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승자' 중국, 글로벌 전기차 시장 재패권 공고화… BYD·지리 '쌍두마차' 전략의 명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2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중국 업체들이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 2025년 1월부터 12월까지 전 세계 80개국에서 고객에게 인도된 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 포함)는 2,147만 대로 전년 대비 21.5% 증가했다. 이는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테슬라가 8.6%의 판매 감소를 기록하며 163만 6,129대에 그친 것과 대조적으로, 중국 제조사들은 압도적인 성장세로 글로벌 시장의 판도를 재편하고 있다.

'침묵의 승자' 중국, 글로벌 전기차 시장 재패권 공고화… BYD·지리 '쌍두마차' 전략의 명암
'침묵의 승자' 중국, 글로벌 전기차 시장 재패권 공고화… BYD·지리 '쌍두마차' 전략의 명암

BYD의 '역설적 1위'… 감소 속 왕좌 수성의 비밀

BYD는 2025년 전년 대비 0.6% 감소한 412만 1,000대를 판매하며 글로벌 1위 자리를 유지했다. 판매량이 오히려 감소했음에도 1위를 지킨 것은 경쟁사들의 부진이 더 심각했기 때문이다. 테슬라가 두 자릿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반면, BYD는 전략적 해외 거점 확보로 장기적 성장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다.​

BYD의 진짜 승부수는 생산 거점의 다변화다. 유럽에서는 헝가리와 터키에 공장을 건설 중이며, 헝가리 공장에서는 2025년 말부터 돌핀 서프(Dolphin Surf) EV 생산이 시작됐다. 터키 공장은 2026년 말까지 씰 U PHEV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동남아시아에서도 태국, 인도네시아, 캄보디아를 중심으로 공장 신설 및 증설을 병행하며 관세 및 보조금 정책 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강화하고 있다.

2025년 12월 한 달만 봐도 BYD의 전략이 명확히 드러난다. 동남아시아로 3만 2,427대, EU·영국·EFTA로 3만 1,048대를 수출하며 양대 시장에서 균형잡힌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중동 7,400대, 오세아니아 5,501대 등 다층적 시장 진출로 특정 지역 의존도를 낮춘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EU가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45%의 관세를 부과하는 상황에서, 현지 생산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지리자동차의 '폭발적 성장'… 3개 브랜드 전략의 승리

지리자동차는 2025년 전년 대비 56.8% 급증한 222만 5,000대를 판매하며 글로벌 2위에 올랐다. 지리홀딩그룹 전체로는 412만 대를 판매해 5년 연속 성장을 달성하고 사상 처음으로 400만 대를 돌파했다. 신에너지차 판매는 229만 대로 전년 대비 58% 증가했으며, 신에너지차 침투율은 56%에 달했다.

지리의 성공 비결은 프리미엄 브랜드 지커(Zeekr), 하이브리드 전용 브랜드 갤럭시(Galaxy), 글로벌 시장 타깃 링크앤코(Lynk&Co) 등 다층적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통한 소비자층 공략이다. 특히 갤럭시는 2025년 123만 5,800대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150% 성장했고, 출시 25개월 만에 100만 대 판매를 달성했다. 링크앤코는 35만 495대로 22.8% 증가했으며, 평균 거래가격이 20만 위안을 돌파했다. 지커는 22만 4,000대를 인도했고, 12월 단독으로 3만 대를 넘겼으며, 지커 9X는 50만 위안 이상 대형 SUV 부문에서 판매 1위를 차지했다.

흥미로운 점은 지리가 2025년 초 링크앤코를 지커에 통합하며 브랜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는 사실이다. 재무 및 조달 팀을 먼저 통합하고, 2025년 초 R&D와 제품 팀까지 통합했다. 이는 중국 시장에서 100개 이상의 신에너지차 모델이 출시되며 경쟁이 격화되자, 중복을 제거하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단순히 판매량을 늘리는 것을 넘어 수익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추구한 것이다.​

지리는 또한 해외 생산 확대에도 적극적이다. 2026년 2월에는 포드와 유럽 제조 및 기술 파트너십 협상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포드의 유럽 공장 공간을 활용해 지리 차량을 생산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의 추락… 미국 시장 점유율 46%로 하락

테슬라는 2025년 글로벌 판매가 전년 대비 8.6% 감소한 163만 6,129대에 그쳤다. 2년 연속 판매 감소를 기록한 것이다. 미국 시장에서도 테슬라의 점유율은 2024년 48.7%에서 2025년 46%로 하락했으며, 판매량은 약 63만 4,000대에서 58만 9,000대로 감소했다.

