 위치를 알지 못했습니다. 눈에 띄는 표시가 없고, 차량 인도 시 설명도 없었으며, 비상 상황에서 직관적이지 않았습니다. 실내가 불타는 가운데 탈출하기 위해 뒷좌석으로 기어가 다리로 뒤쪽 창문을 깨야 했습니다"
클라우스의 호소는 단순한 개인의 불만이 아니었다. 지난달 그가 NHTSA에 제출한 청원은 테슬라의 설계 결함이 비상 상황에서 얼마나 위험한지를 명확히 제시했고, 이에 따라 NHTSA의 결함조사국(ODI)은 공식적인 평가 절차를 시작했다.
17만 대 이상, 설계 결함의 전모는?
NHTSA가 이번 조사(결함 청원 DP25002)의 대상으로 지정한 차량은 2022년형 테슬라 모델 3으로, 약 17만 9,071대에 달한다. 당국은 이들 차량의 기계식 비상 문 열림 장치가 "숨겨져 있고, 표시가 없으며, 비상시 직관적으로 찾을 수 없다"는 주장을 검토하고 있다.
테슬라의 도어 설계 문제는 결국 일론 머스크의 미니멀 철학에서 비롯됐다. 블룸버그의 조사 보도에 따르면, 모델 3 개발 당시 엔지니어들이 전동식 도어 손잡이의 잠재적 안전성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머스크는 아이폰처럼 깔끔한 디자인을 고집했다. 그는 모든 기능이 버튼이나 터치스크린으로 통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미래지향적 설계를 강행했던 것이다. 전동식 도어 손잡이는 차량의 시각적 미니멀리즘을 극대화하고, 부품 수를 줄여 원가를 낮추는 부수적 이점도 있었다.
하지만 이 선택의 대가는 가혹했다.
"지난 10년간 최소 15명이 불에 타 죽었다": 블룸버그의 충격적 분석
블룸버그 통신이 경찰, 소방, 부검 기록 등 수천 장의 공개 문서를 분석한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지난 10년간 테슬라 차량 화재 후 문을 열지 못해 사망한 사례가 최소 15명에 달했던 것이다. 이는 단순한 '우발적 사고'가 아닌, 설계 결함으로 인한 구조적 문제임을 시사한다.
가장 최근의 참극은 지난달 위스콘신주에서 벌어졌다. 모델 S의 5명 탑승자가 화재 발생 후 문을 열지 못해 전원 사망했고, 이에 대한 소송이 제기되기도 했다. 또 다른 사례는 2023년 1월 워싱턴주 태코마에서 발생했다. 부부인 제프리와 웬디 데니스가 모델 3를 타고 있던 중 차량이 갑자기 제어 불능 상태로 가속해 전신주에 충돌한 후 화재가 발생했다. 현장의 선의 있는 시민들이 야구 배트로 창을 깨려 애썼지만, 전동식 도어 손잡이가 작동하지 않아 결국 웬디는 사망하고 제프리는 화상을 입었다.
전문가들은 수년째 지적해온 문제다. 테슬라 차량의 전동식 도어는 대부분 차량의 12V 시스템에 의존하는데, 심각한 충돌이나 화재 상황에서는 이 시스템의 전력이 끊길 수 있다. 이런 경우 기계식 백업 장치를 사용해야 하는데, 뒷좌석의 수동 레버는 시각적으로 식별하기 어렵고, 특히 뒷좌석 탑승객이나 어린이가 찾기는 더욱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오랜 지적이다.
모델 Y에서도: 배터리 방전으로 갇힌 아이들
테슬라의 도어 설계 문제는 모델 3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NHTSA는 지난 9월 모델 Y의 도어 결함에 대해 별도의 조사(PE25010)를 시작했다. 당시 문제는 더욱 심각했다. 12V 배터리가 방전되자 외부에서 문을 열 수 없게 되었고, 결국 뒷좌석의 어린이들이 갇혔던 것이다. 9건의 신고 사례 중 4건에서는 어른들이 창문을 깨야만 아이들을 구출할 수 있었다.
뒷좌석 어린이가 비상 탈출을 시도하려면 도어 아래의 플라스틱 패널을 들어 올리고 수동 레버를 당겨야 한다. 하지만 어린 아이들이나 카시트에 고정된 유아가 이를 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다.
설계 철학과 규제 공백의 충돌
흥미롭게도 테슬라는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 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에서 테슬라는 연방 자동차 안전 기준(FMVSS)이 기계식 도어 개폐 장치를 명시적으로 요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동식 도어 손잡이라는 개념 자체가 이 기준이 제정될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각지대가 생겼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는 기술 혁신으로 인한 규제 공백을 악용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유럽 운송안전위원회도 전동식 도어에 대한 명확한 규제를 요구하고 있다. 독일에서 발생한 사고에서 아버지와 두 명의 자녀가 차량에 갇혀 화재로 사망했던 사례도 같은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NHTSA의 결정이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는가
현재 NHTSA의 조사는 청원 평가 단계에 있다. 당국은 여전히 "청원을 인용할지 기각할지"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블룸버그의 15명 사망 분석과 모델 Y의 선례를 감안하면, 결함 인정 가능성은 상당해 보인다.
만약 결함이 인정된다면, 대규모 리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리콜은 수동 장치의 위치를 스티커로 표시하거나, 더 나아가 눈에 띄는 수동 레버를 추가로 장착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수 있다. 다만 테슬라가 자신의 미니멀 디자인 철학을 포기할 의사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업계와 소비자들의 반발
일부 오토모티브 커뮤니티는 테슬라의 설계를 옹호하기도 한다. 모델 3의 앞좌석 수동 레버는 실제로 충분히 직관적이며, 많은 신규 탑승객들이 실수로 이를 잡아 창문 트림을 손상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문제는 뒷좌석과 응급 대응 인력의 접근성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종합적 진단
NHTSA의 조사는 기술 혁신과 안전 사이의 긴장관계를 드러내는 상징적 사건이다. 일론 머스크의 미니멀 디자인 철학이 비용 절감과 브랜드 정체성의 측면에서는 성공했지만, 생명과 직결된 긴급 상황에서는 기초적인 안전 원칙을 무시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다.
블룸버그가 확인한 15명의 사망자, 그리고 클라우스처럼 극적으로 생존한 수많은 운전자들의 증언은 이제 더 이상 무시될 수 없는 증거다. NHTSA가 청원을 인용하고 결함을 인정한다면, 이는 단순한 리콜을 넘어 테슬라의 설계 문화 자체에 메스를 대는 신호가 될 것이다. 반대로 기각한다면, 규제 당국이 소비자의 목숨보다 기업의 미니멀리즘을 우선시한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차량이 불타오르는 순간, 깔끔한 디자인이 과연 얼마나 중요할까. 미국 당국의 최종 결정이 이 물음에 어떤 답을 내릴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