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동차 수출, 역사적 전환점에 서다...710억 달러 달성 임박 '관세협상 기적'
한국 자동차 수출액이 11월 북미 관세협상 타결 후 25% 급등하며 연간 710억 달러 달성을 눈앞에 뒀다. 친환경차 수출 호조세와 생산 확대가 성장을 견인했으나, 내수 약화와 대외 환경 변화 등 과제가 남아 있었다.
미국 관세협상 타결이 부른 '수출 역전', 11월 북미 시장 한 달 사이 25% 급등의 진짜 의미는?
한국 자동차 산업이 역사상 처음으로 연간 710억 달러 고지를 목전에 두고 있다. 산업통상부가 2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월부터 11월까지 누적 자동차 수출액이 660억4000만 달러를 기록, 사상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2023년 연간 기록인 709억 달러를 넘을 확률이 높아졌다는 뜻이다.
이러한 성과는 단순한 수치 상승이 아니다. 년초 미국과의 통상 불확실성 속에서 버티다가 11월 관세협상 타결이라는 전기를 맞으면서, 한국 자동차 제조업의 회복력과 글로벌 경쟁력을 동시에 증명해낸 결과다.
11월 수출의 역전: 협상 타결의 즉각적 영향
11월 한 달의 성과는 관세협상이 기업들에게 얼마나 극적인 신호를 전달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산업부 발표에 따르면 11월 북미 지역 자동차 수출액은 31억7500만 달러로, 전월(10월) 대비 25.3% 급증했다. 미국 시장만 집중해도 26억9600만 달러로 10월 대비 27% 성장했다.
이는 협상 체결의 신속한 영향을 극적으로 드러낸다. 11월 1일 소급으로 관세가 25%에서 15%로 인하된 이후, 수출 기업들의 의사결정 속도가 가속화됐다는 증거다. 더 나은 마진율에 밀려 있던 수주와 배송이 일시에 폭발한 것이다. 전년 동월 대비로도 북미 7.7%, 미국 5.1% 상승세를 기록했다는 점은, 단순한 재고 소진이 아닌 실제 수요 회복의 신호였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뉘앙스가 있다. 전년 동기 누적 수출액 기준으로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11월 기준 북미 누적 수출액은 325억4200만 달러로 전년 동기(368억6100만 달러) 대비 11.7% 감소 상태다. 협상 타결이 앞으로의 신호탄이 될지, 매몰된 손실을 메울 수 있을지는 12월과 내년의 과제다.
친환경차의 습격: 미래 경쟁의 신호
수출 성장의 핵심을 이끈 것은 전통 가솔린차가 아니었다. 친환경 차량이 주도권을 장악했다. 11월 친환경차 수출은 78,436대, 23억2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3.4% 증가했다. 누적 기준으로도 235억51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7% 성장했다.
특히 하이브리드차의 약진이 눈에 띈다. 11월 하이브리드차는 54,296대로 전년 동월 대비 39.8% 증가했다. 누적 기준으로는 50만 대를 돌파했다. 이는 전 세계 소비자들이 경쟁국 대비 한국산 하이브리드차의 가성비를 선호하고 있다는 뜻이다. 일본의 하이브리드 시장 선도권에 한국이 본격적으로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전기차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인다. 수출은 22,068대로 소폭 상승(0.5%↑)에 그쳤으나, 국내 내수 시장에서는 전기차가 진정한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2025년 1월부터 11월까지 전기차 내수 판매는 207,000대를 돌파했다. 이는 직전 최고치인 2023년 연간 158,000대를 이미 넘어선 수치다. 한국 소비자들이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이것이 향후 수출의 밑바탕이 될 것임을 시사한다.
생산 기저의 확대: 3년 연속 400만 대 시대의 도래
수출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생산 기반도 견고하게 확대되고 있다. 2025년 누적 자동차 생산량은 374만 대에 달했다. 현재의 추세라면 3년 연속 400만 대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산업부는 전망했다.
이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구조적 강화를 의미한다. 2024년 수도권 폭설이 야기한 기저효과도 있지만, 생산 역량 자체가 강화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현대자동차그룹, 기아자동차 등 주력 업체들의 가동률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는 하청업체와 부품업체의 경영 개선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다만 생산 과잉이 아닌 수출 실수요 기반의 성장이어야 하는 과제는 남아 있다. 현재의 북미 시장 회복세가 지속적인 수요인지, 아니면 관세 인하 전의 사재기 효과인지는 1분기 통계를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지역별 성과: 글로벌 다변화의 신호
흥미로운 점은 북미 이외의 지역에서도 상당한 수출 증가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11월 중남미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29.0% 증가했고, 오세아니아는 21.9% 증가했다. 아프리카 지역도 14.5% 증가했다. 이는 미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낮추고 있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전략적 다각화를 보여준다.
유럽 연합(EU) 시장은 82억1000만 달러로 3.4% 상승했다. EU가 자국 완성차 산업 보호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도, 한국산 자동차의 경쟁력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특히 친환경차 분야에서 한국의 기술력이 인정받고 있는 증거다.
내수 시장의 약한 신호
한 가지 우려할 점은 국내 내수 시장의 약화다. 11월 전체 자동차 내수 판매는 146,241대로 전년 동월 대비 1.1% 감소했다. 국산차는 5.2% 감소했으나, 수입차는 18.2% 증가했다. 이는 국내 소비자들의 구매력 약화와 함께 프리미엄 브랜드에 대한 선호가 심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다만 친환경차 내수 판매는 21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체 내수 중 친환경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으며, 이는 한국 소비자들이 글로벌 트렌드의 최전선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부의 전기차 지원 정책이 효과를 거두고 있는 부분이다.
남은 과제와 전망
대미 관세협상 타결은 한국 자동차 산업에 일시적 호재가 됐을 수 있다. 그러나 구조적 과제는 여전하다. 미국이 향후 추가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 중국산 전기차의 글로벌 확산, 일본 자동차의 하이브리드 기술 경쟁력 등이 장기적 위협으로 남아 있다.
산업부는 "대미 관세 협상 타결로 통상 불확실성이 완화된 만큼, AI 자율주행과 친환경차 중심의 생산·투자·연구개발을 통해 자동차 산업의 성장세를 이어가겠다"고 발표했다. 관세 인하의 숨을 고르는 동안, 기업들은 미래 먹거리인 자율주행과 전기화 기술에 집중해야 한다는 방향 제시다.
결국 710억 달러라는 수치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현재를 정확히 반영한다. 과거의 영광을 되찾은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술 기반 위에서 글로벌 경쟁의 위치를 재정의하는 과정 중에 있다는 뜻이다. 11월의 반등이 단순한 회복이 아닌 미래 성장의 기초가 될 수 있을지는, 한국 자동차 업계의 기술혁신과 정부의 정책 지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