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테슬라를 추격한다…'AI 기업'으로의 대전환이 가져올 미래는?

현대차가 테슬라 추격을 위해 125조 2천억 원을 투자하며 AI 기업으로 대전환을 선언했다. 자율주행 '아트리아 AI', 보스턴다이내믹스를 통한 로보틱스 확장, SDV 개발로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현대차가 테슬라를 추격한다…'AI 기업'으로의 대전환이 가져올 미래는?
현대차가 테슬라를 추격한다…'AI 기업'으로의 대전환이 가져올 미래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최근 "자율주행 분야에서 늦었다"는 솔직한 평가를 내놨다.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SD) 기능이 국내에 상륙하며 기술 격차가 더 이상 숨길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차는 이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삼았다. 향후 5년간 125조 2천억 원을 투입해 AI, 로보틱스,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중심으로 대대적인 사업 구조 재편에 나선 것이다. 이제 현대차는 단순한 완성차 제조사가 아니라 '피지컬 AI(Physical AI)'를 추구하는 기술 기업으로 자신을 재정의했다.

내년부터 본격화되는 AI 기업으로의 변신

현대차가 AI 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한 지 수개월 만에 구체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삼성증권은 8일 현대차에 대해 "내년 데이터센터 건설과 로봇,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출시로 인공지능(AI) 기업으로의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34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현대차의 AI 전략이 시장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음을 의미했다.

현대차그룹의 핵심은 '아트리아(Atria) AI'라는 자율주행 인공지능이다. 8개의 카메라와 1개의 레이더로 도로 상황을 인식하고 스스로 판단·제어하는 이 기술은 고정밀지도(HD맵) 없이도 작동한다. 이는 테슬라가 취한 카메라 중심 기술 방식과 유사하지만, 현대차만의 독자적인 접근 방식을 담고 있다. 현대차는 이미 지난 7일 아트리아 AI의 실험 주행 영상을 공개했으며, 내년 3분기에는 이 기술이 탑재된 페이스카를 선보일 예정이다. 더 나아가 2027년에는 '레벨2+' 수준의 아트리아 AI 탑재 차량을, 2028년에는 완전자율주행 차량의 출시를 목표로 했다.

로보틱스로 제조 현장부터 변혁

현대차그룹이 추진하는 AI 전략의 또 다른 축은 로보틱스다. 2021년 인수한 보스턴다이내믹스를 통해 현대차는 산업용 로봇의 선두주자로 자리 잡았다. 스팟, 아틀라스, 스트레치 등의 로봇들이 현대차그룹 미국 공장과 물류센터에 대량으로 투입되고 있다. 단순히 로봇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로봇이 생성하는 데이터를 AI 학습에 활용하는 '로봇 파운드리'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 중이다.

현대차는 제조 현장에 AI 기반 자율제조 기술을 확대 적용하고, 로봇 완성품 제조 시설과 파운드리 공장을 신설해 생산 효율을 대폭 향상시킬 계획이다. 더 주목할 점은 내년 휴머노이드 로봇 3세대가 출시되며, 보스턴다이내믹스의 CEO가 최근 "미국 정부와 국가 로봇 전략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는 것이다. 이는 현대차의 로봇 기술이 국가 차원의 주요 인프라로 인식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 새로운 경쟁의 기준

현대차그룹의 AI 전략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는 SDV(소프트웨어 정의 차량) 기술이다. 기존 자동차가 하드웨어 중심이었다면, SDV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차량의 기능이 계속해서 진화한다. 운전자의 명령을 AI가 학습하고 이를 개인화된 경험으로 제공하는 방식이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현대차는 이를 위해 네이버와 함께 대규모 데이터 처리 기술을 개발 중이며, 네이버의 생성형 AI '하이퍼클로바X'를 적용하고 있다. 또한 자체 생성형 AI 기술인 '글레오'도 개발하며 기술 독립성을 강화하고 있다. 2026년에는 SDV 기반의 페이스카를 출시해 본격적인 소프트웨어 중심 시대를 열 예정이었다.

데이터와 AI 시대의 진짜 경쟁이 시작되다

현대차그룹의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한 기술 따라잡기가 아니다. 수천만 대의 커넥티드 카가 생성하는 교통신호, 사물 정보, 지도 정보 등 대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안정적으로 처리하고 딥러닝으로 학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현대모비스가 최근 선보인 생성형 AI 모델처럼 텍스트와 이미지 정보를 통합 분석해 다양한 노면 주행 조건을 단시간에 구현하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나아가 로보틱스랩에서 개발한 온디바이스 형 AI는 네트워크 단절 상황에서도 로봇이 독립적으로 판단·행동할 수 있게 했다.

AI 기업으로의 변신, 시장도 인정하다

현대차의 이러한 전략이 시장에서 어떻게 평가받고 있는지는 분석가들의 평가에 여실히 드러났다. 삼성증권의 임은영 연구원은 "전기차에서 자율주행·로봇까지 확장을 추진하는 업체는 글로벌에서 테슬라·현대차그룹 등 5~6개에 불과하다"며 "내년 현대차그룹의 AI 기업으로서의 진전이 반영될수록, 현대차의 밸류에이션은 중국 상위 전기차 수준으로 재평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 차원의 지원도 현대차의 발걸음을 더욱 빠르게 한다. 이재명 정부가 '3대 AI 강국' 비전을 제시하면서 국가 차원의 대규모 투자와 인재 육성, 규제 혁신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모빌리티 산업 내 위상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보였다.

5년 후의 현대차는 어떤 모습일까

현대차가 추진 중인 125조 2천억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은 명확한 목표를 지니고 있었다. 2030년까지 완성차 수출 규모를 247만 대로 확대하고, 이 중 전동화 차량 비중을 176만 대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것이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성장이 AI, 자율주행, 로보틱스라는 미래 기술을 기반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현대차그룹 로보틱스랩이 추구하는 '휴머니티를 향한 진보'라는 철학 아래, 안면 인식 시스템 페이시(Facey), 온디바이스 비전 언어 모델(VLM), 지능형 CCTV, 로봇 관제 시스템 나콘(NARCHON) 등의 기술들이 실제 현장에서 검증되고 있다. 이들은 모두 AI의 핵심적인 요소들로, 현대차가 단순한 자동차 회사를 넘어 AI 솔루션 제공자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현대차의 도전은 결코 쉽지 않다. 테슬라가 구축한 기술 선점의 벽은 여전히 높고,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추격도 거세다. 하지만 현대차가 보유한 제조 기반, 글로벌 네트워크, 그리고 보스턴다이내믹스라는 로보틱스 자산은 경쟁에서 충분한 무기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정의선 회장이 강조한 '선제적 기술력 확보'라는 경영 철학 아래 AI 기업으로의 변신이 본격화되면, 향후 5년이 현대차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은 분명해 보였다.

모빌리티의 미래가 자율주행과 로봇이라면, 현대차는 이미 그 미래로 향한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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