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IIHS 충격적인 테스트 결과: 현대 투싼만 최악 등급 받은 이유

글로벌 SUV 시장의 강자로 군림하며 안전의 대명사로 불리던 현대자동차 투싼이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IIHS)의 강화된 테스트에서 최하위 성적표를 받았다. 철저한 공학적 검증으로 무장한 IIHS의 가혹한 잣대 앞에 왜 투싼만 처참히 무너졌는지 그 기술적 내막을 짚어보았다.

미국 IIHS 충격적인 테스트 결과: 현대 투싼만 최악 등급 받은 이유
미국 IIHS 충격적인 테스트 결과: 현대 투싼만 최악 등급 받은 이유

강화된 안전 기준이 가져온 가혹한 성적표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IIHS)는 최근 후방 충돌 시 목 부상을 방지하는 위플래시 테스트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기존 테스트는 시속 32km(20마일) 속도에서 수행되었으나 대부분의 제조사가 이를 손쉽게 통과하며 변별력을 상실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IIHS는 실제 도로의 고속 추돌 상황을 반영하여 테스트 속도를 시속 48km(30마일)로 상향 조정한 새로운 슬레드 테스트를 도입했다.

물리적 관점에서 속도가 1.5배 증가하면 탑승자가 받는 운동 에너지는 속도의 제곱에 비례하는 원리에 따라 기존 대비 약 2.25배 급증한다. IIHS는 이 가혹한 환경을 측정하기 위해 정밀한 관절형 스파인을 가진 중형 남성 더미를 새롭게 투입했다. 보험업계의 손실과 직결되는 목 부상을 줄이기 위해 더 세밀한 물리 지표를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처럼 변별력이 강화된 환경에서 현대차의 주력 모델인 2025년형 투싼이 맞이한 결함은 예상보다 치명적이었다.

투싼 시트 설계가 드러낸 치명적인 한계

자동차 시트와 헤드레스트는 충돌 에너지를 관리하여 탑승자의 척추를 보호하는 최후의 보루다. 하지만 2025년형 및 2026년형 투싼은 이번 테스트에서 헤드레스트 지지력 부족, 목뼈의 비정상적 굴곡, 골반 지지력 미비라는 세 가지 핵심 결함을 노출했다. 특히 충돌 순간 헤드레스트가 머리를 안정적으로 수용하지 못하고 오히려 뒤통수를 타격하여 턱이 가슴 쪽으로 강하게 꺾이는 chin-to-chest 현상이 관찰되었다.

더욱 심각한 점은 에너지 흡수 메커니즘의 부재다. 안전한 시트는 충돌 시 탑승자의 몸이 시트 안쪽으로 자연스럽게 파고들며 에너지를 소쇄해야 하지만, 투싼의 시트는 골반을 잡아주지 못하고 탑승자를 밖으로 튕겨내는 리바운드 현상을 보였다. 이는 충돌 에너지가 탑승자의 경추에 고스란히 전달됨을 의미하며, 실제 사고 시 영구적인 신경 손상이나 마비를 초래할 수 있는 공학적 설계 미비로 분석되었다.

형제차와의 격차로 증명된 설계의 디테일

현대차그룹의 플랫폼 공유 전략은 효율적이지만 이번 결과는 동일 플랫폼 내에서도 안전 설계의 디테일에 따라 생사가 갈릴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테스트에 참여한 18종의 SUV 중 현대차 아이오닉 5는 우수(Good) 등급을, 기아 스포티지는 양호(Acceptable) 등급을 획득했다. 반면 투싼만이 최하위인 낮음(Poor) 등급에 머물렀다는 점은 현대차가 모델별로 시트 부품의 원가 구조나 안전 사양 최적화 수준을 달리했음을 시사한다.

우수 등급을 받은 모델들은 고속 충격 시 골반이 시트백 안으로 깊숙이 안착되는 포켓 효과를 통해 머리와 척추를 일직선으로 유지했다. 반면 투싼은 이 골반 지지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아 탑승자의 신체가 불안정하게 요동치는 결과를 초래했다. 같은 그룹 내에서도 발생한 이러한 격차는 안전 성능이 단순히 플랫폼의 문제가 아니라 시트 프레임과 헤드레스트의 미세한 공학적 배려에서 결정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실험실 밖의 현실을 보여주는 실제 사고 소송

IIHS의 수치적 평가는 실제 사고 현장의 비극과 궤를 같이한다.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발생한 2018년형 투싼의 후방 추돌 사고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정차 중이던 투싼을 뒤차가 들이받았을 때, 운전자의 상체가 시트백을 타고 위로 솟구치는 램핑(Ramping) 현상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상체의 하중을 견디지 못한 헤드레스트가 이탈했고, 지지력을 잃은 운전자는 척추가 과신전되며 전신 마비라는 치명상을 입었다.

이 램핑 현상은 이번 IIHS 테스트에서 투싼이 지적받은 골반 지지력 미비 및 골반 변위 지표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시트가 골반을 단단히 고정하지 못하면 탑승자의 몸은 위로 솟구치게 되고, 결국 헤드레스트의 보호 범위를 벗어나게 된다. 제조사는 과거 해당 모델이 최고 안전 등급(TSP+)을 받았다고 주장했으나, 강화된 기준에서 드러난 설계 결함은 과거의 영광이 실제 생존율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냉혹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위기를 기회로 바꿨던 투싼의 개선 역사

현대차는 과거에도 안전 등급 추락이라는 위기를 기술 혁신의 발판으로 삼은 역사가 있다. 2015년 조수석 스몰 오버랩 테스트에서 낙제점을 받았을 당시, 현대차는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여 단 1년 만에 초고강도 강판(AHSS) 비중을 51%로 확대하고 차체 구조를 전면 보강하여 최고 등급을 탈환했다. 헤드라이트 성능 논란 때도 전 트림 LED 도입이라는 과감한 결단으로 패스트 팔로워로서의 역량을 과시했다.

최근에는 뒷좌석 안전성 문제가 불거지자 프리텐셔너와 로드 리미터를 즉각 도입하며 대응 속도를 높였다. 이번 시트 설계 결함 역시 현대차가 보유한 데이터와 기술력을 집중한다면 충분히 개선 가능한 영역이다. 시트 프레임의 강성 확보와 에너지 흡수 구조의 재설계는 투싼이 다시 안전 SUV의 명성을 회복하기 위한 필수 과제다. 소비자들은 현대차가 이번에도 비판을 수용하여 실험실의 수치를 넘어선 실질적 안전을 구현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안전은 타협할 수 없는 기본의 가치

이번 IIHS 테스트 결과는 자동차 제조사가 강화되는 안전 기준에 얼마나 치밀하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엄중한 경고다. 투싼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화려한 편의 사양보다 탑승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기본 설계에 더 큰 가치를 두어야 한다. 현대차가 과거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었듯, 시트 설계의 전면적인 재검토를 통해 투싼이 다시 안전한 SUV의 표준으로 복귀하기를 기대한다. 안전은 브랜드가 소비자와 맺는 가장 무거운 약속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