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 제보했더니 세금 폭탄" 현대차 엔진 결함 사건의 전모

현대자동차 세타2 엔진 결함을 고발한 김광호 씨가 미국서 285억 보상금 수령 후 국세청에 95억 세금을 부과받았다. 국내외 리콜 규모와 과세 논란의 숨은 진실을 짚는다.

"공익 제보했더니 세금 폭탄" 현대차 엔진 결함 사건의 전모
2007년 세타 엔진 결함이 발견된 그랜저

현대자동차 품질본부 부장 김광호씨의 내부고발로 촉발된 세타2 엔진 결함 사건은 한국 자동차 산업 사상 가장 큰 리콜 사건 중 하나로 기록됐다. 2016년 국내에서 명시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자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직접 신고한 그의 용기 있는 행동은 수백만 대의 차량을 안전 위험에서 보호했지만, 역설적으로 대한민국에서는 세금 폭탄이라는 부당한 대우를 받게 됐다.

엔진 결함의 원인과 위험성

세타2 엔진은 현대자동차의 독자 개발 엔진으로, 기존 세타 엔진을 개선하여 2007년 배기캠에 가변 밸브 타이밍과 가변흡기 기구를 장착한 모델이다. 그랜저, 쏘나타, 투싼, 싼타페 등 인기 모델에 광범위하게 장착되었다.

결함의 원인은 제조 공정에 있었다. 크랭크 샤프트에 오일을 공급하는 구멍을 만드는 과정에서 기계 불량으로 금속 이물질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크랭크 샤프트와 베어링의 마찰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는 '소착 현상'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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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GDi 엔진

이 결함으로 인해 운전자들은 주행 중 갑작스러운 시동 꺼짐, 엔진 소음, 그리고 심각하게는 엔진 파손과 화재까지 경험했다. 실제로 고속도로에서 시동이 꺼진 후 엔진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사례들이 보도되기도 했다.

초기 대응의 부재와 김광호의 고발

김광호씨는 2016년 현대자동차 품질본부 부장으로 근무하던 중 이 심각한 결함을 발견했다. 같은 해 9월 MBC 시사매거진 2580에 제보해 보도까지 되었지만, 국내 당국과 현대차는 이에 대해 뚜렷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현대차는 당시 2015년 미국에서 이미 세타2 엔진 결함으로 47만 대를 리콜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생산 차량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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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타2 엔진 결함 리콜 규모 비교

국내 대응의 답답함을 느낀 김광호씨는 2016년 8월 미국 교통부(DOT)에 현대차가 결함을 알고도 숨겼음을 증명하는 내부 자료를 전달했다. 이는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의 조사를 촉발했고, 결과적으로 현대차와 기아의 엔진 결함과 은폐가 명확히 드러났다.

대규모 리콜과 국제적 규제

미국의 조사 결과는 파문을 일으켰다.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에서 수백만 대의 차량을 리콜해야 했다. 특히 2020년 11월 미국 정부와의 합의에서 현대차·기아 북미법인은 늑장 리콜에 대해 총 2억 1,000만 달러(약 2,465억원)의 민사 위약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후 국내에서도 본격적인 조사가 이루어졌다. 국토교통부가 2016년 10월부터 조사를 시작했고, 교통안전공단의 조사에서도 세타2 엔진의 소착 현상이 확인되었다. 결국 2017년 4월 현대기아차는 한국에서 2013년 8월 이전에 생산된 5개 차종 17만 1천여 대를 리콜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최근 5년간 단일 사안으로 리콜된 사례 중 세 번째로 큰 규모였다.

미국에서의 보상과 국내 세금 문제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은 김광호씨의 공익신고를 인정했다. 2021년 11월 NHTSA는 미국의 내부고발자 보상 프로그램에 따라 2,430만 달러(약 283억~285억원)의 보상금을 책정했다. 이는 미국이 2016년 '자동차 안전 내부고발 보호법'을 시행한 후 처음으로 이루어진 보상이었다. 현대차와 기아가 낸 벌금 8,100만 달러의 30%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하지만 한국의 국세청은 이 상금에 대해 예상 외의 결정을 내렸다. 미국 변호사 비용 95억원을 제외한 실제 손에 쥔 돈 193억원에 대해, 지방세를 포함해 약 95억원의 세금을 부과한 것이다. 이는 상금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였다.

국세청의 논리는 특이했다. 김광호씨가 받은 것이 법률상 세금을 내지 않는 '상금'이 아니라 '포상금'이라는 주장이었다. 그 근거는 받은 상에 대한 상장(證狀)이 없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이는 미국 법제를 잘못 이해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공익신고자 보호 법제에 따르면 신고자의 신원을 노출할 수 없기 때문에 시상식을 개최하거나 상장을 발급할 수 없다. 공익신고자상(Whistleblower Award)은 국제적으로 인정된 상금에 해당하는 개념이다.

행정소송과 제도 개선의 과제

김광호씨는 이 부당한 과세 결정에 맞서기 위해 국세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2025년 10월 말 기준으로 첫 재판이 임박했으며, 이 사건의 판결은 향후 국내 공익신고자 보상 제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사건은 단순한 세금 분쟁을 넘어 대한민국의 공익신고 제도와 국제 법제 이해의 문제를 드러냈다. 공익을 위해 희생한 내부고발자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향후 공익신고자들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특히 미국 정부가 공익신고를 보호하고 보상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과 대비되는 한국의 사례는 국제 기준에 맞춰 법제를 재정비해야 함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