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 나를 기억하고 웃겨준다”…테슬라 2025 홀리데이 업데이트, 진짜 달라진 7가지
테슬라 2025 홀리데이 업데이트는 AI 내비게이션, 차 안 포토부스, 반려동물 모니터링 등 다양한 신기능을 선보였다. 소프트웨어 중심 기업으로서 테슬라의 전략과 미래 로보택시 시대를 향한 준비를 엿볼 수 있었다.
테슬라 2025 홀리데이 업데이트: 그록 AI 내비게이션 및 축제 ...
테슬라가 연말마다 예고하는 ‘홀리데이 업데이트’가 올해는 한층 더 강해졌다. 단순한 이스터에그 수준을 넘어, 차량을 개인 비서이자 놀이터로 만들 만큼 기능 범위가 넓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AI 내비게이션, 차 안 포토부스, 반려동물 모니터링 등은 테슬라가 왜 ‘소프트웨어 회사’로 불리는지 다시 한번 각인시키는 기능들이다.
AI가 길 안내까지 맡았다…‘그록 내비게이션 명령’
이번 홀리데이 업데이트의 핵심은 테슬라와 일론 머스크의 AI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차량에 녹아들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xAI의 대화형 AI ‘그록(Grok)’이 음성 기반 내비게이션 조작을 담당하기 시작한 것이다.
운전자는 별도의 복잡한 메뉴 조작 없이 음성 명령으로 목적지를 추가·변경하고 경유지를 설정할 수 있다. 그록은 단순 경로 안내를 넘어, 교통 상황과 목적지 특성을 설명하는 ‘말하는 내비게이션 비서’에 가까운 경험을 제공하도록 설계됐다.
자율주행 기능과 결합할 경우, 운전자가 화면과 버튼에 손을 댈 필요가 줄어들고, 시선도 도로에 더 오래 머물 수 있어 안전성과 편의성 모두를 겨냥한 변화로 해석된다. 테슬라는 베타 버전인 만큼 제한된 지역과 차량에서 먼저 적용한 뒤, 추후 확대 적용을 예고했다.
차가 스튜디오로 변신…‘테슬라 포토부스’와 크리스마스 연출
이번 업데이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놀 거리’는 테슬라 포토부스(Tesla Photobooth)다. 실내 카메라로 운전자와 동승자의 셀카를 촬영하고, 여기에 필터·스티커·이모티콘을 덧입힌 뒤 테슬라 앱으로 곧바로 공유할 수 있다.
운전석이 작은 스튜디오가 되는 셈이다. 기존에 단순 운전자 모니터링용으로 쓰이던 실내 카메라를, 콘텐츠 생산 도구로 재해석한 시도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연말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산타 모드’와 라이트쇼 업그레이드도 빠지지 않았다.
차량 시각화 화면이 크리스마스 테마로 바뀌고, 눈사람과 트리, 눈 효과가 더해진다. 일부 시각화에는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가 산타 차림으로 등장해 운전석에 앉는 연출도 포함됐다.
새로운 라이트쇼 ‘징글 러시(Jingle Rush)’가 추가돼, 전조등·테일램프·차체 조명과 음악이 동기화된 퍼포먼스를 연출한다. 예약 기능을 통해 최대 10분 전부터 시작 시간 설정이 가능하며, 여러 대의 차량을 동기화해 ‘테슬라 라이트 퍼레이드’를 연출할 수도 있다.
테슬라가 연말 업데이트를 통해 꾸준히 강조해온 “차는 이동 수단이자 엔터테인먼트 기기”라는 메시지가 올해도 그대로 이어진 셈이다.
“강아지는 괜찮을까?”…반려동물 걱정 줄이는 ‘도그 모드 라이브 액티비티’
반려동물을 차 안에 두고 잠시 자리를 비워야 할 때, 테슬라 오너들이 가장 자주 사용하는 기능 중 하나가 ‘도그 모드(Dog Mode)’다. 실내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화면에는 “괜찮아요, 주인이 곧 돌아옵니다”라는 메시지가 떠 행인들의 오해를 줄여주는 기능이다.
