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담금질에서 벗어난 현대차, 정말 미래가 밝을까?
한미 관세협상 타결로 현대차 주가 14% 급등. 25%에서 15%로 인하되며 연간 3조1,000억원 절감. 팰리세이드·GV90 앞세워 미국 점유율 11% 달성. 2030년 555만대 목표는 이뤄질까.
한국과 미국 간 관세협상 타결로 현대차그룹에 '역사적 전환점'이 찾아왔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자동차 관세 인하는 단순한 수치 변화가 아니다. 기존 25%에서 15%로 인하된 관세율은 현대차와 기아가 7월부터 석 달간 짊어져온 불확실성의 짐을 덜어주는 신호탄이 됐다.
시장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한미 정상회담 소식이 전해지자 현대차 주가는 정규장의 2.99% 상승을 넘어 애프터마켓에서 14% 가까이 뛰어올랐다. 기아도 1.94% 정규장 상승에서 10.48%의 애프터마켓 급등으로 투자심리의 폭발적 반응을 보였다. 이는 시장이 이번 협상을 얼마나 중대하게 평가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지표다.

관세 인하의 실질적 영향
현대차그룹이 확보한 이번 승리의 규모는 상당하다. 관세율이 25%로 유지될 경우 현대차그룹의 연간 관세 비용은 8조4,000억원에 달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협상에 따라 15%로 인하되면 5조3,000억원으로 줄어든다. 결국 연간 3조1,000억원의 비용 절감이라는 거대한 '선물'을 받게 된 셈이다.
이 규모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현대차는 미국에 연간 101만 대를 수출하고 있다. 이 모든 차량에 붙는 관세 부담이 10%p 낮아진다는 뜻이다. 다올투자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11월부터 12월까지 약 4,000억 원, 내년 연간으로는 무려 2조4,000억 원의 영업이익 개선이 예상된다.

미국 시장 'K-SUV'의 반격, 현대차의 신무기들이 격돌하는 무대
관세 인하는 현대차그룹에 가격 경쟁력이라는 새로운 무기를 쥐어줬다. 그동안 관세 부담으로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던 현대차는 이제 그 빅터 상황을 뒤집을 수 있다.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의 주력 모델 팰리세이드는 이미 입증된 '돈 벌어주는 기계'다. 2025년 상반기 전 세계에서 9만7,706대가 팔린 이 준대형 SUV는 시장에서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관세 부담이 줄어들면 가격 인상 압력도 완화되고, 수익성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더욱 주목할 점은 현대차의 미래 전략이다. 현대차는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 'eM'을 최초로 적용한 럭셔리 전기 SUV 'GV90'을 2026년 상반기에 한국 시장에 먼저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다. 이 차량은 800V 아키텍처로 급속 충전을 지원하며, 최적 조건에서 644km 이상의 주행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기아도 내년 선보일 미국 전용 2세대 텔루라이드에 기대를 걸고 있다. 팰리세이드와 함께 미국 고급 SUV 시장을 양분하는 이 모델은 높은 수익성으로 기아의 북미 실적을 책임질 주자로 평가받고 있다.

반도체처럼 '불확실성'을 빼다, 현대차의 미래는 설계도 단계로
현대차그룹의 경영진은 이번 협상을 단순한 비용 절감 수단이 아닌 '전략적 재정비의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불확실성이 제거되자 신차 개발 로드맵이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개년간 77조3,000억원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기로 공식 발표했다. 이 투자액은 R&D 30조9,000억원, 설비투자 38조3,000억원, 전략투자 8조1,000억원으로 배분된다. 2030년까지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 555만대 달성이라는 야심 찬 목표도 공개했다.
미국 시장 공략도 구체적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2028년까지 미국에 21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생산능력을 30만대에서 50만대로 확대하고, 루이지애나주에 270만톤 규모의 전기로 제철소를 건설할 예정이다. 기존 앨라배마 공장(36만대), 조지아 공장(34만대)과 함께 2030년까지 120만대의 미국 내 생산 체제를 구축하려는 전략이다.
이는 단순한 현지화 전략이 아니다. 관세 회피 수단을 넘어 미국 시장에서 완전한 자립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흐름을 타고 달리는 협력사들, GM과의 동맹도 본격화
현대차그룹과 제너럴모터스(GM)의 동맹 체계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8월 양사가 공동 개발하기로 발표한 중형 픽업, 소형 픽업, 소형 승용, 소형 SUV 등 4개 차종과 전기 상용 밴 개발 프로젝트가 본격화될 조건이 마련된 것이다.
미국 점유율도 새로운 도약을 노리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2025년 1월부터 5월까지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 11%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5%p 상승한 수치다. 특히 하이브리드 차 판매가 전년 대비 65.8% 증가하면서 상승세를 견인했다.
밝은 미래 위의 그림자들, 현대차가 넘어야 할 산
다만 현대차의 길이 장미빛만은 아니다. 하반기 전망은 녹록치 않다. 관세 인하 이전에 미리 사재기했던 비관세 제고가 소진되면서 차량 가격 인상 압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포드는 이미 멕시코 산 모델 가격을 올렸고, 도요타는 다음 달부터 평균 270달러 인상을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관세 인상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현재 15%로 합의된 관세도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는 미지수다. 국제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현대차의 '숨겨진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현대차의 미래는 관세 인하로 '출발선에 섰다'
결국 한미 관세 협상 타결은 현대차에 주어진 '기회'일 뿐 '보장'이 아니다. 3조1,000억원의 비용 절감은 현대차가 미국 시장에서 더 나은 제품을 만들고, 더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준 것이다.
현대차는 이제 GV90, 팰리세이드, 텔루라이드 같은 신무기들을 들고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를 향해 질주할 준비가 되어 있다. 2030년 글로벌 555만대 판매 목표도 현실성 있는 목표가 되었다. 오는 2~3년이 현대차의 "진짜" 미래를 결정할 계절이 될 것이다.
관세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현대차. 이제 남은 것은 오직 실행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