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안 사면 후회" 전쟁 터지자마자 판매량 150% 폭주해버린 역대급 상황
미-이란 전쟁이 장기전으로 굳어지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전례 없는 혼란에 빠졌다.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막히자 국내 주유소 가격은 가파르게 치솟았고, 이는 단순한 이동 수단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소비자들의 경제적 생존을 좌우하는 전략적 위기로 번졌다. 전기차가 한때 취향과 신념의 문제였다면, 지금은 연료비 공포가 내연기관차를 밀어내고 전기차를 사실상의 유일한 대안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기준 휘발유는 리터당 1,961.56원, 경유는 1,952.11원으로 2,000원 선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서울 등 주요 도심에서는 이미 그 임계점을 훌쩍 넘은 곳이 적지 않다. 이처럼 피부로 느끼는 비용 압박은 소비자들의 구매 행동 자체를 바꾸고 있으며, 한국 시장은 유지비 중심의 합리적 계산에 따라 빠르게 재편되는 중이다.
수치로 읽는 시장의 전환
2026년 1분기 차량 등록 데이터는 전환점이 이미 지났음을 보여준다. 3월 한 달간 전기차 신규 등록은 4만 2,031대로 전년 동월 대비 135.4% 급증했으며, 1분기 누적 등록 대수는 8만 3,529대로 전년 동기 대비 149.5% 뛰어올랐다. 반면 휘발유차 등록은 12.4% 줄었고, 경유차는 49.1%나 추락하며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 수순을 밟고 있다.brunch+1
경유차의 몰락은 단순한 수요 감소를 넘어 구조적 붕괴에 가깝다. 지난해 국내 경유차 등록 대수가 처음으로 10만 대 아래로 떨어진 것은, 96만 3,000대를 기록했던 2015년과 비교하면 10년 만에 1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셈이다. 이러한 흐름은 수입차 시장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수입차 중 전기차 비중은 47.8%까지 치솟았고, 전년 대비 판매량은 187% 늘어났다. 수입차 두 대 중 한 대가 전기차인 시대가 이미 현실로 들어선 것이다.yna+1
테슬라, 수입차 왕좌 탈환
수입차 시장의 판도는 테슬라가 완전히 뒤집었다. 3년 연속 수입차 1위를 지켜온 BMW의 아성이 무너지고, 테슬라는 3월 한 달에만 1만 1,130대를 팔아치우며 수입차 브랜드 최초로 월간 1만 대 돌파라는 기록을 세웠다. 1분기 누적으로도 2만 9,064대를 기록하며 BMW·메르세데스-벤츠를 모두 제치고 선두에 올랐다.digitalchosun.dizzo+1
테슬라의 독주를 이끈 것은 모델별 판매 성과다. '모델 Y 프리미엄'은 3월 한 달간 5,517대, '모델 3 프리미엄 롱레인지'는 1,905대가 팔리며 전통의 강자들을 숫자로 압도했다. 이는 테슬라가 모델 3 퍼포먼스를 5,999만 원까지 낮추는 등 공격적인 가격 전략을 구사한 결과로, 보조금 혜택과 고유가에 민감한 한국 소비자들의 심리를 정확히 읽어낸 선택이었다.
'캐즘'의 소멸과 정책 가속
한동안 업계를 짓눌렀던 전기차 수요 정체, 이른바 '캐즘'은 2,000원대 유가 충격 앞에서 실질적으로 사라졌다. SNE리서치는 고유가 국면과 소비자 인식의 전환을 반영해 글로벌 전기차 침투율 전망을 올해 29%, 내년 35%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2025년을 괴롭혔던 수요 둔화 우려가 외부 변수 하나로 무력화된 것이다.
정책 지원도 이 흐름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전기차 전환 지원금' 도입으로 지자체 보조금은 연초부터 역대 최고 속도로 소진되고 있으며, 광주·목포·나주 등 일부 지역은 이미 상반기 예산이 바닥을 드러냈다. 여기에 BYD가 1분기 3,968대를 팔아 수입차 시장 4위에 자리 잡은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씨라이온7'과 '돌핀'으로 가성비 공세를 펴는 BYD는 향후 테슬라와의 본격적인 가격 경쟁을 예고하며 시장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에너지 안보라는 더 큰 과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전쟁 전개 양상에 따른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조기 종전 시 유가는 배럴당 90달러 수준에서 안정되지만, 호르무즈 봉쇄가 이어지면 117달러, 에너지 시설이 직접 타격을 받을 경우 174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174달러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아닌 하한 추정치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실제 충격은 배급제나 산업 마비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한국의 나프타 수입 중 중동 의존도는 34.4%에 달하며, 카타르 라스 라판 가스 단지 같은 핵심 시설이 피격될 경우 복구에만 3~5년이 걸린다. 이는 개인의 유지비 문제를 넘어 석유화학·반도체 등 국가 기간산업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위협이다. 지금의 전기차 전환 가속화는 에너지 수급 불확실성에 맞선 국가적 자구책으로 바라봐야 한다. 충전 인프라 확충과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라는 숙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내연기관 시대가 막을 내린 뒤에 올 모빌리티 혁명의 주도권도 모래 위의 성에 그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