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회장의 판교 방문이 의미하는 것…현대차 자율주행 'X데이' 임박했나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포티투닷 판교 사옥을 방문해 자율주행 기술을 직접 점검했다. 송창현 전 사장 퇴임 후 불거진 전략 흔들림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고, 포티투닷의 E2E 기술 상용화에 힘을 실어줬다. 현대차의 자율주행 미래를 가늠하는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4일 경기 성남 판교 포티투닷 본사를 찾았다. 아이오닉 6 기반 자율주행차를 직접 시승하며 자율주행 기술을 점검하기 위함이었다. 이 방문이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된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송창현 전 포티투닷 사장 퇴임 이후 흔들리던 현대차 그룹의 자율주행 전략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 번 보여주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오너의 직접 방문, 그것이 말하는 것들
현대차그룹 회장이 기술 현장을 직접 방문하는 일은 흔하지 않다. 더욱이 최근 그룹 내 자율주행을 둘러싼 '내부 갈등'이 표면화된 가운데 이러한 방문은 단순한 격려 차원을 넘어선다.
지난 12월 초 송창현 전 사장의 갑작스런 사임으로 현대차 자율주행 진영은 충격에 빠졌다. 송 전 사장이 이끌어온 엔드투엔드(E2E) 기반 자율주행 기술 개발 전략이 과연 현대차그룹의 핵심 노선으로 지속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정의선 회장의 이번 방문은 그 의문에 대한 직접적인 답변이다. 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 분야에서 흔들리지 않겠다는 명백한 메시지였다.
포티투닷의 엔드투엔드 기술, 무엇이 다른가
이날 시승에 투입된 차량에는 포티투닷이 개발한 '아트리아 AI'라는 자율주행 시스템이 탑재됐다. 이 기술이 경쟁사들과 다른 점은 인식(인지)부터 판단, 제어까지 모든 과정을 하나의 인공지능 모델로 처리한다는 데 있다.
구체적으로는 8개의 카메라와 1개의 레이더로 주변 환경을 감지하고, 입력된 모든 데이터를 단일 딥러닝 모델로 통합 처리한다. 예측·계획·제어 과정이 차량 내부의 신경망처리장치(NPU)에서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이는 과거의 복잡한 다단계 시스템과는 결별하는 혁신이다.
포티투닷 자체도 이를 인식하고 있다. 지난 6일 공개한 기술 설명 영상에서 "테슬라에 비해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제한된 인력과 예산 속에서도 양산 준비를 본격화한 지 2년 반 만에 이 단계까지 도달했다"고 자평했다. 이는 현저한 스피드이다.
글로벌 경쟁의 한 가운데서 현대차의 선택
자동차 업계는 현재 자율주행 기술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 속에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테슬라의 FSD(Full Self-Driving)는 이미 북미에서 폭넓은 실제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고, 웨이모(Waymo)의 로보택시는 상용 서비스를 개시했다.
현대차그룹이 직면한 딜레마는 명확했다. 포티투닷의 E2E 기술에 베팅할 것인가, 아니면 기술 도입을 고민할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이 과정에서 송창현 전 사장과 그룹의 기술 노선을 놓고 의견이 엇갈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모셔널(Motional)이라는 또 다른 자회사와의 기술 방향성 충돌도 있었다.
그런 가운데 정의선 회장의 직접 방문은 이러한 갈등을 "더 이상의 흔들림 없이 진행하겠다"는 선언으로 읽힌다. 현대차그룹의 의사결정자가 현장에서 기술을 직접 확인하고 격려했다는 사실이 그것을 증명한다.
내년 3월의 마일스톤
포티투닷은 "지난 10월 기술 스택의 E2E 전환이 완결됐으며, 내년 3월 초까지 완성도를 높이는 단계"라고 밝혔다. 이는 실제 상용화로 향하는 여정 속에서 중대한 시점이다.
현대차그룹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전환과 레벨3 이상 자율주행 기술 확보를 중장기 성장축으로 설정했다. 이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되려면 포티투닷의 기술이 실제로 도로에서 검증되어야 한다. 정의선 회장이 판교에서 직접 확인한 것이 바로 이 현실성이었을 것이다.
현대차, 다시 선택의 기로에
그러나 업계에서는 한 가지를 주목한다. 포티투닷이 이번 시연을 통해 기술적 신뢰를 완전히 회복할 수 있느냐가 향후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전략을 결정할 것이라는 점이다. E2E 기술이 정말로 경쟁력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는지, 테슬라와의 격차를 충분히 줄였는지 하는 질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일부 업계 전문가들은 과거 삼성전자가 자체 OS인 바다(Bada)를 포기하고 안드로이드를 선택한 사례를 언급하기도 한다. 혹시 현대차도 포티투닷의 E2E 기술보다는 외부 기술 협력을 더 우선시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다.
하지만 정의선 회장의 24일 방문과 격려의 메시지는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현대차가 포티투닷의 기술 노선에 차량을 모으기로 결정했음을 의미한다. 남은 것은 포티투닷이 그 신뢰에 응할 수 있을지 여부다.
R&D 투자의 메시지
정 회장은 포티투닷의 개발 성과를 점검한 후 "R&D 투자와 인재 확보를 지속 지원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알려졌다. 이는 자금과 인력 측면에서의 구체적 약속이다. 자율주행은 투자와 시간이 집약된 기술 분야다. 그룹 회장이 직접 지원을 약속했다는 것은 포티투닷에 주어진 시간이 남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2026년으로 향하는 시험대
현대차그룹이 처음 공표했던 자율주행 기술 상용화 로드맵은 2026년을 겨냥하고 있었다. 그 목표까지는 앞으로 1년이 채 남지 않았다. 포티투닷의 XP2 시험차량이 판교의 실제 도로 환경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는지, 그리고 예측 불가능한 상황들을 얼마나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지가 다시금 평가 대상이 될 것이다.
정의선 회장이 직접 탔던 그 자리에서 현대차그룹 자율주행 전략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포티투닷의 E2E 기술이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는지 여부가 판단의 기준이 될 텐데, 그 답은 이미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