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중고차 쇼크” 신차가 못 막은 車수출 역성장, 중고차가 막았다

K-중고차 수출이 올해 신차 수출 둔화 속에서 전체 자동차 수출의 역성장을 막는 핵심 동력으로 부상했다. 글로벌 신뢰와 신흥국 수요가 맞물려 새로운 수출 효자로 자리매김했지만, 환경 규제 등 과제도 명확하다.

“K-중고차 쇼크” 신차가 못 막은 車수출 역성장, 중고차가 막았다
“K-중고차 쇼크” 신차가 못 막은 車수출 역성장, 중고차가 막았다

항만을 뒤덮은 중고차 행렬, 새로운 ‘수출 효자’로 떠오르다

국내 도로를 달리던 중고차가 해외에서 ‘귀한 몸’ 대접을 받으며 한국 자동차 수출의 판을 바꾸고 있다. 미국의 고율 관세, 완성차 업체들의 현지 생산 확대, 글로벌 경쟁 심화로 신차 수출이 흔들리는 사이, 중고차가 사실상 전체 자동차 수출의 역성장을 막아낸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자동차연구원 집계에 따르면 올해 1~11월 국내 중고차 수출액은 84억달러(약 12조4000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46억달러)보다 82.6% 급증했다. 같은 기간 신차와 중고차를 합친 전체 자동차 수출은 647억달러에서 660억달러로 2.0% 늘어나는 데 그쳤다. 중고차가 아니었다면 국내 자동차 수출은 ‘마이너스’로 돌아섰을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는 이유다.

숫자가 말하는 현실: “중고차 없었으면 4.2% 역성장”

산업부와 한국자동차연구원 분석을 더 들여다보면, 중고차의 존재감은 더욱 분명해진다. 전체 자동차 수출액에서 중고차를 제외하고 보면, 올해 1~11월 수출액은 601억달러에서 576억달러로 4.2%나 줄어든다.

신차 수출이 각종 ‘외풍’에 흔들리는 사이, 중고차 수출이 사실상 역성장을 상쇄하며 버팀목 역할을 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중고차가 전체 자동차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년 새 7.1%에서 12.7%로 치솟았다.

이 같은 흐름은 단일 연도의 예외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에 가깝다.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2021년 46만대 수준이던 국내 중고차 수출 물량은 2023년 63만대 안팎까지 늘었다. 대수 증가가 소폭에 그친 해에도 수출액은 3억달러 이상 늘어, 해외 바이어들이 한국 중고차에 더 높은 값을 지불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올해의 성장세는 더욱 가팔랐다. 매일경제가 인용한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중고차 누적 수출 대수는 7만8842대로 전년 동월 대비 55% 넘게 늘었고, 같은 기간 수출액은 3억9069만달러에서 7억6140만달러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이미 연간 70만대 이상 수출 가능성까지 점쳐지는 상황이다.

왜 중고차인가: ‘K-차’ 품질 신뢰와 신흥국 수요가 맞물렸다

중고차 수출 급증의 배경에는 세 가지 축이 맞물려 있다.

첫째, 한국차에 대한 글로벌 신뢰다. 현대차·기아를 중심으로 한 국산차 품질이 상향 평준화되고, 전 세계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한 번 탄 차라도 믿고 산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이 2024년 승용 중고차 기준 53만3000대, 수출액 47억4000만달러를 기록한 주요 중고차 수출국으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했다.

둘째, 신흥국의 고속 성장과 물가 부담이다. 소득 수준이 빠르게 오르는 신흥국 소비자들에게 한국 중고차는 ‘적당한 가격에 믿을 만한 품질’을 제공하는 상품이다. 신규 차량보다 부담이 적으면서도, 일본·유럽 중고차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셋째, 국내 중고차 시장의 투명성 개선이다. 과거 국내 중고차는 ‘허위 매물’과 ‘주행거리 조작’ 등의 이미지를 벗지 못했지만, 최근 대형 플랫폼과 제조사 인증 중고 시스템이 확산되면서 성능·사고 이력이 비교적 투명하게 관리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수출용 물량 역시 품질·이력 관리 체계가 정교해졌고, 해외 바이어들의 신뢰도도 함께 높아지는 선순환이 형성되고 있다.

