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마력 넘는 투싼 N도 온다? 현대차, 차세대 투싼으로 유럽 SUV 시장 재편 노린다
현대자동차가 글로벌 베스트셀러 투싼의 차세대 모델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독일 뤼셀스하임 테크니컬 센터를 비롯한 유럽 거점에서 혹한기 테스트가 진행 중인 가운데, 스웨덴에서는 곧 출시될 IONIQ 3와 함께 본격적인 내구성 검증이 이뤄지고 있다.
2027년형으로 출시될 5세대 투싼(내부 코드명 NX5)은 기존 모델과의 단절을 선언하는 급진적 디자인과 전동화 파워트레인 중심의 라인업 재편으로 유럽 콤팩트 SUV 시장에서 주도권 확보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디젤 퇴출과 전동화 올인, 현대차의 선택
차세대 투싼의 가장 주목할 변화는 디젤 엔진의 완전한 퇴출이다. 유럽 시장에서 여전히 일정 수요를 유지하던 디젤 라인업을 과감히 정리하는 대신,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 풀 하이브리드(H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등 전동화 파워트레인으로 전면 재편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TMED-II라는 신형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핵심 기술로 투입되는데, 이는 기존 대비 연비를 45% 향상시키고 출력은 19% 높인 차세대 하이브리드 구동계로, 이미 팰리세이드에 먼저 적용돼 성능을 입증받은 기술이다.
이 같은 결정은 2035년 내연기관 판매 금지를 앞둔 유럈 시장의 규제 압박과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현대차가 i30 해치백의 단종 수순을 밟으면서 투싼을 사실상 유럽 시장의 '캐시카우'로 전면 재배치하려는 전략적 의도가 담겨 있다는 점이다. i30이 유럽에서 철수 수순을 밟고 있는 상황에서 투싼이 브랜드의 판매량과 수익성을 동시에 책임져야 하는 만큼, 라인업의 다양성과 기술력 과시가 절실한 시점이다.
감춰진 디자인, 그러나 드러난 야심
최근 포착된 프로토타입은 여름 테스트 때보다 오히려 더 두꺼운 위장막으로 뒤덮여 있었다. 이전 스파이샷에서 전면부 헤드램프 윤곽이 일부 노출돼 디자인 유출 논란이 일자, 현대차 측이 보안을 대폭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단서는 명확하다. 우선 전체적인 차체 실루엣이 현행 모델보다 낮고 날렵해졌으며, 휠 아치 주변의 각진 플라스틱 클래딩은 현대차 특유의 기하학적 디자인 언어를 반영한다.
후면부에서는 'L'자 형태를 연상시키는 테일램프 구조가 확인된다. 테일게이트 가장자리로 경사지게 배치된 주간 주행등과 그 아래 수평으로 배치된 방향지시등이 분리된 구조로, 이는 최근 현대차가 아이오닉 5와 아이오닉 6에서 선보인 시그니처 램프 디자인의 진화형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차세대 투싼이 레트로 감성의 N Vision 74 콘셉트나 수소 SUV 넥쏘의 디자인 요소를 차용할 것이란 초기 예측과 달리, 완전히 새로운 미래지향적 조형 언어를 채택했다고 분석한다.
테스트 차량에 장착된 대형 스포츠 휠은 양산형이 아닌 대구경 휠 검증용이라는 게 업계 소식통의 전언이다. 다만 이는 고성능 N 라인 또는 N 모델의 존재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실제로 현재 투싼 N 라인 PHEV 모델이 288마력 시스템 출력을 발휘하는 점을 감안하면, 차세대에서 300마력을 넘는 고성능 투싼 N이 등장할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 있다.
17인치 디스플레이와 PLEOS 시스템,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으로 도약
차세대 투싼의 실내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미 확정된 사양만으로도 충격적이다. 현대차 역사상 최대 크기인 17인치 중앙 터치스크린이 탑재되며, 이는 제네시스 라인업에만 적용되던 프리미엄 사양을 대중 브랜드로 끌어내린 파격적 결정이다. 여기에 9.9인치 디지털 계기판이 결합돼 운전자 중심의 고해상도 디지털 콕핏을 구성한다.
더 중요한 건 소프트웨어다. 투싼은 현대차의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플랫폼인 PLEOS Connect(S커넥트)가 적용되는 첫 대중 모델 중 하나가 된다. 42dot이 개발한 이 시스템은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OS 기반으로 스마트폰과 유사한 UI/UX를 제공하며, PLEOS 플레이그라운드 앱 스토어를 통해 엔터테인먼트·내비게이션·커넥티비티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할 수 있다.
