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종 전기차 쏟아진다” 2026년 한국, 테슬라·중국차·현대기아가 맞붙는 진짜 전쟁
2026년 한국 전기차 시장은 30종 이상 신차 출시와 중국차, 테슬라의 공세로 현대·기아 안방이 흔들리는 대규모 전쟁터가 될 전망이다. 가격, 주행거리 우위가 위협받으며 시장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 전기차 시장이 2026년, 사실상 ‘전쟁터’로 진입한다. 내수만 놓고 보면 이미 연간 20만 대를 넘기며 아시아 2위 전기차 시장으로 올라선 한국에, 내년과 2026년까지 30여 종이 넘는 글로벌 전기차 신차가 한꺼번에 상륙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중국 전기차의 정면 공세와 초격전 가격 전략, 테슬라의 보조금 맞춤형 가격 책정이 겹치면서 현대차·기아의 내수 ‘철옹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업계 전반에 퍼지고 있다.
“역대급 물량 공세” 30종 신차, 한국을 향한다
국내 완성차와 글로벌 브랜드들을 합치면, 2026년 전후로 한국 시장에 투입될 신형 전기차는 최소 30종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미 출시가 확정됐거나 인증·일정 조율 단계에 들어간 모델만 20여 종에 이른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현재 거론되는 주요 모델만 봐도 판도가 예사롭지 않다. 기아 EV3·EV4·EV5 GT, 제네시스 대형 SUV 전기차 GV90, BMW 뉴 iX3, 폴스타 5, 메르세데스-벤츠 전기 GLC, 그리고 중국 지커(Zeekr)의 7X 등 체급과 가격대를 가리지 않고 ‘풀 라인업’이 들어온다.
특히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는 800V 고전압 시스템과 800km 안팎의 주행거리를 내세워, 한 번 충전에 서울–부산을 왕복할 수 있는 수준을 목표로 기술 경쟁을 예고했다. WLTP 기준 최대 805km 주행, 10분 충전에 372km 주행이 가능한 BMW 뉴 iX3, 700km대 이상을 노리는 벤츠 전기 GLC 등은 국산 전기차의 효자 카드였던 ‘주행거리 우위’마저 위협한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들은 “올해보다 10종 이상 더 많은, 단일 연도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의 전기차 신차가 한국에 동시에 쏟아질 것”이라며 “한국이 유럽·중국·북미에 이어 글로벌 전기차 전략의 핵심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차·테슬라, 동시에 ‘한국 출격’… 현대·기아 안방이 흔들린다
2026년 전쟁의 양축은 중국 전기차와 테슬라다. 둘은 서로 다른 전략으로 한국 시장의 ‘틈’을 파고들고 있다.
먼저 중국 전기차는 가격과 상품성을 앞세운 ‘치킨게임’에 가깝다. ‘중국판 테슬라’로 불리는 샤오펑(Xpeng)은 한국 법인을 설립하고 2025년 말 공식 브랜드 론칭, 2026년 본격 판매를 준비 중이다. 지커 역시 한국 법인 조직 구성을 마치고 중형 SUV 전기차 7X를 테슬라 모델 Y, 현대 아이오닉 5, 기아 EV6와 정면 승부시키겠다는 구상을 드러냈다.
이미 BYD는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가성비 돌풍’을 일으키며 수입차 판매 상위권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산·수입을 막론하고 “중국산은 싸지만 불안하다”는 편견이 생각보다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한편 테슬라는 ‘가격’과 ‘보조금’에 정조준한다. 2025년형 모델 Y는 RWD 기준 5299만원으로 책정돼, 국고·지자체 보조금을 받으면 서울 기준 4000만원 후반대에 구매가 가능하도록 맞춰졌다. 전기차 보조금 전액 수급 기준인 ‘5300만원 미만’ 가격대를 의도적으로 맞춘 것으로, 국내 시장 점유율을 유지·확대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글로벌에서 일론 머스크 리스크와 중국 전기차 고급화에 밀려 테슬라 점유율이 흔들린 것과 달리, 한국은 아직 머스크에 대한 반감이 상대적으로 적고 중국차도 본격 확산 전 단계라는 점이 ‘최후의 요새’로 작용하고 있다. 테슬라는 이 허리를 파고들어, 현대·기아와 중국차 사이에서 가격·브랜드 인지도를 모두 활용한 ‘샌드위치 공략’을 노리고 있다는 평가다.
