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현 사의 후 도미노 위기... 현대차 자율주행이 2026년을 건널 수 있을까?
송창현 사의 후 현대차그룹 자율주행 전략에 빨간불이 켜졌다. 포티투닷과 모셔널 간 기술 노선 갈등 속에 2026년 자율주행 본격화 목표 달성에 비상이 걸렸다. 테슬라의 국내 시장 진출로 현대차의 전략 재정립이 시급해졌다.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SD) 기능이 국내 도입되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전략 수장이 갑작스레 떠났다. 송창현 현대차 첨단차량플랫폼(AVP) 본부장 겸 포티투닷 대표는 4일 조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사의를 표명했다. 그의 퇴진은 단순한 인사이동이 아니다. 현대차그룹이 4200억원을 들여 인수한 자율주행 핵심 자회사 포티투닷과의 내부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5일 "저희가 좀 늦은 편"이라며 자율주행 분야에서 테슬라와 중국 업체들에 뒤처지고 있음을 인정했다. 그런 상황에서 2026년을 자율주행 본격 전개의 원년으로 삼으려던 현대차그룹에게 송창현 사장의 사의는 일격을 가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차의 자율주행 전략 지연의 원인 중 하나로 포티투닷과의 내부 갈등을 지목해왔기 때문이다.
4200억원 인수 후 얻은 것은 무엇인가
포티투닷은 2019년 '코드42'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스타트업이다. 설립 1년 만에 기아, SK, LG, CJ 등으로부터 400억원이 넘는 투자를 유치하며 주목을 받았다. 이후 2022년 현대차그룹의 계열사로 편입됐다. 당시 현대차그룹이 투입한 인수 금액은 약 4200억원이며, 정의선 회장이 인수 과정에 적극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송창현 사장은 포티투닷을 이끌며 자율주행 시스템명을 '아트리아 AI'로 정하고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플레오스 커넥트'와 함께 2026년부터 순차 적용한다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그러나 그는 플레오스 생태계를 외부에 공식적으로 알린 지 약 9개월 만에 회사를 떠났다.
"하드웨어 중심의 거대한 산업에 소프트웨어 DNA를 심고, 단순히 차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AI) 디바이스를 만들겠다는 도전은 쉽지 않았다"며 "테크 스타트업과 레거시 산업 사이에서 수도 없이 충돌했다"고 회고한 그의 말은 현대차 내부에서 포티투닷이 얼마나 큰 저항에 직면했는지를 보여준다.
사의 표명 후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송 사장에 대한 비판 댓글이 수백건 넘게 달렸다. 현대차와 포티투닷 간 갈등이 결코 작지 않았다는 증거였다.
현대차의 주목 장비는 '모셔널'... 포티투닷은 뒤로
흥미로운 점은 정의선 회장과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의 대응이었다. 두 경영진은 포티투닷 대신 모셔널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모셔널은 2020년 현대차와 미국 앱티브의 합작법인으로 출범한 자회사다.
장재훈 부회장은 송 사장의 사의 표명이 언론을 통해 전해진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모셔널의 가능성을 강조했다. "아직 웨이모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그렇게 갈 수 있는 로보택시를 모셔널이 만들고 있다. 현재의 일반적인 FSD와는 상용화 측면에서 거리감이 있지만 기술 확보와 내재화는 예정된 방향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선 회장도 공개발언에서 포티투닷을 언급하지 않고 모셔널을 거론했다. "모셔널도 지금 열심히 하고 있지만 격차는 조금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격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안전이기 때문에 우리는 여기에 좀 더 초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모셔널은 지난 2월 미국 모하비 주행시험장에서 시속 120㎞의 자율주행에 성공했다. 북미 시장에서 레벨4 수준의 로보택시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현재 LA와 싱가포르 등에서 시범 주행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아직 웨이모나 테슬라처럼 북미 전역에서 로보택시를 광범위하게 서비스할 수 있는 체계는 갖추지 못했다.