또한 ChatGPT 방식의 AI 음성 비서 'Gleo'가 탑재되어 자연어 기반 음성 명령으로 차량 제어와 정보 검색이 가능하며, 레벨 2.5 자율주행 시스템도 지원한다. 이는 투싼이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움직이는 디지털 공간'으로 진화하려는 현대차의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전략의 핵심 결과물이다. 다만 현대차는 물리 버튼을 완전히 없애지 않고 비상등과 공조 장치 등 핵심 기능은 터치스크린 하단에 물리 버튼으로 유지해 안전성과 사용성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테슬라와 차별화를 꾀한다.
PHEV는 100km 이상 전기 주행, N 모델은 300마력 돌파 예고
파워트레인 라인업도 흥미롭다. 기본형은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결합한 가솔린 엔진이 담당하고, 중급 라인업에는 TMED-II 기반의 풀 하이브리드가 투입된다. TMED-II는 P1(시동 및 배터리 충전)과 P2(구동 및 회생제동) 두 개의 전기 모터를 탑재해 성능과 효율을 동시에 끌어올린 시스템으로, 스마트 회생제동과 V2L(차량-전원 공급) 기능까지 제공한다.
하지만 진짜 주목할 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다. 현대차는 차세대 투싼에 최소 두 가지 이상의 PHEV 트림을 준비 중인데, 순수 전기 주행거리가 100km를 넘는 고용량 배터리를 탑재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현행 투싼 PHEV의 13.8kWh 배터리보다 훨씬 큰 용량으로, 유럽의 실사용 환경에서 대부분의 출퇴근과 시내 주행을 전기 모드만으로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이다.
여기에 투싼 N의 등장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현행 투싼 N 라인 PHEV가 1.6 터보 GDI 엔진과 전기 모터를 결합해 288마력을 발휘하는 점을 고려하면, 차세대 N 모델은 시스템 출력 300마력 이상을 목표로 개발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폭스바겐 티구안 R(320마력)이나 BMW X3 M40i(355마력) 같은 유럽 경쟁 모델들과 정면 승부를 걸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유럽 시장 재편의 승부수, 그리고 한국 시장은?
현대차가 차세대 투싼에 이토록 공을 들이는 이유는 명확하다. 2025년 현대·기아차 글로벌 판매량은 727만 대로 전년 대비 0.6% 증가에 그쳤지만, 미국 시장에서는 투싼과 스포티지가 견인차 역할을 하며 역대 최대 판매량(183만6172대)을 기록했다. 투싼은 현대차의 글로벌 캐시카우이자, 특히 유럽과 북미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좌우하는 전략 모델이다.
유럽 콤팩트 SUV 시장은 2026년 현재 혼다 CR-V, 마쓰다 CX-50, 도요타 RAV4 등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격전지다. 여기서 투싼이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디자인, 기술, 효율성 모든 면에서 한 단계 도약이 필수적이다. 디젤 퇴출은 리스크지만, 동시에 전동화 기술력을 앞세워 유럽 규제 환경에 최적화된 라인업으로 시장을 선점할 기회이기도 하다.
한국 시장에서 투싼의 위상은 더욱 특별하다. 2018년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2400만~3000만 원대 가격으로 출시된 이후 꾸준히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켜왔다. 차세대 모델 역시 한국 출시가 확실시되지만, 시기는 유럽과 북미 론칭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는 2026년 하반기 글로벌 프리미어를 예고했으며, 실제 판매는 2027년형으로 시작될 예정이다. 한국 시장에는 이르면 2027년 초, 늦어도 상반기 중 정식 출시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가격대는 현행 모델(2800만~4000만 원대 추정) 대비 200만~300만 원가량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17인치 디스플레이와 PLEOS 시스템, TMED-II 하이브리드 등 고급 사양이 대거 추가되는 만큼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지만, PHEV 트림의 전기 주행거리 확대와 N 모델 추가 등 상품성 강화로 정당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디젤 수요가 존재하는 만큼, 디젤 라인업 전면 퇴출이 국내 판매에 미칠 영향은 주목할 대목이다.
차세대 투싼은 단순한 세대 교체가 아니다. 현대차가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 시대로 본격 전환하면서, 대중 브랜드에서도 제네시스급 디지털 경험을 구현하겠다는 의지의 결정체다. 디젤 없이, 전동화만으로 유럽 시장을 공략하는 이 도전이 성공할지, 그리고 300마력 투싼 N이 정말 현실이 될지는 2026년 하반기 공개 무대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