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사들의 '적자 악순환'...5년 만에 보험료 인상 현실화되나
대형 손해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90%를 넘어서며 6천억 원대 적자가 예상됐다. 4년 연속 보험료 인하와 원가 상승이 겹치며 5년 만의 보험료 인상이 현실화되는 상황을 분석했다.
지난해 2000억 원대 순익을 거둬들이던 손해보험사들이 올해 6000억 원대 적자 전환에 직면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92%를 넘어서면서 수익성 악화라는 '구조적 지뢰'가 터지기 시작했다. 4년 연속 보험료 인하 정책이 누적되고, 부품비·정비수가·의료수가 등 원가 상승 요인들이 겹치면서 손보업계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적자의 늪'에 빠진 손보업계
11월 기준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 대형 4개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92.1%로 집계됐다. 이는 9월의 94.1%에 이어 불과 2개월 만에 다시 90%대로 진입한 수치였다. 손보업계가 손익분기점으로 설정한 손해율이 80%인 점을 감안하면, 92.1%는 보험료 수입만으로는 보험금 지급을 감당할 수 없는 '적자 구간'이었다.
올해 누적 손해율은 더욱 심각했다. 1월부터 11월까지의 누적 손해율은 86.2%로, 전년 동기 대비 3.8%포인트 상승했다. 손보사별로 보면 삼성화재는 92.6%, KB손해보험은 92.2%, 메리츠화재는 92.0%, 현대해상은 91.8%, DB손보는 91.7%를 각각 기록했다. 대형 손보사 모두가 90%대의 손해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적자 규모로 보면 더욱 충격적이었다. 올해 손보업계 전체의 자동차보험 손익은 적자 규모가 6000억 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2019년의 1조 6445억 원 적자 이후 6년 만에 최대 규모의 손실이었다. 지난해 자동차보험에서만 2000억 원이 넘는 순익을 낸 대형 4개 손보사들 역시 올해는 5년 만에 적자 전환이 불가피한 상태였다.
보험료 인하 4년 누적 악재, 원가 상승으로 '완벽한 폭탄'
손해율 급등의 핵심 원인은 보험료와 원가 간의 심각한 괴리에 있었다. 손보사들은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보험료를 인하해왔다. 이는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정책 압박 속에서 이루어진 결정이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자동차 수리비·부품비·정비수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보험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자동차 수리비 물가지수 상승률은 지난해 각각 2.3%와 2.4%를 기록했지만, 자동차보험료 물가지수 상승률은 -2.8%였다. 즉, 보험회사는 보험료는 깎으면서 보험금은 더 많이 지급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었다.
사고당 손해액도 급증했다. 2024년 기준 자동차 사고 경상 환자에 대한 과잉 진료 문제도 심각했다. 보험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상해급수 12~14급의 경상환자 1인당 실질 치료비는 2013년 18만 7000원에서 2022년 83만 9000원으로 10년 새 4.8배 증가했다. 의료 인플레이션이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가파르게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었다.
최저임금 상승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었다. 자동차 정비 인건비가 올라가면서 수리비 전반이 상승했고, 이는 직접적으로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규모를 확대시켰다. 결국 보험료는 깎고, 보험금은 늘어나는 악순환이 만들어졌다.
폭설·빙판길까지... 겨울철 손해율 악화 우려
향후 손해율 개선 전망도 밝지 않았다. 겨울철은 역사적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가장 높은 시기였기 때문이었다. 폭설로 인한 차량 침수, 빙판길 사고, 배터리 고장 등이 집중되는 계절이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대형 4개 손보사의 11월과 12월 평균 손해율은 각각 92.4%와 94.3%였다. 올해도 계절적 패턴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실제로 7월 집중호우 때 손해율이 큰 폭으로 상승한 사례가 있었다. 2025년 7월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92.1%를 기록했으며, 당시 지난달 자동차보험 판매 손보사 12곳에 접수된 침수 피해 차량은 3874대, 추정 손해액은 388억 6200만 원 수준이었다. 자연재해 발생 시 손해율이 급등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5년 만의 보험료 인상' 현실화되는 중
손보사들과 금융당국 간 보험료 인상을 둘러싼 '줄다리기'가 벌어지고 있다. 업계 1위 삼성화재는 이미 내년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공식화했고, 다른 대형 손보사들도 인상 시기와 폭을 두고 협의 중이다. 이는 2020년 이후 처음으로 보험료를 올리는 결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손보사들이 요구하는 인상폭은 최소 3~5% 수준이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서민 물가 부담을 고려해 인상폭을 낮추려 하고 있다. 현재 협의 수준은 최소 1% 중반대로 거론되고 있다. 1% 중반 정도 인상 시 1인당 평균 1만 원 정도의 추가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경상 환자 과잉 진료와 부품·수리비·최저임금 인상 등 원가 상승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지난해 적자를 면했던 대형 보험사들도 올해는 대규모 적자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구조적 악재 해소에 정책 개입 필요
손보사들과 금융당국이 마주한 딜레마는 명확했다. 손보사들은 경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보험료 인상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정부는 서민 물가 상승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다만 현재 추이라면 보험료 인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합산비율(손해율 + 사업비율)이 100%를 초과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손보사들의 적자 규모는 계속 확대될 수밖에 없다. 보험업계 추정에 따르면 합산비율이 1%포인트 상승할 때마다 1600억~1800억원의 적자가 발생한다. 올해는 이미 100%를 넘긴 상황이었다.
손보사들의 경영 위기는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 자동차보험료 인상이 현실화되면서 운전자들의 보험료 부담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경상 환자 과잉 진료 적폐 개혁, 정비·의료수가의 합리적 조정, 그리고 보험료 결정 메커니즘의 근본적 개선이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통계
| 항목 | 수치 | 출처 |
|---|---|---|
| 11월 자동차보험 손해율 | 92.1% | 손해보험협회 |
| 9월 자동차보험 손해율 | 94.1% | 손해보험협회 |
| 1~11월 누적 손해율 | 86.2% | 손해보험협회 |
| 올해 예상 적자 규모 | 6000억 원대 | 손해보험업계 |
| 경상환자 진료비 증가율(2013~2022) | 4.8배 | 보험연구원 |
| 자동차 수리비 물가상승률(지난해) | 2.4% | 보험연구원 |
| 자동차보험료 물가상승률(지난해) | -2.8% | 보험연구원 |
| 내년 예상 보험료 인상폭 | 최소 1% 중반~3-5% | 손해보험업계/금융당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