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인도 전용 전기 SUV 첫 포착…한국 시장 진출할까?
현대자동차가 인도 시장을 겨냥한 전용 전기 SUV 개발에 본격적으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남한 본사에서 진행된 최근 테스트에서 충전 중인 프로토타입이 포착되면서, 그간 의문에 쌓여있던 이 차량의 정체가 순수 전기차임이 확인됐다. 현대차는 2025년 1월 크레타 일렉트릭을 인도에서 출시한 데 이어, 두 번째 현지화 전기차를 통해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인 인도에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하려는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인도 시장, 현대차의 미래 성장 엔진으로 부상
현대차가 인도 시장에 이처럼 공을 들이는 이유는 명확하다. 인도는 이미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자동차 시장으로 성장했으며, 동시에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권 중 하나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인도 시장 점유율 15%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약 5조 6,800억 원(51억 달러)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는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공장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의 투자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현대차가 단순히 완성차를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인도에서 설계·개발·생산까지 모두 진행하는 '메이드 인 인디아' 전략을 추진한다는 점이다. 이는 현지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히 반영하면서도 생산 원가를 낮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보인다. 2025년 12월 기준 현대차의 인도 수출은 전년 대비 26.5% 증가했으며, 푸네 공장에는 2028년까지 연간 25만 대 규모의 생산능력이 추가될 예정이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인도 시장에 하이브리드 8종과 순수 전기차 5종을 출시할 계획이며, 2032년까지 딜러십과 주요 지역, 고속도로를 따라 600개 이상의 급속 충전소를 구축한다는 야심찬 인프라 계획도 발표했다. 이는 전기차 보급의 최대 걸림돌인 충전 인프라 부족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충전 중 포착된 프로토타입, 전기차 확정
이번에 공개된 스파이샷의 핵심은 바로 '충전 장면'이다. 앞서 인도 뭄바이에서 포착된 테스트 차량들은 위장막으로 완전히 덮여 있어 내연기관인지 전기차인지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남한에서 촬영된 최신 사진에는 프로토타입이 충전 스테이션에 연결된 모습이 선명히 담겨 있어, 이 차량이 순수 전기 SUV임을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했다.
충전 포트는 차량 전면 왼쪽에 배치되어 있으며, 이는 기아 시로스 EV와 동일한 구조다. 두 차량은 현대차그룹의 K1 플랫폼을 공유할 것으로 예상되며, 배터리 용량과 모터 출력도 유사할 가능성이 크다. 참고로 유럽 시장에서 판매 중인 현대 인스터 EV는 42kWh와 49kWh 배터리 옵션을 제공하며, WLTP 기준 각각 300km와 355km의 주행거리를 기록한다.
흥미로운 점은 인도에서 촬영된 테스트 차량은 철제 휠을 장착하고 있었던 반면, 남한에서 포착된 프로토타입은 기하학적 패턴이 돋보이는 알로이 휠을 달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현대차가 다양한 트림 구성을 테스트하고 있음을 시사하며, 최종 양산 모델에서는 17인치 내외의 휠이 적용될 것으로 추정된다.
각진 SUV 실루엣과 프리미엄 디자인 요소
위장막에 가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차량의 전체적인 디자인 방향은 뚜렷하게 읽힌다. 무엇보다 인도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박시한 SUV 실루엣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높은 루프라인과 직선적인 벨트라인, 각진 도어 프레임은 실용성과 존재감을 동시에 강조한다.
프리미엄 포지셔닝을 노린 디자인 요소도 곳곳에서 발견된다. 플러시 도어 핸들은 공기저항을 줄이는 동시에 세련된 이미지를 부여하며, 두툼한 휠 아치 클래딩과 높은 루프 레일은 SUV다운 강인함을 더한다. 랩어라운드 형태의 앞 유리와 평평한 보닛, 조각적인 아웃사이드 미러, 깔끔하게 처리된 리어 스포일러 역시 현대적인 전기차 디자인 트렌드를 반영한 요소들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후면부 디자인이다. 픽셀 스타일의 LED 테일램프는 현대차의 아이오닉 라인업에서 볼 수 있는 디자인 언어를 계승하면서도, SUV 특유의 볼륨감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후면 범퍼 상단에 별도로 설치된 카메라는 ADAS(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용으로 추정되며, 이는 이 차량이 레벨 2 수준의 안전 기술을 탑재할 것임을 시사한다.
