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 5008, 쏘렌토 위협하는 프랑스산 7인승 SUV의 반격
자동차 디자인은 단순한 시각적 만족을 넘어 브랜드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고 사용자에게 심미적 가치를 전달하는 전략적 도구다. 푸조 5008은 그동안 하위 모델인 3008의 휠베이스만 늘린 듯한 인상을 주었던 전 세대와 달리 3세대에 이르러 완벽한 독자적 비율을 확보했다. 전장 4,810mm의 차체는 중형 SUV로서의 당당한 풍채를 드러내며 이전 세대보다 훨씬 균형 잡힌 실루엣을 완성했다.
디자인의 완성도: 3008의 연장이 아닌 독자적 미학
전면부 디자인의 핵심은 사자의 발톱을 형상화한 세 줄기 매트릭스 LED 헤드라이트와 화려한 웰컴 라이트 기능에 있다. 사용자가 접근하면 순차적으로 점등되는 조명 시스템은 야간에 더욱 입체적인 3D 효과를 발휘하며 프리미엄 감성을 자극한다. 특히 본닛 끝 라인이 그릴과 완전히 닿지 않고 살짝 떠 있는 듯한 플로팅 본닛 디자인은 의도적인 미학적 장치로 독특한 개성을 완성한다. 프런트 그릴은 보행자 안전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평면적인 구조를 취하면서도 입체적인 그래픽을 활용해 시각적 깊이감을 살려냈다. 정교하게 다듬어진 외관은 자연스럽게 2,901mm의 긴 휠베이스가 선사할 실내 공간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진다.
2901mm 휠베이스가 선사하는 광활한 실내
패밀리 SUV에서 휠베이스 수치는 실제 거주성과 공간 활용도를 결정짓는 물리적 토대이자 탑승객의 정서적 만족도와 직결되는 핵심 지표다. 신형 푸조 5008은 2,901mm라는 압도적인 휠베이스를 구현했다. 이는 국내 중형 SUV의 기준점인 쏘렌토의 2,815mm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로 차체 길이는 비슷하지만 실내 공간 확보 능력에서 우위를 점했음을 입증한다.
실내 구조는 2열 독립 시트 구성을 통해 개별적인 슬라이딩과 리클라이닝을 지원하여 활용도를 극대화했다. 3열의 경우 휠베이스가 늘어난 덕분에 성인 남성이 탑승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은 확보했으나 높은 바닥 설계와 좁은 무릎 공간으로 인해 성인이 장거리 이동을 하기에는 다소 타이트하며 단거리 이동이나 아동용으로 적합한 수준이다. 그러나 동급 대비 긴 휠베이스가 주는 2열의 광활함은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 여유로운 공간적 사치를 제공하며 이는 곧 거주 편의성으로 직결된다. 이러한 공간적 여유는 하이테크 인테리어의 정점인 파노라마 아이콕핏으로 이어진다.
파노라마 아이콕핏: 21인치 디스플레이의 충격
디지털 콕핏의 진화는 운전자 인터페이스의 혁신을 의미하며 차량 조작의 직관성과 편의성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다. 푸조 5008의 실내에서 가장 압도적인 요소는 21인치 커브드 파노라마 디스플레이가 적용된 차세대 아이콕핏이다. 계기판과 중앙 인포테인먼트가 하나로 통합된 플로팅 디자인은 시각적 충격을 넘어 미래지향적인 운전 환경을 조성한다.
특히 디스플레이 하단에 위치한 i-토글(i-Toggle) 터치바는 사용자가 자주 사용하는 기능을 맞춤형으로 설정할 수 있어 조작의 효율성을 높인다. GT 트림에 적용된 AGR 인증 나파 가죽 시트는 인체공학적 설계로 최상의 안락함을 제공하며 마사지 기능까지 갖춰 프리미엄의 가치를 더한다. 대시보드와 도어 트림을 감싸는 고급 패브릭은 앰비언트 라이트와 만나 파도가 치는 듯한 입체적인 질감을 연출하며 디지털 기술의 차가움을 따뜻한 감성으로 보완한다. 세련된 실내 뒤에는 한국 시장에 특화된 스마트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자리하고 있다.
스마트 하이브리드: 효율과 세금 혜택의 교차점
엔진 다운사이징과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결합은 탄소 배출 규제 대응과 경제성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푸조 5008 스마트 하이브리드는 1.2L 3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에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결합하여 시스템 총 출력 145마력을 발휘한다. 6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는 DCT 특유의 이질감 없이 마치 토크 컨버터 방식처럼 부드러운 변속감을 선사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파워트레인의 진가는 한국의 자동차세 체계에서 드러난다. 1,600cc 이하 배기량을 기준으로 하는 국내 세제 혜택을 극대화하여 연간 유지비 측면에서 쏘렌토 등 경쟁 모델 대비 압도적인 경제적 임팩트를 준다. 저속 구간에서 전기 모터만으로 주행이 가능한 스마트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복합 연비 14.3km/l를 기록하며 도심 주행에서의 실효성을 입증한다. 다만 1.2L 배기량의 한계로 인해 성인 7명이 가득 탑승했을 때는 가속 응답성이 다소 느긋해질 수 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경제적 효율성은 푸조 특유의 정교한 주행 성능과 만나 완성도를 높인다.
프랑스산 서스펜션이 빚어낸 고양이 같은 발놀림
서스펜션 튜닝 기술은 대형 SUV의 승차감과 핸들링 밸런스를 결정짓는 핵심 엔지니어링 요소다. 푸조 5008은 프랑스 차 특유의 쫀쫀하면서도 유연한 세팅을 통해 세련된 주행 질감을 구현했다. 과속 방지턱을 넘을 때 충격을 부드럽게 흡수하면서도 차체를 빠르게 안정시키는 능력은 푸조의 상징인 고양이의 민첩한 발놀림을 연상시킨다.
작은 직경의 스티어링 휠은 즉각적인 조향감을 제공하며 와인딩 구간에서도 7인승 SUV라고 믿기 힘든 안정적인 궤적을 그리게 돕는다. 그러나 기술적인 주의점도 존재한다. 힐홀드 기능의 부재로 언덕길 출발 시 차량이 뒤로 밀리는 롤백 현상이 발생할 수 있어 운전자의 주의가 필요하며, 출고 타이어인 미쉐린 e-프라이머시는 하이브리드 효율에 특화된 서머 기반 타이어이기에 겨울철 미끄러운 노면에서 그립력이 급격히 저하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이러한 엔지니어링적 특징과 주의점은 최종적으로 가격 경쟁력을 통해 완성된다.
4890만원부터 시작하는 공격적 가격 정책
수입 SUV가 국산 베스트셀링 모델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브랜드의 정통성을 유지하면서도 합리적인 가격 전략을 통해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 푸조 5008은 알리르 트림 4,814만원, GT 트림 5,590만원이라는 상당히 공격적인 가격표를 들고 나왔다. 이는 프랑스 현지 판매가보다 저렴하게 책정된 수준으로 한국 시장 공략을 위한 강력한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메이드 인 프랑스라는 정통 수입차의 가치와 1.2L 엔진의 세제 혜택을 결합하면 쏘렌토 하이브리드 풀옵션 모델과 비교했을 때 충분한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일부 편의 사양이나 자율주행 시스템의 세대 차이가 아쉬울 수 있으나 독보적인 디자인적 희소성과 21인치 파노라마 디스플레이가 주는 하이테크 감성은 수입 SUV 입문자들에게 충분한 매력을 선사한다. 푸조 5008은 단조로운 SUV 시장에서 실용성과 개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소비자들에게 가장 설득력 있는 프랑스산 해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