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 5.3m에 전기만으로 180km… 랜드크루저 잡으러 온 중국 괴물 SUV
장성차(GWM) 산하 하발(Haval) 브랜드가 브랜드 역사상 최대 크기의 플래그십 SUV를 공개하며 글로벌 하드코어 오프로드 시장 진입을 선언했다. 내부 코드명 'HX'(또는 'H10')로 불리는 이 모델은 오는 4월 말 베이징 오토쇼를 통해 공식 데뷔할 예정이다.
차명도 팬이 결정한다
장성차 웨이젠쥔(魏建鈞) 회장이 직접 나서 소셜미디어 영상을 통해 전 세계 팬들에게 차명 투표를 제안하며 화제를 모았다. 사내에서도 의견이 갈렸는데, H 시리즈의 전통을 잇는 'H10'파와 무한한 가능성을 상징하는 'X'를 내세운 'HX'파가 팽팽히 맞섰다. 회사는 결국 글로벌 공개 명명 캠페인을 실시해 4월 10일 최종 후보를 추려냈으며, 베이징 오토쇼 전시를 앞두고 공식 차명이 확정될 예정이다. 팬 참여형 네이밍 전략은 H6, H9 시리즈로 탄탄한 팬덤을 쌓아온 하발이 즐겨 활용하는 브랜드 전술이기도 하다.
압도적 차체 크기, 박스카 DNA
공업부(MIIT) 인증 카탈로그를 통해 공개된 제원에 따르면 이 차는 두 가지 보디 길이로 출시된다. 짧은 버전은 전장 5,138mm, 긴 버전은 무려 5,299mm에 달하며, 전폭 2,050mm·전고 1,970mm·휠베이스 3,000mm는 두 버전 모두 공통이다. 공차중량은 2,570kg으로 순수 근육질 대형 SUV의 풍채를 갖췄으며, 255/60 R20 규격의 20인치 타이어를 기본 장착한다. 현행 하발 H9의 전장이 4,950mm인 점을 감안하면 신형은 한 등급 위 클래스의 체격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디자인은 유행하는 '박스카(Boxy)' 언어를 충실히 따르며, 직선과 수직면이 만들어내는 강인한 실루엣을 강조했다. 리어 도어는 스윙아웃 방식의 스페어타이어 일체형 테일게이트를 채택해 랜드로버 디펜더를 연상케 하는 오프로드 감성을 살렸다.
귀원(Guiyuan) 플랫폼과 첨단 자율주행
하발 HX/H10은 장성차가 새롭게 개발한 '귀원(歸元, GWM One)' 플랫폼 기반의 첫 번째 하발 브랜드 모델이다. 이 플랫폼은 가솔린·디젤·순수전기·플러그인 하이브리드·수소 등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지원하도록 설계돼 향후 라인업 확장이 용이하다. 주목할 점은 프레임 바디가 아닌 모노코크(일체형 차체) 구조를 채택했다는 것으로, 오프로드 내구성과 도심 주행 편의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크로스오버적 접근이다. 리어 서스펜션은 멀티링크 독립식이 적용돼 승차감과 핸들링을 모두 잡았으며, 루프에는 라이다(LiDAR) 센서를 탑재해 도심과 고속도로 모두에서 작동하는 장성차의 '네비게이트 온 오토파일럿(Navigate on Autopilot)' 기능과 자율주차 기능을 지원한다. 800V 고전압 시스템도 플랫폼 차원에서 지원 가능하며, 동일 플랫폼을 쓰는 웨이(WEY) V9X에 이미 이 기술이 탑재됐다.
Hi4 PHEV 파워트레인, 최대 180km 전기 주행
파워트레인은 장성차의 4세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 'Hi4'를 기반으로 두 가지 옵션이 제공된다. 엔트리 사양은 1.5터보(최대출력 123kW/167마력)를 얹고, 상위 사양은 2.0터보(최대출력 175kW/238마력)를 탑재한다. 두 사양 모두 42.8kWh 용량의 인산철(LFP) 배터리와 조합되며, CLTC 기준 순수 전기 주행 가능 거리는 176~180km 수준으로 알려졌다. 인산철 배터리의 채택은 장거리 여행·혹한 환경에서의 안정성과 배터리 수명 측면에서 유리하며, 대형 SUV임에도 충전 한 번으로 웬만한 시내 출퇴근을 커버하는 실용성을 갖춘 셈이다. 트랜스미션은 4단 자동변속기가 적용되며 AWD 시스템이 기본 탑재된다. 탑승 인원은 5인승 또는 6인승 두 가지 구성이 마련된다.
포지셔닝과 가격대
하발 HX/H10은 중국 시장에서 30만 위안(한화 약 5,800만 원) 이상의 고급 하드코어 신에너지차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이는 랜드로버 디펜더, 토요타 랜드크루저, 벤츠 G클래스가 포진한 프리미엄 오프로드 세그먼트에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도전하겠다는 전략이다. 장성차는 이미 2024년 상반기 기준 해외 판매 20만 1,500대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62.6% 성장하는 등 글로벌 확장에 탄력을 받고 있으며, 하발 브랜드는 2024년 기준 하이브리드 차량 해외 수출에서 중국 브랜드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생산 출시 시점은 2026년 3분기가 유력하며, 베이징 오토쇼를 기점으로 가격과 최종 사양이 공개될 전망이다.
한국 시장 출시 전망
현재까지 하발 HX/H10의 한국 시장 공식 출시 계획은 발표되지 않았다. 장성차는 호주 등 우핸들 시장으로의 수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한국은 아직 공식 진출 대상국에 포함되지 않은 상태다. 하발 브랜드 자체가 한국에 공식 진출해 있지 않아, 설령 글로벌 출시가 이뤄지더라도 국내 소비자들이 정식 판매망을 통해 구매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중국산 SUV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인식 전환과 AS 인프라 구축이 선행 과제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