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전역 포르쉐 수백 대 '집단 시동 마비'…위성 도난방지 시스템 오류의 비극
러시아에서 수백 대의 포르쉐 차량이 갑자기 시동이 걸리지 않는 대규모 사태가 발생했다. 위성 기반 도난 방지 시스템 오류 또는 전자전 가능성이 제기됐다.
러시아 전역에서 지난 1일부터 수백 대의 포르쉐 차량이 갑자기 시동이 걸리지 않는 대규모 사태가 발생했다. 모스크바에서 크라스노다르에 이르기까지 러시아 전 지역의 운전자들이 예고 없이 움직이지 않는 자신의 차량 앞에서 발이 묶였으며, 서비스센터에는 동일한 민원이 쏟아져 내리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위성 시스템 오류가 일으킨 광범위한 마비
2013년 이후 생산된 포르쉐 모델 대부분에 영향을 미친 이번 사태의 핵심은 포르쉐의 VTS(Vehicle Tracking System) 위성 기반 도난 방지 시스템에 있다. 이 시스템은 도난 신고가 접수될 경우 위성 신호를 통해 멀리서도 엔진을 잠그고 연료 공급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문제는 VTS가 위성 신호와의 연결을 잃으면 자동으로 엔진 이모빌라이저를 활성화시켜 차량의 모든 작동을 즉시 중단시킨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차주들은 시동이 꺼지고 경보장치마저 작동하지 않는 등 예기치 않은 이상 현상을 경험하게 됐다. 러시아 최대 딜러 그룹 '롤프'는 "현재 모든 차량 통신이 불능 상태"라며 "어떤 차량이든 잠길 수 있는 상황"이라고 상황의 심각성을 전했다.
기술적 오류 아니면 의도된 공격인가
롤프에 따르면 현재로서는 시스템 모듈을 분해하고 재부팅하는 방식으로만 차단을 풀 수 있는 상태다. 이는 차주들이 즉각적인 해결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의미한다.
사태의 정확한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러시아 텔레그램 채널 샷(SHOT)은 이번 사태가 통신 장애나 시스템 장치 오류로 인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롤프 측은 "의도적으로 발생했을 수도 있다"며 '전자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현재로서는 이를 입증할 직접적인 증거는 없지만, 러시아 내부에서는 고의적 개입 여부를 놓고 추측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포르쉐의 러시아 시장 철수와의 연결고리
이번 사태는 포르쉐의 러시아 시장 현황과 맞물려 더욱 의문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포르쉐를 소유한 폭스바겐 그룹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공식적으로 차량 공급을 중단했다. 당시 폭스바겐 그룹은 "큰 실망과 충격을 받았다"며 "차량 인도를 즉각 중단했다"고 밝혔다.
현재 러시아에서 운행 중인 포르쉐 차량들은 대부분 2022년 이전에 수입되었거나 제재를 우회하는 경로를 통해 입수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대규모 시스템 마비가 발생한 것에 대해 러시아 운전자들은 긴장하고 있으며, 관련 당국의 공식 발표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포르쉐 본사나 폭스바겐 그룹으로부터 공식적인 성명은 나오지 않았으며, 러시아 서비스센터들은 오버로드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자동차 보안 시스템의 취약성과 국제 정치·경제 상황이 첨단 기술 시스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