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수소 집착, 과연 미래의 정답일까? 930억 원 울산 신공장 기공의 의미

현대차가 울산에 9300억원 규모 수소연료전지 신공장 착공에 나섰다. 전기차 중심 흐름 속 수소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글로벌 시장 1위 현대차의 수소 전략을 분석했다.

현대차의 수소 집착, 과연 미래의 정답일까? 930억 원 울산 신공장 기공의 의미
현대의 수소차 넥쏘

현대자동차가 울산에 9300억 원 규모의 수소연료전지 신공장 기공식을 개최했다. 전기차 중심의 글로벌 산업 흐름과는 역행하는 이 결정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현대차는 왜 수소에 이렇게 미련을 못 버릴까? 그 이유를 파헤쳐 본다.

혁신적인 투자로 수소 에너지 미래를 열다

현대자동차는 30일 울산공장 내 수소연료전지 공장 부지에서 울산 수소연료전지 신공장 기공식을 개최했다. 9300억 원을 투입해 지상 3층, 연면적 9만 5374㎡(약 3만 평) 규모로 건설되는 이 공장은 국내 첫 고분자전해질(PEM) 수전해 생산 거점이 될 예정이다.

2027년 준공을 목표로 하는 이 프로젝트는 현대차가 정의선 회장의 주도 아래 추진해온 수소 사업의 가장 큰 결실이다. 공장은 화학공정(스택 제조)과 조립공정(시스템 제조)을 통합 운영하는 원팩토리 방식으로 구축되며, 2028년부터 연 3만 기 규모 연료전지 양산 체제에 돌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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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를 주행하는 현대 넥쏘 수소연료전지차, 현대의 수소 기술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다. 연ㄹ

기공식에는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과 호세 무뇨스 대표이사 사장,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등 250여 명의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나아가 이날 현대차와 국내 버스 제조기업 KGM커머셜 간의 수소연료전지공급 양해각서(MOU)도 체결되어 국내 수소버스 시장 확대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구를 구하는 수소의 힘, 시장이 증명한다

글로벌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시장의 성장세는 현대차의 수소 투자 결정이 단순한 기업 전략을 넘어 산업의 필연적 흐름임을 보여준다. 2025년 25억 달러 규모인 수소차 시장은 2035년까지 1339억 3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연평균 48.9%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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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시장 규모 전망 (2025-2035)

이는 세계 경제가 탄소중립으로 급속도로 전환하면서 전기차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요와 한계가 존재한다는 산업 전문가들의 판단을 뒷받침한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2035년까지 전 세계 수소차 시장의 37%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며, 한국은 현대차를 중심으로 이 지역 성장의 핵심 주역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의 글로벌 수소 리더십, 압도적인 기술 우위

현대차는 글로벌 FCEV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2025년 상반기 기준 현대차는 글로벌 수소 상용차 시장에서 30.5%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차는 2013년 세계 최초의 양산형 수소전기차인 투싼 ix Fuel Cell을 출시한 이후, 2018년 수소전기차 전용 모델인 넥쏘를 선보이며 수소차 시대를 주도해왔다.

이 신공장은 현대차의 글로벌 기준 2번째 수소연료전지 공장이다. 첫 번째는 2023년 문을 연 중국 광저우 공장으로, 연간 수소상용차 6500대에 사용할 수 있는 전지를 생산할 수 있다. 울산 공장이 완공되면 현대차는 아시아와 북미 시장을 아우르는 글로벌 수소 생산 거점을 갖추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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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SW의 3D 렌더링 수소연료전지 스택 모델, 연료전지 기술의 핵심 구성 요소를 보여준다.

전기차가 할 수 없는 것들, 수소차가 답하다

현대차가 전기차 중심의 산업 기조를 거스르면서까지 수소에 집착하는 이유는 기술적 우월성에 있다. 수소연료전지는 물을 이용하여 전기를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는 배터리에만 의존하는 전기차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에너지 운영 방식이다.