테슬라의 부진은 경쟁 심화가 주요 원인이다. GM은 2024년 8.8%에서 2025년 13.2%로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렸고, 판매량도 11만 4,426대에서 16만 9,793대로 급증했다. 쉐보레는 약 6만 8,000대에서 9만 2,000대로 증가하며 점유율을 5.2%에서 7.2%로 높였다. 테슬라가 한때 보유했던 시장 점유율은 2025년의 거의 두 배에 달했다. 장기적 하락 추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업체의 '관세 우회' 전략… 현지 생산이 답이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해외 생산 거점을 확보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EU는 2024년 10월 31일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45%의 관세를 5년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 시절 100% 추가 관세를 부과했고,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145~245%로 대폭 인상했다가 협상을 통해 135%로 조정했다. 캐나다, 터키, 멕시코도 보호무역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현지 생산은 관세를 우회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BYD의 헝가리·터키 공장, 지리와 체리의 동남아 공장 확장은 모두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립모터(Leapmotor)는 스텔란티스와 파트너십을 맺고 폴란드 공장에서 조립을 시작했으며, 2025년 말까지 말레이시아 구룬(Gurun) 시설에서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체리는 베트남에 동남아 최대 규모 공장을 2026년 중반까지 건설할 계획이며, 총 투자액은 최대 8억 달러로 초기 연간 생산능력은 3만~6만 대, 수요에 따라 20만 대까지 확대 가능하다.

관세가 없다면 중국산 전기차는 미국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대비 6,000~1만 6,000달러 저렴할 수 있다. 하지만 100% 관세가 부과되면 BYD 씰(Seal)은 하이브리드보다 19% 더 비싸진다. 이는 중국 업체들이 현지 생산 없이는 선진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시장 전망… BYD는 공격적, 지리는 신중

한국 시장에서 BYD는 2025년 첫 정식 진출 1년 차에 6,107대를 판매했다. 2026년 목표는 1만 대 이상으로 64% 증가를 의미한다. BYD 코리아는 씰(Seal)의 후륜구동 버전, 소형 해치백 돌핀(Dolphin), 그리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DM-i 모델 등 3개 신차를 2026년 출시할 예정이다. 한국 소비자들의 하이브리드 수용도가 높은 점을 감안하면 DM-i 모델이 판매 증가의 핵심 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BYD는 판매망도 확대해 2026년 12월까지 쇼룸 35개, 애프터서비스 센터 26개로 늘릴 계획이다. 2025년 11월에는 월간 신차 등록 1,164대를 기록하며 한국 시장 월별 판매 5위에 처음 진입했고, 렉서스, 토요타, 폭스바겐을 앞질렀다. 씰의 가격은 약 3만 3,300달러(한화 약 4,490만 원)이며, 공격적 가격 정책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반면 지리자동차 계열의 지커와 링크앤코는 한국 시장 진출 계획을 공식 발표하지 않았다. 지리홀딩그룹은 2026년 1월 지커와 링크앤코의 미국 생산 및 판매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으나, 한국은 언급되지 않았다. 지커는 2025년 2분기부터 3개 신모델 출시를 계획하고 있으며, 링크앤코 02와 08 모델을 글로벌 시장에 투입할 예정이지만, 한국은 우선순위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자체 전기차 산업(현대차·기아)이 강하고 시장 규모가 제한적이어서, 중국 업체들에게 전략적 우선순위가 낮을 수 있다. BYD가 선제적으로 시장을 개척하고 있지만, 지리는 미국과 유럽 등 더 큰 시장에 자원을 집중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향후 BYD의 한국 시장 성과에 따라 지리의 진출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2026년 전망… 중국 주도 구도는 더욱 공고화될 것

2026년 글로벌 순수 전기차(BEV) 판매는 약 19% 성장해 1,74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전체 자동차 시장의 약 19%를 차지한다. 중국 본토의 차량 수출은 2025년 650만 대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며, 중국 제조사들의 해외 진출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BYD는 2026년 해외 수출 목표를 130만 대로 설정했는데, 이는 2025년 대비 24% 증가한 수치지만 이전 예상치보다는 낮다. 이는 관세와 지정학적 리스크를 감안한 보수적 접근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현지 생산 거점이 본격 가동되면 수출 의존도를 낮추면서도 판매는 늘릴 수 있다.​

테슬라는 2026년 소폭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2029년까지 300만 대 판매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중국 업체들의 기술 격차 축소, 가격 경쟁력, 다양한 모델 라인업이 테슬라의 시장 점유율을 지속적으로 잠식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2026년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중국 업체들의 독주, 특히 BYD와 지리자동차의 '쌍두마차' 체제가 더욱 확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관세 장벽을 현지 생산으로 우회하고, 다양한 브랜드 포트폴리오로 소비자층을 세분화하며, 동남아·유럽·중동 등 다층적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이 주효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전통적 자동차 강국들은 이제 '추격자'가 아닌 '방어자' 입장에 놓였다. 중국 전기차의 물결을 막을 수 있을지, 아니면 공존의 길을 찾을지가 향후 최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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