모스 부호로 새긴 'H', 새로운 조명 기술 적용
전면 디자인에서 가장 주목할 요소는 바로 새로운 픽셀 로고다. 크레타 일렉트릭과 달리, 이 신형 SUV는 폐쇄형 그릴 중앙에 모스 부호로 'H'를 표현한 네 개의 점으로 구성된 로고를 달고 있다. 이는 현대차가 아이오닉 6에 처음 도입한 디자인 요소로, 단순한 엠블럼을 넘어 다양한 조명 효과로 운전자와 소통하는 감성적 인터페이스 역할을 한다.
아이오닉 6의 경우, 이 픽셀 라이트는 환영·작별 인사, EV 준비 상태, 음성 인식, 주행 모드 전환, 배터리 충전 상태, 후진 상태 등 총 7가지 시나리오에서 작동한다. 인도 전용 SUV에도 유사한 기능이 적용될 것으로 보이며, 특히 점등된 로고가 주간 주행등(DRL)의 일부로 기능하거나 방향지시등과 연동해 순차적 애니메이션을 구현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조명 기술은 단순한 시각적 효과를 넘어, 전기차로서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브랜드 차별화를 꾀하는 전략적 장치다. 특히 인도 시장에서는 타타 넥슨 EV나 마힌드라 XUV400 같은 로컬 경쟁자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기술력과 디자인 우위를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스 부호 로고는 그런 맥락에서 매우 효과적인 차별화 포인트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이중 헤드램프와 픽셀 테일램프로 아이덴티티 구축
조명 디자인은 단순히 로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프로토타입에서 확인된 이중 구조의 헤드램프 역시 흥미로운 요소다. 상단에는 모스 부호 로고와 함께 DRL이 배치되고, 실제 주행용 헤드램프는 그보다 낮은 위치, 즉 범퍼에 가까운 곳에 자리한다. 이런 세퍼레이트 헤드램프 구조는 최근 현대차그룹이 적극 활용하고 있는 디자인 트렌드로, 시각적 임팩트를 극대화하면서도 기능적 효율성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후면의 픽셀 LED 테일램프 역시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이는 현대차의 전기차 라인업에서 일관되게 사용되는 시그니처 요소로, 야간 시인성을 높이는 동시에 미래지향적 이미지를 강화한다. 테일램프 위쪽에 별도로 설치된 카메라는 후방 감시와 함께 ADAS 기능의 핵심 센서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ADAS 레벨 2, 안전 기술로 경쟁력 확보
차량 후면에 별도로 장착된 카메라는 이 SUV가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을 탑재할 것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현대차는 크레타 일렉트릭에 19가지 기능을 제공하는 하이브라이드 스마트센스 레벨 2 ADAS를 적용한 바 있으며, 신형 전기 SUV 역시 유사하거나 더 발전된 시스템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레벨 2 ADAS는 차선 유지 보조와 적응형 크루즈 컨트롤을 동시에 작동시켜, 고속도로나 정체 구간에서 운전자의 피로를 크게 줄여준다. 또한 사각지대 모니터링, 자동 긴급 제동, 능동형 차선 변경 보조 등의 기능이 결합되어 360도 안전망을 구축한다. 특히 인도처럼 교통 환경이 복잡하고 운전 문화가 다양한 시장에서는 이러한 안전 기술이 단순한 옵션을 넘어 필수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크레타 일렉트릭이 초고강도 강판을 차체의 약 75%에 적용하고 6개의 에어백을 기본 제공했듯이, 신형 SUV 역시 안전성에서 타협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쌓아온 현대차의 안전 철학을 인도 시장에도 그대로 이식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며, 동시에 타타나 마힌드라 같은 현지 경쟁사 대비 기술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기아 시로스 EV와 플랫폼 공유 전망
업계에서는 이 신형 현대 전기 SUV가 기아 시로스 EV와 K1 플랫폼을 공유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아 시로스 EV는 전륜구동 전용 전기 SUV로, 유럽에서 판매 중인 현대 인스터 EV와 같은 플랫폼을 사용한다. 인스터 EV는 42kWh와 49kWh 니켈-망간-코발트(NMC) 배터리 옵션을 제공하며, WLTP 기준으로 각각 300km와 355km의 주행거리를 기록한다.
인도 시장용으로는 배터리 용량과 화학 구조가 일부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현대차는 인도에 LFP(리튬인산철) 각형 배터리 합작 생산 라인을 구축할 계획을 밝혔으며, 이는 원가 절감과 안전성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LFP 배터리는 NMC 대비 열안정성이 뛰어나고 가격도 저렴해, 가격에 민감한 인도 시장에 적합한 선택이다.
모터 출력과 성능 사양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크레타 일렉트릭이 42kWh와 51.4kWh 두 가지 배터리 옵션에 각각 390km와 473km의 주행거리를 제공하는 것을 감안하면, 신형 SUV 역시 유사한 스펙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차체 크기와 무게, 공기역학적 효율에 따라 실제 주행거리는 달라질 수 있다.
