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그룹의 진짜 심장, 이제 엘세군도에 있다” 제네시스 美 캘리포니아 초호화 디자인센터의 민낯
제네시스가 미국 캘리포니아 엘세군도에 초호화 디자인 센터를 개소했다. 북미 시장 공략과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도약을 위한 핵심 거점으로, 한국적 미학과 첨단 기술을 접목해 미래 디자인을 제시했다.
제네시스가 엘세군도에 광활한 디자인 스튜디오를 공개했다...
북미 한복판에 세운 ‘제네시스의 집’…왜 지금, 왜 LA인가
현대자동차그룹의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가 마침내 미국 캘리포니아에 ‘자기 집’을 지었다. 이름은 ‘제네시스 디자인 캘리포니아(Genesis Design California)’.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 엘세군도(El Segundo)에 들어선 이 최첨단 디자인 스튜디오는 연면적 약 7,400㎡(약 8만 ft²)에 달하는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로, 제네시스 브랜드만을 위한 독립 디자인 기지다.
제네시스 측은 이 공간을 두고 “북미 시장의 취향과 트렌드를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브랜드의 전초기지이자, 앞으로 나올 제네시스 차량 디자인의 요람”이라고 규정한다. 단순한 연구동이나 디자인 스튜디오가 아니라,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로 올라서려는 제네시스의 의지가 공간으로 구현된 상징물에 가깝다.
캘리포니아, 특히 남부 LA 일대는 이미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이 앞다퉈 디자인 센터를 설치한 ‘디자인 격전지’다. BMW, 메르세데스-벤츠, 도요타, 폭스바겐, 혼다, 아큐라 등 주요 브랜드들이 모두 이 지역에 디자인 거점을 두고 있다. 여기에 제네시스가 ‘전용 독립 스튜디오’를 열었다는 점은 의미가 남다르다. 단순히 뒤늦게 합류한 것이 아니라, 이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디자인이 곧 브랜드”라는 승부수…10년 만에 ‘집’을 마련하다
제네시스의 새 캘리포니아 스튜디오는 브랜드 탄생 10주년을 맞은 해에 문을 열었다. 럭셔리 브랜드로서는 아직 어린 축에 속하는 10년차지만, 제네시스는 그 짧은 기간 동안 세계 주요 디자인 어워드와 전문지에서 잇따라 호평을 받으며 ‘디자인 강자’로 부상해 왔다. 이번 스튜디오는 그 자신감의 연장선이다.
제네시스 브랜드와 현대차그룹의 디자인을 총괄하는 루크 동커볼케(Luc Donckerwolke) 최고창의책임자(CCO)는 새 스튜디오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제네시스에서 디자인은 곧 브랜드이고, 브랜드는 곧 디자인이다. 제네시스 디자인 캘리포니아는 바로 그 철학의 구현이다.”
그는 또 이 공간이 “한국적 정체성을 품으면서도 창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설계된, 영감의 그릇”이라고 강조했다.
제네시스 북미 법인 대표이자 현대차 글로벌 CEO인 호세 무뇨스(José Muñoz) 역시 “이 시설과 일자리 투자는 북미 시장에 대한 제네시스의 장기적 헌신을 보여주는 상징”이라며 “10년 만에 쌓아 올린 한국적 디자인 헤리티지를 바탕으로, 앞으로 세대에 걸친 새로운 제품군을 이곳에서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숫자로 보는 제네시스 디자인 캘리포니아…‘초호화’ 수식은 과장이 아니다
새 스튜디오는 숫자만 놓고 봐도 범상치 않다.
위치: 미국 캘리포니아주 엘세군도(로스앤젤레스 인근 해안 도시)
규모: 연면적 약 7,400㎡(약 8만 ft²), 지하 1층·지상 2층, 약 2,260평
인력: 디자이너·모델러·디지털 아티스트 등 45명 상주
역할: 차량 디자인, 미래 모빌리티·에어 모빌리티·로보틱스, 컬러·소재·마감(CMF), UX·사운드·로고·쇼룸 등 브랜드 전반 디자인 연구
이미 제네시스는 서울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글로벌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 중이다. 캘리포니아 스튜디오까지 더해지면서, 세 개 대륙에 걸친 ‘24시간 글로벌 디자인 벨트’가 완성됐다. 서울에서 시작한 아이디어가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LA에서 마무리되고,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순환 구조가 가능해진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럭셔리 브랜드에게 디자인 스튜디오는 곧 두뇌”라며 “제네시스가 LA에 전용 ‘두뇌’를 마련했다는 건, 이제 글로벌 럭셔리 판에서 눈치 보는 후발주자가 아니라 자기 목소리를 내겠다는 신호”라고 평가한다.