신차는 흔들, 중고차는 질주…“수출 구조가 바뀌고 있다”

대조적으로 한국 자동차 신차 수출은 녹록지 않은 환경에 놓여 있다.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 가능성과 통상 갈등, 완성차 업체들의 북미 현지 생산 확대 기조, 중국·인도 등 글로벌 경쟁사의 저가 공세 등이 한꺼번에 겹치면서다.

산업부에 따르면 전체 자동차 수출은 2023년에 이어 2024년에도 700억달러를 넘어섰지만, 이는 중고차·친환경차 성장세까지 반영한 수치다. 같은 기간 전통적인 내연기관 신차 수출만 놓고 보면 성장세가 둔화되거나 일부 구간에서는 역성장 흐름까지 감지된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는 관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현대차그룹이 현지 생산 비중을 크게 늘리면서, ‘한국에서 만들어 미국으로 보내는’ 물량 자체가 줄어드는 구조가 고착되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공장에서 출하해 해상 운송으로 해외에 나가는 신차 물량은 정체 또는 감소하는 반면, 이미 국내에서 운행을 마친 중고차가 그 빈자리를 채워넣는 그림이 뚜렷해지는 모양새다.

한 자동차 산업 전문가는 “지금까지는 신차 수출이, 중고차는 그늘에서 따라가는 보조 시장 정도로 인식됐지만 이제는 ‘양대 축’으로 봐야 한다”며 “국가 차원의 통계·정책 프레임도 신차 중심에서 ‘신차+중고차’ 복합 구조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수출 현장의 변화: “이제는 중고차가 부두를 메운다”

변화는 현장에서도 감지된다. 대표적인 중고차 수출 거점인 평택항과 인천항에는 이미 한국 도로를 누비던 중고 승용차와 RV, 상용차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중고차 행렬’을 이루고 있다.

세관·항만 관계자들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한동안 주춤했던 중고차 선적 물량은 2023년부터 다시 살아나기 시작해 2024~2025년 들어서는 “매일이 피크 시즌”에 가깝다는 말까지 나온다. 일부 선사들은 중고차 전용 선적 슬롯을 따로 운영하거나, 기존 차량선(LCT, PCC) 배치를 조정해 중고차 물량을 더 태우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선적 현장에 가면 새 차가 대부분이었고 중고차는 틈새를 메우는 느낌이었는데, 요즘은 도리어 새 차보다 중고차가 더 눈에 띄는 날이 많다”며 “국내 시장에서 역할을 다한 차들이 해외 도시에 ‘두 번째 생’을 살러 떠나는 풍경이 일상이 됐다”고 말했다.

‘K-중고차’ 각광 받는 시장…러시아 이후 신흥시장 확산

중고차 수출의 주요 행선지는 중동,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동유럽 등 이머징 마켓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각국의 제재·수입 규제 변화로 노선이 수시로 재편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저소득·중저소득 국가에서 한국 중고차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 연구 자료는 글로벌 중고차 시장과 무역 규모가 신흥국의 경제 성장과 맞물려 향후에도 지속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특히 친환경차·전기차 확산으로 선진국 소비자들의 차량 교체 주기가 짧아질 경우, 상대적으로 배출가스 규제가 느슨한 신흥 시장으로의 중고 내연기관차 이동이 더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국내에서도 전기차·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 보급 확대가 빨라지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친환경차 중고 수출”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구조적 리스크도 명확…‘환경·규제·이미지’ 3대 과제

중고차 수출이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효자’로 떠오르고 있지만, 구조적 리스크도 적지 않다.

우선 환경 규제 리스크다.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주요국이 탄소배출 저감을 이유로 노후 차량에 대한 수입 규제를 강화할 경우, 노후 내연기관 중고차 수출은 제동을 걸릴 수밖에 없다. 신흥국 역시 대기오염과 기후위기 문제를 안고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노후 차량 수입 제한’ 논의가 번질 가능성이 크다.