이번 홀리데이 업데이트에서는 여기에 ‘라이브 액티비티(Live Activity)’가 더해졌다. 아이폰 사용자 기준으로, 차 안의 실내가 일정 간격으로 촬영된 사진과 함께 실내 온도·배터리 잔량·공조 상태 등을 실시간에 가까운 형태로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반려동물을 둔 채 쇼핑몰이나 식당 등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질 때,
“혹시 너무 덥지는 않을까”
“배터리는 충분할까” 라는 불안을 줄여주는 심리적 안전장치로 기능한다.
동시에, 실내 카메라와 원격 모니터링 기능이 결합되면서 보안·안전 측면에서 테슬라의 데이터 활용 범위가 더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이기도 하다.
블랙박스도 ‘데이터 센터’처럼…대시캠·스토리지 업그레이드
이번 홀리데이 업데이트에서는 차량 내 대시캠(블랙박스) 기능도 대폭 강화됐다.
우선, 녹화 영상에 차량 속도 스티어링 휠 각도 자율주행 시스템의 작동 상태 등이 메타데이터로 함께 기록된다. 사고 발생 시 책임 공방의 핵심 자료가 되는 정보들이다.
또한 테슬라는 대시캠 저장공간 표시 기능을 추가했다. USB 드라이브나 저장 장치의 사용 용량과 남은 용량을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중요한 순간이 앞두고 저장 공간이 가득 차 녹화가 중단되는 상황을 미리 방지할 수 있다.
대시캠 뷰어 개선은 이전 업데이트에서 일부 적용됐으나, 이번 홀리데이 업데이트(2025.44.25.1)를 통해 전 차종·글로벌로 확대 적용됐다. 블랙박스를 별도로 구매하지 않아도 되는 테슬라의 장점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한층 강화된 셈이다.
주차·충전까지 바뀐다…슈퍼차저 3D 지도와 ‘충전 여권’
충전 경험도 눈에 띄게 달라진다. 테슬라는 일부 슈퍼차저에 한해 3D 사이트 맵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운전자는 내비게이션 화면에서 ‘사이트 맵 보기’를 누르면, 해당 충전소의 주차 구획 사용 중인 스톨과 비어 있는 스톨 동선 등을 입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혼잡한 충전소에서 빈 자리를 두고 헤매는 시간을 줄여주는 동시에, 주차·진입 동선의 안전성도 높일 수 있는 기능이다. 현재는 약 18개 시범 사이트에서만 적용되지만, 성과에 따라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테슬라는 ‘충전 여권(Charging Passport)’이라는 이색 기능도 추가했다. 특정 슈퍼차저를 방문·충전할 때마다 일종의 도장을 모으는 식으로 설계된 이 기능은, 충전 행위를 게임처럼 ‘수집 경험’으로 치환하는 시도다. 향후 리워드 프로그램과 연계될 경우, 충전 인센티브 정책의 기반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상에서 체감하는 ‘작지만 쓸모 있는’ 변화들
대형 기능 외에도, 오너들이 일상에서 자주 마주칠 수 있는 소소하지만 유용한 변화들이 함께 포함됐다.
위치별 충전 상한 설정(Charge Limit per Location) 집·회사·자주 가는 충전소마다 다른 충전 목표치를 저장할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배터리 수명을 고려해 집에서는 80%, 장거리 주행 전 들르는 슈퍼차저에서는 100%로 자동 설정하는 식이다.
자동 카풀 차선 라우팅(Automatic Carpool Lane Routing) 내비게이션 옵션에서 설정해 두면, 차량이 탑승 인원과 도로 규정을 고려해 HOV·카풀 차선 활용 경로를 자동으로 반영한다.
폰 두고 내리면 차가 알려준다(Phone Left Behind Warning) 차량 내부에 스마트폰이 남겨진 상태로 문이 잠기면, 차량이 경고음을 내거나 알림을 보내 ‘폰 분실’을 예방한다.
무선 충전 패드 온·오프, 음악 서비스 개선 등 필요 시 센터 콘솔의 무선 충전 패드를 꺼 배터리 열화를 줄이거나, 스포티파이 큐 관리 등 인포테인먼트 사용성이 다듬어졌다.
이 같은 변화는 하나하나만 보면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매일 차를 쓰는 오너 입장에선 누적 체감도가 상당한 항목들이다.