카 리프트 대신 ‘정원과 찻자리’…공간 자체가 하나의 디자인 언어
스튜디오의 실내를 들여다보면 제네시스가 강조해온 ‘한국적 미학’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하지만 그것은 전통 문양을 노골적으로 들이대는 방식이 아니다. 이곳은 자연광, 여백, 재료, 동선으로 브랜드 철학을 말하는 공간이다.
주요 특징을 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 자연광을 최대한 끌어들인 개방형 구조와 천창, 그리고 남가주의 맑은 하늘을 활용한 차량 실차 관찰 공간
- 실내외를 잇는 정원과 라운지, 한국 전통 정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야외 공간
- 클레이 모델링과 3D 프린팅 워크숍, 디지털 디자인 랩, 최첨단 스캐닝 장비를 갖춘 프로토타입 제작 존
- CMF(Color, Material, Finish) 전용 스튜디오, 라이브러리, 트렌드 리서치 공간
- 현대식 다도(茶道) 플랫폼을 포함한 ‘차(茶)의 공간’으로, 디자이너와 손님을 위한 사색·대화의 장소
- 부드러운 어쿠스틱 펠트로 감싼 프라이빗 포커스 룸, 차분한 회의실과 다수의 소규모 협업 공간
제네시스는 이 공간을 “외부 세계와 분리된, 명상적(meditative) 상태로 진입하게 만드는 장소”라고 표현한다. 단순히 ‘멋진 사무실’이 아니라, 디자이너들의 감성을 예민하게 유지하고 몰입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심리적 장치로 설계했다는 의미다.
한 글로벌 자동차 매체는 스튜디오를 둘러본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식물과 빛, 따뜻한 목재가 어우러진 구조는 디자이너가 아니어도 여기서 일하고 싶게 만든다. 자동차 회사의 사무실이라기보다, 갤러리와 명상 센터를 섞어놓은 듯한 공간이다.”
북미 소비자 ‘입맛’ 겨냥…디자인 전쟁의 최전선으로
제네시스가 북미, 그 중에서도 LA 인근에 ‘전용 디자인 스튜디오’를 세운 이유는 분명하다. 북미는 제네시스 성장의 핵심 동력이자, 럭셔리 시장에서 승부를 봐야 할 1순위 전장이다.
호세 무뇨스 대표는 새 스튜디오의 전략적 의미를 이렇게 압축했다.
“제네시스 디자인 캘리포니아는 우리 팀을 미국 시장 한가운데에 심어두는 역할을 한다. 북미 고객의 취향과 감성에 더 깊이 공감하는 차량을 만들 수 있게 될 것이다.”
실제 이 스튜디오에서 진행될 작업 범위는 상당히 넓다.
- 북미 시장 전략 차종의 외·내장 디자인
- 북미 고객 특성을 반영한 컬러·소재·마감 개발
- 브랜드 사운드, UI, 로고, 쇼룸, 고객 접점 공간 디자인
- 전기차 전용 라인업 및 고성능 서브 브랜드(예: ‘마그마(Magma)’ 프로젝트 등)에 대한 선행 디자인
- 에어 모빌리티·로보틱스 등 미래 모빌리티 콘셉트 연구
특히 LA는 전 세계 자동차 디자인의 흐름이 가장 먼저 읽히는 곳으로 평가받는다. 강력한 전기차 수요, 첨단 기술 기업, 환경 규제, 다양한 문화권이 뒤섞인 소비자층이 만들어내는 ‘입맛’은 글로벌 브랜드들의 시험장이자 트렌드 발신지다.
제네시스는 이곳에 디자인 본진을 세움으로써 경쟁 브랜드와 같은 무대에서, 같은 속도로, 때로는 한 발 빠르게 미래 디자인을 모색할 수 있게 됐다.
서울–프랑크푸르트–엘세군도, 24시간 돌아가는 ‘디자인 삼각편대’
이번 스튜디오 개소로 제네시스 디자인 조직은 세 개 대륙, 세 개 타임존을 잇는 삼각 편대를 완성했다. 서울, 프랑크푸르트, 엘세군도 스튜디오가 디지털로 촘촘히 연결돼, 24시간 끊이지 않는 디자인 협업 체계가 구현된다.
