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국산 AI로 '한국형 똑똑한 자동차' 만든다…2028년 글로벌 격전지 진입
현대자동차가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한국형 인공지능 중심 자동차(ADV)'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인공지능(AI)으로 차량 주요 기능을 제어·관리하는 게 핵심으로, 국산 AI 자율주행 모델을 탑재해 테슬라·BYD 등 글로벌 완성차와의 기술 격차를 좁힌다는 구상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026년 신년사에서 "AI를 외부에서 빌려오는 게 아니라 조직 내부 생명력으로 받아들이고 체화하는 것이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K-AI 미래차 얼라이언스 출범
현대차는 LG전자·현대모비스·HL만도·네이버·카카오 등 6개 기업과 'K-AI 미래차 얼라이언스'(K-얼라이언스)를 구성해 오는 15일 협약식을 개최한다. 한국자율주행산업협회 관계자는 "자동차 시장 재편에 대비해 긴밀하게 협의를 진행한 결과, 최종적으로 6개 업체가 참여하는 전략적 협력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참여 기업들은 얼라이언스 출범을 계기로 AI 미래차 표준 플랫폼 개발과 AI 엔드 투 엔드(E2E) 자율주행 기술을 내재화하고,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 돌입할 예정이다.
SDV 넘어 ADV 시대로
ADV는 소프트웨어(SW)가 자동차를 제어·관리하는 '소프트웨어 중심차(SDV)'보다 한단계 진화한 개념이다. SDV가 미리 정해진 프로그램으로 작동한다면, ADV는 AI가 실시간으로 학습하고 모든 판단을 내리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자동차다. 한국형 ADV는 국내 AI 자율주행 모델을 탑재하면서 핵심 기능을 AI로 제어하고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되며, 운전자 개입 없이 주행하도록 국산 AI 기술을 활용해 무인 자율주행을 구현한다.
파트너사 간 역할 분담 구체화
현대차를 비롯한 파트너사 간 역할 분담도 명확해졌다. LG전자·현대모비스·HL만도와는 차량 아키텍처·전장·소프트웨어를 결합한 ADV 플랫폼을 개발하며, ADV의 뼈대인 플랫폼은 2027년까지 개발을 완료할 방침이다. HL클레무브·카카오모빌리티와는 한국형 AI 자율주행 모델을 개발하는데, 이 역시 2027년까지 SDV에 탑재하는 것이 목표다. 이 모델은 도로·주행 상황별 최적의 판단을 내리고 자율주행 성능을 끌어올리는 게 핵심 개발 방향으로, 테슬라·BYD 등 글로벌 완성차와 경쟁하며 국내 ADV 생태계의 핵심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네이버와는 AI 인프라와 AI 에이전트, 데이터 서비스 등 모빌리티 서비스 확장 방향을 함께 모색한다.
테슬라 E2E 기술에 대응
K-얼라이언스는 테슬라가 완전자율주행(FSD) v12부터 도입한 E2E 자율주행 기술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협력체이기도 하다. E2E 자율주행은 센서 입력부터 차량 제어까지의 모든 과정을 하나의 통합된 AI 신경망이 학습·처리하는 구조로, 개발자가 사전에 정의한 규칙 기반 프로세스를 대체한다. 자동차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테슬라는 E2E 자율주행 학습에 2025년 2분기 기준 엔비디아 H100 그래픽처리장치(GPU) 약 6만7000개를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 관계자는 "K-얼라이언스는 테슬라 E2E 기술에 대한 대응은 물론이고 AI 미래차 전환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로보틱스·로보택시와 시너지
현대차는 2028년 ADV 양산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ADV 적용을 확대, 국내 AI 모빌리티 생태계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모셔널·보스턴 다이나믹스 등 계열사와도 로보택시·로보틱스 사업을 추진하면서 자체 AI 경쟁력을 키울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은 모셔널과 함께 개발한 아이오닉5 기반 로보택시를 2026년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일반 승객 서비스에 투입할 예정이며, 이 차량은 레벨 4 수준의 완전 무인 자율주행 기술을 갖추고 있다. 또한 보스턴다이나믹스와 구글 딥마인드가 협력해 개발 중인 로봇 AI 파운데이션 모델은 로봇의 형태나 크기에 구애받지 않고 적용 가능한 범용성을 지향한다.
2028년 SDV 세계 1등 목표
정의선 회장은 2025년 3월 판교 첨단차플랫폼본부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지금은 테슬라가 SDV에서 앞서가고 있고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따라붙고 있지만, 2028년에는 누가 더 잘할지 아무도 모른다"며 "그때까지 제대로 된 SDV를 개발해 JD파워 등의 품질평가에서 꼭 1등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SDV 노하우를 많이 쌓을수록 로봇과 미래항공모빌리티(AAM) 성능도 끌어올릴 수 있다"며 "고객이 원하는 SDV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려도 제대로 잘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은 SDV가 자동차는 물론 로봇과 AAM의 '두뇌'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고 2030년까지 SDV 개발 등에 18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글로벌 경쟁력 확보 전략
K-얼라이언스는 국내 자동차 산업이 기존 하드웨어 중심 범용차 산업 구조에서 벗어나 AI 중심 첨단차 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위기 인식에서 시작됐다. 미국·중국이 자율주행 관련 AI 기술을 상용화 단계까지 고도화하는 반면 국내 미래차 생태계가 취약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업계 전문가는 "완성차의 해외 기술 의존을 줄이기 위해 AI 반도체·센서 융합·주행 제어 알고리즘 등 기반 기술을 국산화하고, 공공 데이터를 활용한 공동 학습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K-얼라이언스는 장기적으로 AI 모빌리티 전환을 위해 AI 기술을 로보틱스·플라잉카 등에 탑재하는 데에도 협력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