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콘, 대만 첫 자체 전기차 '브리아' 공개…글로벌 시장 판도 바꿀 게임체인저 될까?
폭스콘과 율롱 모터의 합작사인 폭스트론이 대만 첫 전기차 브리아를 공개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럭스젠 인수를 통해 유통망을 확보하고, 위탁 생산 모델과 자체 브랜드 전략을 결합해 전기차 산업의 판도를 바꿀 계획이다.
이번 주 폭스트론 비히클 테크놀로지(Foxtron Vehicle Technologies)의 브리아(Bria) 공개는 단순한 자동차 모델 출시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는 세계 최대 전자 위탁 제조업체인 폭스콘이 자동차 산업으로 영토를 확장하고, 대만 전기차 생태계의 근본적인 재편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평가받고 있다. 폭스트론은 브리아가 대만에서 생산되는 자사의 첫 전기차가 될 것이며, 초점은 명확히 글로벌 수출에 맞춰져 있다고 밝혔다.
출시와 함께 세 가지 가격대를 아우르는 여러 버전이 준비되었으며, 시작가는 약 2만 8,600달러, 최상위 모델은 약 3만 6,540달러 수준으로 제시됐다. 이런 포지셔닝은 해외 소비자에게 접근 가능한 문턱을 마련해 자국 밖 수요를 시험해 보려는 현실적인 접근으로 읽힌다. 이 차가 대만을 넘어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정조준, '브리아'의 가격 전략과 성능
폭스트론이 공개한 브리아의 가격대는 전략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약 2만 8,600달러부터 3만 6,540달러까지 세 가지 가격대로 구성된 이 라인업은 대만 내 프리미엄 세그먼트를 겨냥하기보다는, 오히려 해외 중산층 소비자에게 접근 가능한 진입점을 마련한 것으로 분석됐다.
브리아는 57.7킬로와트시(kWh)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하며, 유럽 신드라이빙 사이클(NEDC) 기준으로 최대 516킬로미터의 주행거리를 제공한다. 시스템에는 L2에서 L2+ 수준의 부분 자율주행 기능과 360도 서라운드 뷰 시스템, 차량 모션 컨트롤러가 포함됐다. 이 같은 스펙은 중국이나 인도 시장의 글로벌 사이드카들과 직접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폭스트론 회장 이핑옌(李秉彥)은 브리아가 "대만의 전자산업과 AI 역량을 통합한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플랫폼의 기초를 형성한다"고 설명했다. 개발 과정에서 대만, 미국, 이탈리아의 팀이 협력했으며, 일본 파트너사들도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인정을 표시했다고 밝혀, 단순히 대만에서 만드는 자동차가 아니라 글로벌 협력의 결과물임을 강조했다.
럭스젠 인수, 시장 진입 가속화 위한 전략적 선택
브리아의 등장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인수 타이밍 때문이다. 폭스트론은 불과 일주일 전 유룽(율롱) 모터로부터 럭스젠(Luxgen) 승용차 브랜드를 약 7억 8,760만 대만달러(약 2,495만 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이 거래가 2025년 1분기에 마무리되면 폭스트론은 5개 판매 자회사, 22개 쇼룸, 25개 서비스 센터, 약 600명의 임직원을 포함한 럭스젠의 100%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이번 인수의 전략적 가치는 명확했다. 기존 브랜드와 판매망을 흡수함으로써 처음부터 유통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시장 진출이 가능하다는 계산이었다. 현재 럭스젠의 N7 모델은 폭스트론 체제 아래서의 마지막 모델이 될 전망이며, 향후 신차는 모두 폭스트론 브랜드로 출시될 예정이다. 럭스젠이 이미 보유한 700~800대의 N7 인벤토리도 기존 계획대로 계속 판매된다고 알려졌다.
폭스트론 최고경영자 첸쭌린(陳俊霖)은 "럭스젠의 기존 유통 채널과 서비스 네트워크를 활용해 제품부터 애프터서비스까지 엔드 투 엔드 고객 경험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폭스트론 지분 구조와 위탁 생산 모델의 본질
폭스트론의 지분 구조는 이 회사의 복잡한 입장을 잘 보여준다. 폭스콘이 약 45.6%, 유룽이 약 43.8%를 보유하고 있어 거의 동등한 수준의 지분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어느 한쪽이 절대적으로 지배하기 어려운 구조로 보이지만, 자동차 산업의 전통적 역량을 가진 유룽과 첨단 제조 기술의 폭스콘이 균형을 이루고 있어 오히려 폭스트론의 강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폭스트론은 기본적으로 위탁 설계 및 제조(CDMS) 모델로 운영된다. 이는 다른 브랜드를 위해 설계와 생산을 맡는 방식이다. 브리아와 럭스젠 인수는 이 CDMS 모델과 겉으로는 충돌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폭스콘 측은 럭스젠 인수가 "대만 내수 시장에 국한된 전략적 선택"이라고 강조하며 두 가지 사업 모델의 공존 가능성을 시사했다.
