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sumer Reports' 도로주행 4위의 역설…왜 현대차·기아는 미국 시장 점유율까지 고장낼까?
현대차·기아가 컨슈머 리포트 도로주행 테스트 최상위권에 진입하며 미국 시장 점유율 10.9%를 달성했다. 아이오닉 5 N의 전기차 성능, 하이브리드 시장 장악, SUV 판매 호조, 안전성 확보로 기술력을 입증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미국 자동차 시장의 최대 공신력을 자랑하는 컨슈머 리포트(Consumer Reports)의 도로주행 테스트에서 동시에 최상위권에 진입했다. 현대차는 대중 브랜드 중 최고 수준인 4위(85점), 기아는 6위(83점), 제네시스는 7위(83점)를 기록했다. 이는 도로주행 성능 평가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 소비자들의 실제 구매 선택으로 이어져 현대차 그룹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역사상 최고치인 10.9%를 기록하는 성과로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BMW(89점), 스바루(88점), 아우디(86점)에 이어 현대차가 4위를 차지했다는 것은 단순한 순위 상승이 아니다. 컨슈머 리포트는 광고 수익을 거부하고 직접 차량을 구매해 50가지 이상의 엄격한 기준으로 평가하는 독립적 기관이기 때문이다. 이곳의 평가는 미국 소비자 구매 결정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온 '자동차의 바이블'로 불려왔다. 현대차그룹이 일제히 상위권을 차지한 것은 전기차, 하이브리드, 내연기관 전 라인업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엔지니어링 역량을 갖추고 있음을 입증하는 증거로 평가된다.
놀라워라! 현대 2024 아이오닉 5 N, 641마력으로 데뷔
전기 슈퍼카 수준으로 평가받은 아이오닉 5 N
현대차 그룹의 상승세를 이끈 가장 핵심 주역은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 N이다. 컨슈머 리포트는 이 모델에 대해 "역동적인 성능 면에서 쉐보레 콜벳이나 포르쉐 718 박스터와 견줄 만하다"는 파격적인 평가를 내렸다.
641마력의 고출력과 정밀한 토크 벡터링(토크 분산) 제어를 통해 코너링 성능에서 슈퍼카 수준의 경험을 제공한다는 평가다. 실제 소유자들의 만족도도 높다. 실소유자 28명의 평가에서 아이오닉 5 N은 평균 9.2점을 기록했으며, 주행 성능(10점), 거주성(9.9점), 디자인(9.6점), 품질(9.2점)에서 모두 9점 이상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대형 전기 SUV인 아이오닉 9는 다른 강점을 입증했다. 정숙한 실내와 부드러운 승차감으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이다. 전기차의 무소음 특성을 단순히 조용함에서 끝내지 않고, 정교한 현가 튜닝과 소음 단열재 설계를 통해 럭셔리 세단 수준의 승차감을 구현했다는 의미다.
하이브리드 시장 완전 장악…5년간 4배 상승
현대차그룹의 도로주행 성능 우위는 실제 시장에서 압도적 판매 성과로 이어졌다.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차·기아의 점유율은 2019년 7.5%에서 2025년 10월 사상 최고치인 10.9%로 3.4%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조사 대상 27개 글로벌 완성차 그룹 중 상승폭 1위다. 같은 기간 현대차는 4.0%에서 5.8%로, 기아는 3.5%에서 5.1%로 각각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특히 하이브리드카 시장에서 현대차 그룹의 독점에 가까운 점유율이 두드러진다. 2020년 5%에 불과했던 현대차·기아의 미국 하이브리드카 시장 점유율은 2025년 14%로 수직 상승했다. 2025년 1~10월 하이브리드카 판매량 25만7340대는 이미 2024년 전체 판매량 22만2486대를 넘어섰으며, 11월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49% 급증한 3만6172대를 기록하며 월간 기준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다.