성장률은 살아났지만… 캐즘 넘기 전 ‘정면충돌’ 온다
국내 전기차 시장은 이미 정체를 한 번 겪었다. 2022년과 2023년 신규 전기차 등록대수는 16만 대 수준에서 주춤했지만, 2024~2025년을 기점으로 다시 반등세에 접어들었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월 1일부터 11월 13일까지 신규 전기차 등록 대수는 20만650대로, 전년 14만여 대 대비 약 40% 가까운 증가세를 보였다.
정부는 2035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53~61% 감축하고, 신차 판매 중 무공해차 비중을 2030년 40%, 2035년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제시한 상태다. 현재 내수 판매 164만 대 수준을 기준으로 역산하면, 2030년에는 약 66만 대, 2035년에는 100만 대에 이르는 무공해차 판매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문제는 이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과정이 곧 글로벌 브랜드들의 ‘전면전’과 겹친다는 점이다. 국내 소비자들은 보조금 상향과 다양한 신차 출시의 수혜를 누릴 수 있지만, 반대로 국내 완성차들에게는 시장 지위 수성 여부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시장이 원하는 속도대로 보급을 늘리려면 결국 가격과 상품성을 둘 다 잡아야 하는데, 그 무대 위에 중국차와 유럽차, 테슬라가 동시에 올라오는 그림”이라며 “현대·기아 입장에선 내수 시장이 더 이상 ‘편안한 실험장’이 아니라 글로벌 톱 플레이어들과 정면으로 부딪치는 격전장이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 무엇을 잃고 무엇을 지킬 것인가
현대차·기아에게 한국 전기차 시장은 단순한 내수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전동화 전환 과정에서 신기술과 생산능력을 검증하는 일종의 ‘파일럿 마켓’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6년 이후 한국 시장은 시험장이 아니라 성패를 가르는 ‘본선 무대’가 된다.
현대·기아가 맞닥뜨린 위기는 크게 세 갈래다.
첫째, 주행거리·충전 기술의 ‘우위’가 더 이상 절대적이지 않다. 800V 고전압 시스템과 700~800km급 주행거리를 내세운 유럽 브랜드, 1회 충전 800km를 겨냥하는 전기 SUV들이 잇달아 상륙하면, ‘멀리 가는 국산 전기차’라는 프리미엄은 빠르게 희석될 수 있다.
둘째, 가격 경쟁에서 중국차를 따라가기도, 테슬라를 무시하기도 어렵다. BYD·지커·샤오펑 등 중국 브랜드들은 2000만~3000만원대 보급형부터 5,000만원대 중형 SUV까지 ‘가성비’를 무기로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한편 테슬라는 보조금 기준선을 정확히 맞춘 5299만원 전략으로, 현대·기아가 애써 맞춰놓은 가격대에 파고든다. 국내 브랜드 입장에서는 무리한 가격 인하 없이 경쟁력을 유지할 ‘묘수’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셋째, 브랜드 경쟁의 무게중심이 한국 소비자 인식에서 흔들릴 수 있다. 그동안 국내 소비자들은 전기차 선택에서 ‘국산=안심, 중국산=불신’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 수입차 시장에서 BYD 등 중국 브랜드가 상위권에 오르며 분위기가 변하고 있다. 여기에 테슬라 모델 Y가 “안 살 이유 없는 가격”이라는 반응까지 끌어내며, ‘현대·기아 외에 선택지가 없다’는 공식이 조금씩 깨지고 있다.
한국 전기차 시장, 2026년 이후 ‘판 짜기’가 바뀐다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중국 브랜드와 테슬라의 공세가 한국 시장 전체 파이를 키우는 ‘확장 효과’로 작용할 것이라는 긍정론과, 현대·기아의 내수 점유율이 이례적으로 빠르게 깎일 수 있다는 위기론이 동시에 나온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있다. 2026년을 전후해 펼쳐질 ‘전기차 전쟁’은 특정 회사의 선전·부진을 넘어, 한국 자동차 산업의 구조 자체를 다시 짜는 분수령이 될 공산이 크다는 사실이다. NDC 달성과 전기차 100만 시대를 향한 속도전, 글로벌 브랜드의 한국 공략, 국내 완성차의 수성 전략이 한꺼번에 맞물리는 이 시기, 한국 소비자는 어느 때보다 다양한 선택지를 손에 쥐게 된다.
2026년 쇼룸을 채울 30여 종의 신형 전기차 가운데, 누가 진짜 승자가 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다만 한 가지, ‘안방’이라는 말은 한국 전기차 시장에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만은 분명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