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클래스보다 편한 리무진밴?" 벤츠 VLE, 2026년 3월 데뷔로 럭셔리 미니밴 시장 재편 예고
메르세데스-벤츠가 프리미엄 미니밴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신형 VLE의 공식 데뷔 일정을 확정했다. 2026년 3월 10일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될 VLE는 기존 V-클래스를 대체하는 차세대 럭셔리 미니밴으로, 메르세데스가 야심차게 준비해온 전용 전기차 플랫폼 Van.EA를 기반으로 제작된다. 단순히 V-클래스의 후속 모델이 아니라, 아예 새로운 차원의 프리미엄 모빌리티를 제시하겠다는 메르세데스의 전략적 포석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Van.EA 플랫폼: 전기차 전용 설계로 시작하는 새로운 시대
VLE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메르세데스의 신규 Van.EA(Van Electric Architecture) 플랫폼을 최초로 적용한다는 점이다. 2023년 공개된 이 플랫폼은 기존 내연기관 밴을 개조하는 방식에서 탈피해, 처음부터 전기차만을 위해 설계된 '전용 전기차 아키텍처'로 개발됐다. 전면 모듈에는 전기 구동 시스템과 전륜, 중앙 모듈에는 표준화된 배터리 하우징, 후면 모듈에는 사륜구동 버전을 위한 추가 전기 모터가 배치되는 3모듈 구조다.
이 플랫폼은 개인용 프리미엄 밴을 위한 Van.EA-P와 상용 밴을 위한 Van.EA-C로 구분되며, VLE는 Van.EA-P 카테고리에 속한다. 특히 800볼트 전기 아키텍처를 적용해 초고속 충전이 가능하며, 22kW AC 온보드 차저도 탑재된다. 메르세데스가 실시한 장거리 테스트에서 VLE는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이탈리아 로마까지 1,100km를 주행하면서 단 두 번의 15분 충전만으로 완주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는 1회 충행 거리가 약 400~480km 수준임을 암시하며, 현재 EQV의 365km보다 큰 폭으로 개선된 수치다.
주행거리는 500km 이상으로 공식 발표됐으며, 이는 WLTP 기준으로 현재 판매 중인 EQV의 90kWh 배터리보다 대용량 배터리팩이 탑재될 것임을 시사한다. 메르세데스의 다른 전기차 라인업인 EQS와 전기 G클래스에 사용된 116kWh급 배터리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일 모터 사양과 듀얼 모터 사양이 제공되며, 엔트리 모델은 268마력, 상위 트림은 470마력대 출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디자인: 비전 V 콘셉트의 과감한 스타일 계승
메르세데스가 공개한 티저 이미지를 보면 VLE는 2025년 상하이 모터쇼에서 공개된 비전 V 콘셉트의 디자인 언어를 상당 부분 계승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별빛 패턴의 DRL(주간주행등)과 대형 파나메리카나 그릴이다. 최신 GLC SUV에서 볼 수 있는 조명이 들어오는 그릴을 적용하며, 본넷 중앙에는 메르세데스의 상징인 쓰리포인티드 스타 엠블럼이 복귀했다.
상업용 밴의 투박한 이미지에서 완전히 벗어나 승용차 수준의 세련미를 추구한다는 개발 방향이 명확히 드러난다. 공기역학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풍동 테스트를 거쳐 차체 형상을 다듬었으며, 클래스 최고 수준의 공기저항계수를 달성했다고 메르세데스 측은 밝혔다. 이탈리아 나르도 테스트 트랙에서 진행된 주행 테스트 사진들을 보면, 에어 서스펜션, 적응형 댐퍼, 그리고 최대 10도까지 후륜을 조향하는 후륜 조향 시스템 등 첨단 섀시 기술이 적용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인테리어: 8인승 구성에 하이퍼스크린과 MB.OS 탑재
VLE는 8인승 구성으로 리무진 수준의 승차감과 미니밴의 실용성을 동시에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내부에는 프리미엄 소재가 적용되며, 대형 하이퍼스크린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가 탑재된다. 인공지능 기반의 최신 MB.OS 운영체제를 적용해 사용자 경험을 극대화하며, 출시 시점에는 SAE 레벨 2 자율주행 기능이 제공되고 2020년대 말까지 레벨 3로 업그레이드될 계획이다.