이 같은 상승세는 전기차 캐즘과 미국 정부의 정책 변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미국의 전기차 충전 인프라 부족과 주행거리 불안감에 지친 소비자들이 익숙한 내연기관에 연비 효율을 더한 하이브리드로 대거 이동한 것이다. 2025년 10월 미국 신차 시장에서 하이브리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13.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대형 SUV와 안전성, 두 개의 강점
현대차 그룹이 단순 점유율 상승을 넘어 브랜드 이미지까지 고급화한 배경에는 중대형 SUV 시장 장악이 있다. 2019년 5.8%에 불과했던 현대차·기아의 미국 중대형 SUV 점유율은 2025년 15.2%로 치솟았다. 2024년 현대차·기아의 미국 판매 차량 중 RV(레저용 차량) 비중은 70%에 달한다. 기아 텔루라이드는 2020년 출시 이후 6년 연속 미국 시장에서 대형 SUV 선호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안전성 평가에서도 현대차 그룹은 글로벌 최고 수준의 위상을 확보했다.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IIHS)가 발표한 2025년 충돌 평가에서 현대자동차 그룹은 '톱 세이프티 픽 플러스(TSP+)' 등급 11개, '톱 세이프티 픽(TSP)' 등급 1개 등 총 12개 차종이 선정됐다. 현대차 투싼과 제네시스 GV70·GV80는 2021년부터 5년 연속 TSP+를 획득했으며, 기아 텔루라이드는 2019년 출시 이후 7년 연속 선정되며 뛰어난 안전성을 입증했다.
미국 빅3를 압도하는 성장률
흥미로운 것은 미국 토종 브랜드들의 부진 속에서 현대차 그룹의 성장이 더욱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미국 빅3 중 스텔란티스는 2019년 대비 점유율이 5.22%포인트 급락해 7.5%로 추락했고, 포드는 0.9%포인트 하락했으며, GM은 0.7%포인트 상승에 그쳐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다. 미국 자동차 시장의 판도 변화를 보여주는 지표들이다.
도로주행 성능에서 기술력 증명
컨슈머 리포트의 도로주행 테스트 평가는 수십 년간 축적된 엔지니어링 노하우가 반영되는 평가다. 가속 성능, 제동 능력, 핸들링 정확도, 승차감의 부드러움 등 실제 운전 환경에서 체감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종합 평가하기 때문이다.
기아가 혼다, 크라이슬러와 동점으로 6위에 오른 것도 주목할 점이다. 대중 브랜드 시장에서 혼다와 같은 수준의 평가를 받았다는 것은 주행 품질에 있어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 제네시스는 럭셔리 브랜드로서 메르세데스-벤츠(11위, 81점), 렉서스(14위, 80점) 같은 전통의 강자들을 제치고 상위권에 진입했으며, 이는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확실히 정착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에스컬레이팅하는 기술 투자의 성과
지난 10년간 현대차는 글로벌 연구개발에 집중 투자해 왔다. 특히 한국 서산의 주행시험장과 독일 뉘르부르크링 테스트 센터에서 BMW, 포르쉐와 동등한 수준의 차량 다이나믹스 검증을 수행해 온 결과다. 도로주행 성능에서 1~2점 차이의 격차는 단순 '따라잡음'이 아닌 '동급'을 의미한다.
현대차 그룹이 전기차, 하이브리드, 내연기관 전 파워트레인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엔지니어링 역량을 갖췄음을 이번 평가가 명확히 보여줬다. 미국 소비자들이 이를 구매 선택으로 반영한 것이 현재의 10.9% 점유율이며, 하이브리드 시장 14% 장악, 중대형 SUV 15.2% 점유율로 현실화되고 있다.
향후 현대차그룹은 이 같은 기술적 성과를 기반으로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견고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컨슈머 리포트는 단순 평가 기관이 아니라 미국 자동차 시장의 이정표 역할을 해 온 만큼, 이번 도로주행 테스트 상위권 진입과 뒤따르는 판매 성과는 현대차그룹의 미래 경쟁력을 증명하는 나침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