둘째는 이미지 리스크다. 중고차 수출이 급증하는 과정에서 일부 비공식 브로커와 영세 수출상이 품질 기준을 무시한 채 무분별한 수출을 이어갈 경우, 특정 국가에서는 “한국 중고차=값싸지만 불량이 많다”는 역(逆) 이미지가 형성될 수 있다. 브랜드 이미지와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이는 미래 신차 판매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대목이다.

셋째는 국내 공급 불안정성이다. 내수 경기가 위축될수록 상대적으로 중고차 수출 쪽으로 물량이 더 쏠리게 되면, 국내 중고차 가격이 과도하게 뛰거나 내수 소비자들이 ‘가성비 있는 차량’을 구하기 어려워지는 부작용도 배제하기 어렵다. 실제로 일부 인기 차종에서는 “수출 물량이 워낙 많아 국내에 매물이 잘 안 남는다”는 소비자들의 불만도 나오고 있다.

정책과 산업 전략, 이제는 ‘신차 중심 사고’ 벗어나야

전문가들은 지금이야말로 자동차 산업 정책의 축을 재점검해야 할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단순히 신차 중심의 수출 통계와 지원책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중고차를 포함한 ‘전 주기(全周期) 가치 사슬’을 산업 전략의 일부로 편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핵심 과제로는 다음과 같은 전략이 꼽힌다.

중고차 수출 전용 인프라 확충: 주요 항만에 검사·정비·세척·도장 등 수출 전 공정을 통합 처리할 수 있는 클러스터를 조성해 물류 비용과 리드타임을 동시에 줄이는 방안이 거론된다.

품질·이력 데이터베이스 구축: 차량 이력정보, 사고·정비 기록, 배출가스·성능 데이터 등을 통합 관리해 해외 바이어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쉽게 조회할 수 있게 한다면, 한국 중고차의 ‘신뢰 프리미엄’을 제도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친환경·고부가가치 차량 중심 포트폴리오: 노후 차량 쏟아내기식 수출이 아니라, 일정 기준 이상의 품질과 연식을 충족하는 차량 위주로 수출 구조를 재편해야 지속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장기적으로는 전기차·하이브리드 중고차 수출을 위한 배터리 상태 진단·보증 체계도 필요하다.

통상·규제 대응: 주요 수입국의 관세·검사·환경 규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정부·업계·연구기관이 공동으로 ‘중고차 통상 대응 콘트롤타워’를 구축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한 자동차 정책 전문가는 “중고차 수출은 더 이상 부차적인 산업이 아니라, 국가 수출을 받치는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중고차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가 아니라 ‘중고차까지 포함한 자동차 생애주기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라는 관점 전환”이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 생” 사는 K-중고차…위기 속 기회, 준비된 자의 몫 된다

K-중고차 수출 호황은 위기와 기회가 동시에 교차하는 지점에 서 있다. 미국 관세, 글로벌 경쟁 심화, 환경 규제 강화 등으로 신차 수출의 ‘옛 영광’은 되풀이되기 어려울지 모른다. 그러나 같은 환경은, 품질과 신뢰를 갖춘 한국 중고차에게는 세계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의 창을 열고 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이 기회를 ‘일시적 호황’으로 끝낼지, 아니면 한국 자동차 산업의 구조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변곡점’으로 만들지에 달려 있다. 중고차가 막아낸 역성장의 뒤편에서, 한국 자동차 산업의 다음 10년을 좌우할 선택지가 조용히 재배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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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폭스바겐 그룹이 테슬라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서며 시장 판도가 재편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1~11월 중국을 제외한 세계 각국에 등록된 전기차 총 대수는 약 685만 3천대로 전년 동기 대비 26.4% 증가했다. 전기차 성장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정책 불확실성과 수요 둔화가 동시에 나타나며 완성차 업체 간 경쟁 구도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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