서울이 브랜드의 정체성과 철학, 초기 콘셉트를 잡는 ‘심장’이라면, 프랑크푸르트는 유럽 시장의 감성과 규제를 반영한 세부 조율의 거점이다. 여기에 북미 소비자들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현장에서 읽어내는 엘세군도가 더해지면서, 제네시스는 세 지역의 시각을 동시다발적으로 반영하는 디자인 구조를 마련했다.
이는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들이 이미 활용해온 방식이기도 하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은 독일 본사 외에 미국과 중국, 일본 등지에 디자인 스튜디오를 두고, 지역별 감성을 한 데 모아 ‘글로벌 럭셔리 코드’를 짜온 바 있다. 제네시스는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유사한 수준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디자인 내공’을 다지고 있는 셈이다.
‘한국적 럭셔리’의 실험실…차를 넘어 라이프스타일로 확장
제네시스 디자인 캘리포니아는 단지 자동차를 그리는 공간에 그치지 않는다. 브랜드 측은 이곳을 “제네시스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탐구하고 구현하는 실험실”로 정의한다.
이미 제네시스는 차량 디자인뿐 아니라 호텔, 골프, F&B, 컬래버레이션 전시 등 라이프스타일 영역으로 활동 반경을 넓혀가고 있다. 이번 스튜디오에는 이러한 행보를 뒷받침할 장치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다.
- 스토리텔링용 가상 이미지·필름 제작을 위한 전담 디지털 스튜디오
- VIP 및 미디어, 파트너를 초청하는 이벤트·다이닝이 가능한 루프톱 및 라운지 공간
- 아트와 디자인, K-컬처를 접목한 전시와 프로그램을 열 수 있는 오픈형 공간
이로써 제네시스는 ‘차를 잘 만드는 브랜드’에서 ‘디자인과 경험으로 기억되는 브랜드’로의 전환을 본격화할 수 있게 됐다. 럭셔리 시장에서 차별화 포인트가 점점 ‘주행 성능’에서 ‘경험과 이야기’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스튜디오의 역할은 향후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경쟁자들 사이에서 제네시스가 노리는 자리는 어디인가
캘리포니아 디자인 센터의 개소는 경쟁 브랜드들에게도 분명한 메시지다. 현대차그룹의 고급 브랜드가 더 이상 ‘가성비 좋은 대안’으로만 머물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유럽 프리미엄 3사(BMW·메르세데스-벤츠·아우디), 일본의 렉서스, 미국의 캐딜락·테슬라가 포진한 북미 럭셔리 시장에서 제네시스는 독특한 좌표를 잡아가고 있다.
- 가격 대비 고급스러운 실내·외장 디자인
- 과감한 조형미와 심플한 디테일을 결합한 ‘한국적 미니멀리즘’
- 전동화 전환에 적합한 미래지향적 실루엣과 인터페이스
이번 스튜디오는 이러한 강점을 더욱 선명하게 다듬고, 북미 고객의 눈높이에 맞게 조율하는 작업실이 된다. 디자인은 럭셔리 차의 첫인상이고, 첫인상에서 밀리는 브랜드는 선택받기 어렵다. 제네시스가 ‘디자인이 곧 브랜드’라고 강조하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이제 진짜 승부는 여기서 시작된다”
제네시스가 엘세군도에 마련한 초호화 디자인센터는 단순한 새 건물의 탄생이 아니다. 럭셔리 브랜드로서의 정체성과 야망, 그리고 북미 시장에 대한 장기 전략이 응축된 일종의 선언문이다.
서울–프랑크푸르트–엘세군도를 잇는 디자인 삼각편대를 모두 가동한 지금, 제네시스는 ‘K-디자인 럭셔리’라는 새로운 장르를 전 세계 시장에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제시할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올랐다.
10년 만에 자기 집을 마련한 제네시스에게, 이제 더 이상 “언제까지 실력을 증명할 것이냐”는 질문은 의미가 없다. 새로운 질문은 이것이다.
이 집에서 탄생할 다음 세대 제네시스는, 과연 글로벌 럭셔리 시장의 판을 뒤흔들 만큼 매혹적일 수 있을까.
자동차 업계의 시선이 엘세군도의 이 건물로 쏠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