'브리아'의 역할, 폭스콘 기술력의 쇼케이스
브리아가 가진 또 다른 의미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서피스나 구글의 픽셀 폰과 같은 '쇼케이스' 역할이다. 폭스콘이 자신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통합 능력을 잠재적 고객사들에게 직접 보여주는 수단인 셈이다. 이를 통해 "전기차 인프라가 없는 비전통적 자동차 기업들에게 폭스콘이 엔드 투 엔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음"을 입증하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이 전략의 효과는 이미 일부 나타나고 있다. 폭스콘은 스텔란티스, 엔비디아, 우버와 함께 글로벌 자율주행 이니셔티브에 참여하기로 합의했으며, 레벨 4 자율주행 차량을 공동 개발할 예정이다. 또한 호주에서는 미쓰비시 브랜드로 '모델 B'를 출시할 계획이며, 미국 오하이오의 옛 지엠 공장(현 로즈타운)을 통해 '모델 C' 출시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브리아의 구체적 스펙과 목표 시장을 살펴보면, 이 모델은 대만에서 먼저 출시된 후 내년에 해외로 수출될 예정이다. 기본 모델부터 상위 모델까지 세 가지 가격대를 제시함으로써 다양한 소비자층에 호소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전개 전략 측면에서 대만 시장에서 수요를 검증한 뒤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하는 '발판 전략'으로 해석됐다.
브리아를 통해 폭스트론이 추구하는 바는 명확했다. 이핑옌 회장은 "개발자가 직접 소비자와 소통하고 시장 수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순수 위탁 제조업체에서 벗어나 브랜드 주인으로서 소비자 인사이트를 축적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대만 전기차 산업의 새 지평을 열다
폭스트론의 움직임은 대만 전기차 산업 전체의 위상을 바꿀 가능성을 품고 있다. 그동안 대만은 전기차 전장 부품이나 배터리 같은 특정 영역에서는 세계 수준의 경쟁력을 가졌지만, 완성차 중심으로는 국제 경쟁력이 약했다. 브리아는 이 공백을 채울 첫 번째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폭스콘이 원래 목표로 삼았던 것은 '전기차 산업의 TSMC'가 되는 것이다. 반도체에서 TSMC가 그런 역할을 하는 것처럼, 전기차 산업에서도 설계부터 생산까지 모든 것을 담당하되 특정 브랜드에 종속되지 않는 지위를 확보하려는 것이다. 브리아와 럭스젠 인수는 이 거대한 전략의 단계적 진행이라고 볼 수 있었다.
도전 과제와 미래 전략
다만 폭스트론 앞에는 적지 않은 도전 과제도 놓여 있다. 폭스콘의 전기차 CDMS 모델은 자신의 브랜드 운영과 자연스럽게 공존할 수 있어야 한다. 기존 자동차 고객사들이 폭스콘 브리아와의 경쟁을 우려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폭스콘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CDMS는 글로벌 고객사 대상, 브리아와 럭스젠은 대만 내수 중심'이라는 명확한 구분선을 그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또한 대만 자동차 산업이 중국, 미국, 유럽의 전기차 강국들 사이에서 살아남으려면 차별화된 경쟁력이 절실하다. 이 점에서 폭스콘의 AI와 소프트웨어 역량, 그리고 타이완 전자산업 생태계의 활용은 특별한 자산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폭스콘은 닛산, 혼다, 미쓰비시 등 일본 완성차 제조사와의 협력 가능성도 검토 중이며, 차세대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공동 개발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고 알려졌다. 이 모든 움직임이 조율되면 폭스콘은 단순한 전자 부품 제조업체를 넘어 자동차 산업 생태계의 핵심 주자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브리아의 공개는 대만이 단순 부품 공급국에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주체로 도약할 수 있다는 신호탄이다. 폭스콘이 얼마나 빠르고 효과적으로 이 도약을 실현할지가 향후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크게 바꿀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