인도 전기차 시장, 빠르게 성장 중
현대차가 인도에 두 번째 전기 SUV를 투입하는 배경에는 급성장하는 인도 전기차 시장이 있다. 인도 에너지 저장 연합(IESA)의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의 전기차 시장은 2019년부터 2026년까지 연평균 36%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8년 36만 5,920대였던 전기차 판매량은 정부의 FAME II 보조금 정책에 힘입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충전 인프라 역시 빠르게 확충되고 있다. 2018년 1,000대에 불과했던 충전기 판매량은 2026년까지 5만 대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공공 충전 인프라에만 약 5,200억 달러의 투자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이는 전기차 보급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충전 인프라 부족 문제가 점차 해소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여전히 과제는 남아 있다. 인도 소비자들은 가격에 매우 민감하며, 전기차는 아직 내연기관차 대비 약 8,000달러(약 1,120만 원) 이상 비싸다. 정부 보조금과 세제 혜택이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현대차는 현지 생산과 부품 조달 현지화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는 바로 현대차가 '메이드 인 인디아' 전략을 추진하는 핵심 이유이기도 하다.
현대차의 글로벌 전동화 전략과 인도의 역할
인도는 현대차의 글로벌 전동화 로드맵에서 핵심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글로벌 전기차 생산량을 연간 364만 대로 확대할 계획이며, 이 중 상당 부분을 인도에서 생산해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중동, 아프리카로 수출할 예정이다. 인도 생산 차량의 약 30%가 수출용으로 배정되는 것도 이런 전략의 일환이다.
2025년 글로벌 실적을 보면, 현대차의 전동화 추진은 가속화되고 있다. 본국인 남한에서 전기차 판매는 전년 대비 22% 증가한 5만 5,489대를 기록했으며, 하이브리드는 21% 늘어난 18만 7,560대, 수소차는 78% 급증한 6,809대를 판매했다. 이는 현대차가 전기차뿐 아니라 하이브리드와 수소차를 포함한 다양한 전동화 솔루션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도에서도 이런 다각화 전략이 그대로 적용된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인도에 순수 전기차 5종과 하이브리드 8종을 출시할 계획이며, 이는 단일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시장과 소비자 니즈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다. 특히 인도는 아직 충전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고 장거리 이동이 많아, 하이브리드가 과도기적 솔루션으로 적합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2026년 제품 공세와 시장 전략
현대차는 2026년을 제품 공세의 해로 삼고 있다. 인도 시장에서는 이번 신형 전기 SUV 외에도 베뉴 EV, 베이온 크로스오버, 베르나·i20·엑스터 페이스리프트, 투싼 페이스리프트 등이 줄줄이 예고되어 있다. 이는 전동화와 내연기관 리프레시를 동시에 추진하며, 세그먼트 전반에 걸쳐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베뉴 EV는 4미터 미만의 소형 전기 SUV로, 타타 넥슨 EV와 펀치 EV에 맞서는 핵심 모델이 될 전망이다. 인도에서는 4미터 미만 차량에 세제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에, 이 세그먼트는 가격 경쟁력이 특히 중요하다. 베뉴 EV가 현지 생산과 부품 현지화를 통해 얼마나 공격적인 가격을 제시할 수 있을지가 성패의 관건이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현대차의 이런 다면적 접근은 매우 현명한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전기차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다.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동시에 강화하면서 전기차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것은, 시장 변동성에 대비하고 다양한 소비자 니즈를 충족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한국 시장 출시 가능성은?
가장 궁금한 부분은 바로 이 인도 전용 전기 SUV가 한국 시장에도 출시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 차량은 철저히 인도 시장의 니즈와 가격대, 규제 환경에 맞춰 개발되고 있으며, 한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사양이나 주행 성능과는 다소 거리가 있을 수 있다.
한국 시장에서 현대차는 이미 코나 일렉트릭, 아이오닉 5, 아이오닉 6 등 다양한 전기차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개발된 모델들이다. 인도 전용 SUV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대를 목표로 하고 있어, 배터리 용량이나 주행거리, 실내 마감재 등에서 한국 소비자들의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플랫폼과 핵심 기술은 공유되므로, 이 차량의 개발 경험과 기술이 향후 글로벌 모델에 반영될 수는 있다. 특히 저가형 전기차 플랫폼 개발 노하우는 유럽이나 남미 같은 신흥 시장 공략에도 유용하게 활용될 것이다. 또한 남한에서 프로토타입 테스트가 진행된다는 점은, 현대차가 본사의 연구개발 역량을 총동원해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