왜 매년 연말에 몰아주나…테슬라 ‘홀리데이 업데이트’의 전략
테슬라의 연말 홀리데이 업데이트는 이제 연례 행사가 됐다. 2017년 처음 도입된 이후, 테슬라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전후해 대규모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내놓으면서
안전·편의 기능
엔터테인먼트 요소
브랜드 팬덤을 겨냥한 이스터에그 를 동시에 묶어 내보내는 방식을 고수해 왔다.
2024년에는 에너지 앱, 강우 지도, 도착 에너지 예측 등 주행·에너지 효율을 다루는 기능이 강화됐다면, 2025년 업데이트는 그 위에 AI 통합과 시각화, 엔터테인먼트의 밀도를 높인 버전에 가깝다.
연말에 맞춰 기능을 ‘몰아서’ 공개하는 전략은,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하나의 이벤트로 만들고
기존 오너의 만족도와 충성도를 높이며
향후 OTA 업데이트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효과를 동시에 노린 행보로 읽힌다.
특히 전통 완성차 업체들과의 소프트웨어 격차가 점점 좁혀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테슬라는 홀리데이 업데이트를 통해 “OTA의 원조이자 여전히 한발 앞선 플레이어”라는 이미지를 공고히 하려는 모습이다.
로보택시의 ‘그늘’까지 비추는 업데이트
이번 업데이트는 로보택시와 완전자율주행을 둘러싼 테슬라의 공격적인 행보와도 맞물린다. 일론 머스크는 최근 텍사스 오스틴에서 개최된 xAI 해커톤 등에서 “올해 말까지 오스틴에서 안전요원 없이 운행되는 로보택시를 선보이겠다”고 거듭 밝혀 왔다.
실제 테슬라는 올해 내내 오스틴과 실리콘밸리 일대에서 로보택시 시범 운행을 확대해 왔으며, 안전 모니터의 역할을 줄이고 완전 무인 운행에 한 걸음씩 다가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그록 기반 내비게이션 명령
대시캠 메타데이터 확장
슈퍼차저 3D 지도 등은 단순 편의 기능을 넘어, 로보택시 시대를 준비하는 인프라이자 데이터 수집 도구로도 기능할 수 있다.
AI가 경로를 이해하고 설명하며, 차량이 주행·충전·사고 데이터를 풍부하게 기록하고, 충전소 이용 행태까지 게이미피케이션을 통해 끌어모은다면, 이는 곧 미래 자율주행 서비스의 원재료가 된다.
테슬라가 노리는 ‘차량 OS 패권’의 다음 단계
2025년 홀리데이 업데이트는 단순히 “재밌는 기능 몇 가지가 추가됐다”는 수준을 넘어서, 몇 가지 중요한 방향성을 드러낸다.
첫째, 차량 안 AI 에이전트의 본격 등판이다. 그록 내비게이션 명령은 시작에 불과하다. 향후 차량 제어 전반에 AI 어시스턴트가 개입한다면, 테슬라는 인포테인먼트·자율주행·에너지 관리까지 아우르는 통합 OS 레이어를 구축하게 된다.
둘째, 데이터·시각화·엔터테인먼트의 결합이다. 대시캠 메타데이터, 슈퍼차저 3D 맵, 포토부스, 산타 모드, ISS 도킹 시뮬레이터 게임 등은 서로 다른 영역처럼 보이지만, 공통적으로 “차 안에서의 시간을 데이터와 시각 경험으로 채운다”는 철학을 공유한다.
셋째, OTA 업데이트를 브랜드 스토리텔링 수단으로 활용하는 전략이다. 연말마다 “올해 테슬라는 차를 어디까지 바꿔 놓았나”를 묻는 기대 섞인 시선을 만들어내는 것 자체가, 테슬라가 소프트웨어 기업으로서 얻는 프리미엄이다.
2025년 홀리데이 업데이트는 그 어느 해보다 재미와 실용, 그리고 미래 로보택시 시대를 향한 복선이 고르게 섞인 패키지다. 테슬라의 ‘연말 선물’은 이미 차량 소유자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의 미래를 지켜보는 업계 전체가 주목하는 이벤트로 자리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