포티투닷의 역습... 영상 공개로 기술력 입증 시도
현대차가 포티투닷을 외면하자 포티투닷도 행동으로 나섰다. 포티투닷은 6일 자체 유튜브 채널에 '엔드투엔드(end-to-end) 자율주행' 기술과 '아트리아 AI 오토 파킹' 관련 영상 2편을 공개했다. 2023년 8월 청계천 자율주행셔틀 관련 영상을 올린 지 약 2년 만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영상은 현대차 본사의 별도 확인 없이 포티투닷이 자체적으로 올린 것으로 안다"며 "여러 갈등국면에서도 자율주행 기술의 완성도와 방향성이 흔들리지 않았다는 점을 알리려는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포티투닷의 아트리아 AI는 기술 방식에서 테슬라의 접근법과 정반대다. 포티투닷은 "엔드투엔드 아트리아 AI에 쓰이는 센서는 카메라 8대와 전방 레이더 1개뿐이며 고정밀위성위치정보(GPS RTK)나 HD맵은 사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사람의 시각에 가까운 방식으로 도로환경을 인식하는 구조인 것이다.
포티투닷은 또한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엔드투엔드 방식의 전환을 완료했으며, 가장 중요한 중간목표 시점인 2026년 3월 초를 향해 성능과 안전성을 집중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내년 3분기 현대차그룹의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페이스카에 최초로 적용될 예정이다.
포티투닷 vs 모셔널... 전략 차이가 만드는 공백
핵심은 기술 로드맵의 차이다. 모셔널은 라이다 장비를 차량 외관에 부착한 레벨4 로보택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반면 포티투닷은 라이다 대신 카메라 중심의 접근법을 택했으며 북미보다 국내를 중심으로 자율주행 테스트에 전념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전략이 지연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 두 기술 노선 사이의 선택 고민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송창현 사장 부임 이후 센서 및 소프트웨어 전략이 기존의 '라이다-HD맵' 의존 로보택시 위주에서 '카메라-레이더' 중심의 양산형 SDV로 무게 중심이 옮겨 갔으나, 테슬라의 FSD 성공 앞에서 그 선택의 가치가 흔들리게 된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2026년 SDV페이스카를 공개하고 2027년 4분기부터 자율주행 레벨2+ 기술을 양산차에 적용할 계획이다. 2028년을 최종 SDV 상용화 목표로 설정하고 전체 개발 프로세스를 재구성하는 단계에 진입했다.
테슬라의 국내 출격... 현대차의 약점을 드러내다
테슬라는 지난달 23일 감독형 FSD를 국내에 처음 배포했다. OTA 방식으로 제공되는 이 기능은 운전자가 전방을 주시하는 조건 하에서 차량이 시내와 고속도로를 스스로 주행하도록 설계되었다. 북미에서 상용화된 후 캐나다, 중국 등으로 확대됐으며 한국은 7번째 도입 국가다.
현대차가 2026년을 기점으로 자율주행 본격 전개를 계획하는 동안 테슬라는 이미 한국 시장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는 현대차의 기술 경쟁력 격차를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다.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이 강조한 대로 이제 "격차보다 안전"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것 같다.
2026년이 분기점... 현대차의 선택은
현대차그룹이 2026년을 기점으로 자율주행을 본격화하려면 포티투닷과 모셔널 간의 갈등을 봉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송창현 사장의 퇴진으로 인해 조직의 안정적 운영을 최선으로 하여 주요 프로젝트를 담당할 후임 선발이 시급한 상황이다.
포티투닷은 카메라 기반 AI 자율주행 기술의 방향성을 고집하고 있고, 모셔널은 라이다 기반 레벨4 로보택시에 집중하고 있다. 두 기술 모두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미래에 필요하다는 업계 평가가 지배적이다. 문제는 이 두 전략을 조화롭게 추진할 리더십의 공백이다.
현대차그룹은 이제 결정을 내려야 한다. 테슬라의 FSD처럼 빠른 시장 진출을 추구할 것인가, 아니면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한 지속 가능한 기술 개발을 택할 것인가. 2026년이 그 선택의 분기점이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