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인상 부메랑…자동차보험 적자가 '패닉'에 빠진 까닭

국내 자동차보험 적자가 심화되며 보험료 인상 압박이 커지고 있다. 10월 손해율 85.5%를 기록했으며, 지난 4년간 보험료 인하와 수리비 증가가 주원인으로 분석됐다. 과잉 진료와 도덕적 해이도 적자를 가중시켰으며, 내년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보험료 인상 부메랑…자동차보험 적자가 '패닉'에 빠진 까닭
보험료 인상 부메랑…자동차보험 적자가 '패닉'에 빠진 까닭

손해보험사들이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대규모 적자에 휘청거리고 있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10월 기준 주요 손해보험사의 누적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85.5%로 전년 동기 대비 4.2%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단순한 숫자 악화를 의미하지 않는다. 연간 20조원을 상회하는 국내 자동차보험 시장이 적자 구간으로 진입했다는 신호이며, 2500만 운전자의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해졌다는 의미다.

더욱 충격적인 점은 이 적자가 사고 증가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도로 위의 안전이 개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보험사들의 손실은 나날이 깊어지고 있다. 이 역설의 뒤에는 정부 정책과 시장 현실의 충돌, 그리고 구조적 불균형이 자리 잡고 있다.

적자는 어디서 비롯되었나

수치부터 살펴보면 상황의 심각성이 드러난다. 올해 3분기 자동차보험 합산비율(손해율+사업비율)은 102.2%로, 이미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업계가 손익분기점으로 보는 손해율 80% 기준에서 보면, 현재 손해율은 무려 5.5%포인트 이상 초과되어 있다. 이는 곧 받는 보험료보다 나가는 보험금이 더 많다는 뜻이다.

올해 손해보험사의 손실 규모는 얼마나 될까? 금융감독원 자료를 바탕으로 한 한국경제신문의 분석에 따르면, 12개 손해보험사에서 약 4841억원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 적자 97억원 대비 무려 48배 이상 폭증한 규모다.

주요 손해보험사들의 개별 손익을 보면 더욱 구체적이다. 올해 3분기 기준 삼성화재는 341억원 적자, 현대해상은 387억원 적자, KB손해보험은 442억원 적자를 각각 기록했다. DB손해보험만 유일하게 이익(218억원)을 거뒀지만, 전년 동기 대비 87.9%가 감소한 상태다.

보험료 인하의 누적 효과가 '악수'로 돌아오다

자동차보험 적자의 근본 원인은 지난 4년간의 거듭된 보험료 인하에 있다.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압박 속에서 손해보험사들은 2022년부터 2025년까지 4년 연속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해왔다. 문제는 보험료 인하 효과가 점진적으로 누적된다는 데에 있다. 자동차보험은 대부분 1년 단위로 가입·갱신되기 때문에, 예전 낮은 보험료 수준이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그러는 사이 보험사가 지급해야 할 비용은 오히려 가파르게 상승했다. 정비요금과 수리비가 매년 증가한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 부품 가격 상승, 정비공임 인상(2025년 2.7% 인상 예정)이 겹치면서, 사고 한 건당 보험사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급증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사고 건수가 오히려 감소했다는 점이다. 보험금 지급 기준 사고 발생률은 2022년 이후 꾸준히 1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즉, 더 적은 사고에서 더 많은 비용이 나가고 있는 역설적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겨울철 기상 악화, 적자에 기름을 붓다

올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월별로 극심한 변동성을 보여주고 있다. 7월 괴물 폭우로 손해율이 92.1%까지 치솟았고, 9월 추석 연휴 기간 장거리 이동으로 인한 사고 급증으로 손해율은 94.2%를 기록했다. 이는 최근 6년간 손해율 중 가장 높은 수치다.

문제는 계절이 바뀌어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11월과 12월은 폭설, 빙판 등으로 인해 연중 가장 높은 손해율을 기록하는 달이다. 지난해 11월 폭설로 손해율이 92.6%, 12월에는 92.2%를 각각 기록했다. 올해도 12월 초 수도권 폭설로 12시간 동안 사고 접수 건수가 2만 9661건을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해 12월 일평균의 2배를 넘는 규모다.

과잉 진료와 도덕적 해이, '검은 손'이 되다

흥미로운 사실은 손해율 악화의 또 다른 원인에 일부 가입자와 정비업체의 도덕적 해이가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미한 사고인데도 한방병원을 통해 과도하게 보험금을 청구하는 '나이롱환자' 문제와 정비업체의 수리비 과다 책정이 적자를 가중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광범위한 가입자들에게 악영향을 미친다. 소수의 일탈로 인해 2500만 선량한 운전자의 보험료 부담이 커지게 되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 손해율은 감내할 수 있는 임계치를 넘어선 수준"이며, "제도 개선을 통해 경상 환자 과잉 진료와 보험 사기를 막는다면 오히려 보험료를 더 낮출 여력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내년 보험료 인상, '언제의 문제'에서 '얼마의 문제'로

적자 상황이 심각해지자 손해보험사들은 내년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이미 지난 3분기 실적발표에서 내년 보험료 인상 계획을 밝혔다.

인상폭은 어느 정도가 될까? 업계에서는 평균 2~3% 인상을 전망하고 있다. 손해보험협회 등의 분석에 따르면, 손해율과 적자 폭을 고려할 때 이 정도의 인상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정부의 정책 방향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료 인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계속 나오지만, 지방선거 등 정부의 정책 방향 확립 전에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현재 적자 기조가 유지된다면 향후 큰 폭으로 보험료가 인상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근본적 해법을 찾아야 할 때

자동차보험 적자 위기는 단순히 보험사의 손실로만 끝나지 않는다. 이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보험료 인상으로 2500만 운전자가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더욱이 지금 같은 악순환이 지속되면, 미래에는 훨씬 더 큰 폭의 인상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업계와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는 명확하다. 첫째, 도덕적 해이를 줄이기 위해 과잉 진료를 근절하고 정비비 청구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 둘째, 장기적으로는 보험료 인하의 역사를 딛고 현실적 수준의 요율을 설정해야 한다. 셋째, 기상 악화로 인한 손해 증가에 대비한 구조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정책이 초심을 잃어서는 안 되지만, 현실을 외면하고 지속 불가능한 저가 정책을 강요해서도 안 된다. 시장의 신호에 귀를 기울이고, 모든 운전자가 지속 가능한 보험 생태계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이제는 필수적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동차보험의 미래는 더욱 암울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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