메르세데스 관계자는 "주요 목표는 상용차 느낌에서 벗어나 승용차 수준의 편안함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VLE는 스웨덴 아르예플로그의 영하 20도 환경부터 남아프리카의 40도가 넘는 혹서까지 극한 조건에서 광범위한 내구성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사륜구동과 사륜조향 기능은 현재 메르세데스의 전기 승용차에는 적용되지만 전기 밴에는 제공되지 않던 옵션으로, VLE에서 처음 도입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VLS, 마이바흐 버전: 더 높은 럭셔리를 향한 라인업 확장
메르세데스는 VLE와 함께 더 고급스러운 VLS 모델과 중국 시장을 겨냥한 마이바흐 버전도 준비 중이다. VLS는 '밴의 S클래스'를 표방하며 마이바흐 고객층을 목표로 하는 최상위 모델로, 기존 마이바흐 GLS 고객들이 선택할 수 있는 새로운 옵션이 될 전망이다. 중국은 럭셔리 MPV 시장이 가장 활성화된 지역으로, 볼보 EM90, 렉서스 LM, 지커 009 등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시장이다.
메르세데스는 VLE가 중국, 미국, 캐나다 시장을 중점으로 개발됐다고 밝혔으며, 이들 시장에서 프리미엄 아시아산 미니밴들과 정면 승부를 벌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는 럭셔리 MPV가 기업 임원과 부유층의 이동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어, 메르세데스가 이 세그먼트를 놓칠 수 없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내연기관 버전과 생산 계획: 스페인 비토리아 공장이 허브로
VLE는 초기에는 순수 전기차로만 출시되지만, 이후 휘발유 엔진을 탑재한 내연기관 버전도 라인업에 추가될 예정이다. 내연기관 버전은 Van.EA의 파생 플랫폼인 Van.CA를 기반으로 제작되며, 전기차 버전과 동일한 스페인 비토리아 공장의 생산 라인에서 제조된다. 메르세데스는 Van.CA를 '최첨단 수준'의 플랫폼이라고 소개하며, 전기차와 내연기관 차량을 유연하게 생산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했다.
비토리아 공장은 메르세데스의 새로운 밴 패밀리의 생산 허브로 자리잡을 예정이며, VLE뿐만 아니라 VLS, 그리고 같은 플랫폼을 공유하지만 다른 디자인의 새로운 세대 상용 밴도 이곳에서 생산된다. 현재 판매 중인 V-클래스는 VLE 출시 이후에도 전환 기간 동안 계속 판매될 계획이어서, 소비자들은 당분간 두 모델 중 선택할 수 있게 된다.
가격과 출시 시기: 영국 기준 10만 파운드 이상 예상
메르세데스는 아직 VLE의 공식 가격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영국 시장을 기준으로 약 10만 파운드(약 1억 7,000만 원)에서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현재 EQV의 영국 시작 가격인 8만 7,035파운드보다 높은 수준으로, VLE가 단순한 후속 모델이 아니라 한 단계 상향된 포지셔닝을 갖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글로벌 데뷔는 2026년 3월 10일로 확정됐으며, 실제 판매는 2026년 하반기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호주 시장에는 2026년 후반이나 2027년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며, 각 지역별로 순차적인 출시가 진행될 전망이다. 메르세데스는 VLE를 2026년 자동차 쇼의 주요 하이라이트 중 하나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프리미엄 아시아산 미니밴 시장에서 유럽 브랜드의 입지를 강화하는 전략적 모델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한국 시장 출시 전망: V-클래스 불발의 재현인가, 새로운 기회인가
현재까지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VLE의 한국 출시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는 V-클래스가 한국 시장에 정식 출시되지 않았던 전례와 유사한 상황이다. V-클래스는 유럽에서 약 7만 4,150유로(약 1억 원)부터 시작하는 가격으로 판매됐지만, 한국에서는 출시 계획이 확정되지 않았던 바 있다.
한국 럭셔리 미니밴 시장은 기아 카니발 하이리무진이 절대적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2026년형 카니발 하이리무진은 9인승 노블레스 가솔린 모델이 6,327만 원, 7인승 시그니처 가솔린이 6,891만 원, 최상위 4인승 시그니처 하이브리드는 9,780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렉서스 LM 500h도 2024년 7월 한국 시장에 정식 출시되며 프리미엄 미니밴 시장에 뛰어들었다.
만약 VLE가 한국에 출시된다면 예상 가격은 최소 1억 5,000만 원에서 2억 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카니발 하이리무진의 최상위 트림보다 훨씬 높은 가격대로, 렉서스 LM과 직접 경쟁하는 포지션이 될 것이다. 다만 전기차 전용 모델로 먼저 출시되는 점은 한국 시장에서 변수가 될 수 있다. 한국의 대형 MPV 구매자들은 아직 내연기관이나 하이브리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VLE를 도입할지는 시장 반응과 수요 예측에 달려 있다. 브랜드 위상을 고려하면 플래그십 밴 모델을 한국에 소개할 가능성이 있지만, V-클래스조차 정식 출시하지 않았던 전례를 보면 신중한 접근이 예상된다. 다만 최근 국내에서도 고급 미니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렉서스 LM의 출시로 시장이 형성되고 있어 VLE 도입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의 공식 입장 발표가 주목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