수소차의 가장 큰 장점은 충전 속도의 빠름이다. 신형 넥쏘 기준으로 수소 충전 시간은 단 5분으로, 전기차의 수십 분 충전 시간에 비해 압도적이다. 동시에 주행거리에서도 우위를 점한다. 신형 넥쏘는 1회 충전으로 720km를 주행할 수 있어 전기차 대비 우수한 거리를 자랑한다.

특히 중장거리 운송, 상용차, 극한 기후 환경에서의 운행이 필요한 산업군에서는 수소차가 오히려 더 적합한 솔루션이다. 냉난방 사용으로 인한 주행거리 감소 문제도 전기차에 비해 적어, 혹독한 기후 조건에서도 안정적인 운행이 가능하다.

현대차의 수소 연료전지 무게는 전기차 배터리의 2분의 1에 불과하며, 에너지 효율도 더 높다. 대형 트럭이나 버스 같은 상용 모빌리티에서는 무게 문제가 연비와 직결되기 때문에 이 장점은 매우 중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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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연료전지 스택, 첨단 수소 에너지 기술 생산을 보여준다.

공급망 리스크를 피하는 현명한 전략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자재인 리튬과 니켈은 지정학적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다. 이들 원자재는 중국, 남미 등에 편중되어 있어 언제든지 공급망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반면 수소는 물을 전기분해하여 생산할 수 있어, 기술을 확보한 국가라면 언제든 안정적으로 생산 가능하다.

현대차그룹은 수소 생산, 저장, 운송, 활용의 모든 밸류체인을 아우르는 HTWO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이는 테슬라가 태양광 발전, 에너지 저장 장치(ESS), 전력망 사업을 함께 운영하는 것과 비슷한 전략으로, 단순히 자동차를 파는 것이 아닌 에너지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한다.

현대차는 이미 울산 석유화학 단지에서 생산된 부생수소를 공급받아 수소 연료전지를 통해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이 발전소는 연간 8000MWh의 전력을 생산하는데, 이는 2200가구가 한 달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남은 과제, 인프라와 비용의 벽

현대차의 수소 전략이 완성되려면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수소 충전 인프라 부족이다. 현재 전국의 수소충전소 현황이 제한적이어서 시장 활성화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이 전 세계에서 수소차가 가장 많이 팔리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수소 충전 인프라 부족으로 인한 시장 활성화 지연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충전소에 수소가 떨어지면 운전자들이 몇 시간씩 기다리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한다.

두 번째 과제는 수소 생산 비용 절감이다. 현재 글로벌 수소 생산의 90% 이상이 천연가스에 고온·고압 수증기를 반응시켜 추출하는 '그레이 수소'다. 이 과정에서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태양광·풍력발전으로 얻은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만드는 '그린 수소'는 생산 비용이 2배 더 들기 때문에 경제성 확보가 절대과제다.

세 번째는 기술 개발의 지속이다. 현대차는 현재 기존보다 성능은 높아지고 가격은 절반인 차세대 수소 연료전지를 개발 중이다. 이러한 기술 진전이 수소 산업의 경쟁력을 결정할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지속가능한 미래의 핵심, 다변화된 기술 전략

현대차그룹이 수소에 집착하는 것은 단순한 경영 선택이 아니라 산업의 필연이다. 전기차의 급속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모든 운송 분야를 전기차로만 해결할 수는 없다. 대형 트럭, 버스, 선박, 항공기 같은 대규모 장거리 운송 수단에서는 수소가 더 효율적인 솔루션이기 때문이다.

2025년 한국 환경부는 고성능 차량 육성을 위해 수소전기차 약 11,000대에 대한 보조금 지급과 수소 충전소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와 민간이 함께 수소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의지가 분명해지고 있다.

울산 수소연료전지 신공장은 과거 내연기관 변속기 공장이 있던 자리에 건설된다. 이는 자동차 산업의 역사적 전환을 상징한다. 현대차는 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를 생산 전 과정에 도입해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인 '인간 중심' 스마트 제조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이 자신 있게 수소 사업을 추진하는 이유는 기술, 인프라, 글로벌 전략의 삼각형을 완성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탄소중립 시대에 전 지구적 에너지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과정에서 현대차는 전기차만이 아닌 수소까지 아우르는 다변화된 미래 모빌리티의 경쟁자로 자리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