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모델2' 버리고 '사이버캡' 승부수…자율주행 전쟁의 승자는?
테슬라가 2026년 2월 실적 발표를 통해 저가형 전기차 라인업 확대를 포기하고, 자율주행 로보택시 '사이버캡'에 모든 칩을 거는 전략적 선회를 공식화했다. 매출과 이익이 동반 하락하는 위기 상황에서도 일론 머스크 CEO는 전통적인 차량 판매 경쟁 대신 자율주행 시장 선점이라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이는 중국 전기차 업체들과의 소모적인 가격 전쟁을 피하고, 기술적 우위를 통해 시장 판도를 재편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으로 읽힌다.
실적 악화 속 과감한 전략 전환
테슬라의 2025년 4분기 실적은 충격적이었다. 매출은 249억 달러(약 33조 원)로 전년 대비 3.1% 감소했으며, 월가 예상치인 251억 달러에도 미치지 못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순이익 규모다. 4분기 순이익은 8억 4천만 달러로 전년 동기 21억 달러 대비 60% 급감했으며, 연간 순이익은 38억 달러로 2024년 71억 달러에서 거의 반토막 났다. 2년 연속 이익 감소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 것이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반응은 의외였다. 실적 발표 후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3% 상승했다. 이는 테슬라를 더 이상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가 아닌, 인공지능과 로봇공학 기업으로 평가하는 시장의 시각을 반영한다. 조정 주당순이익(EPS)이 0.50달러로 예상치 0.45달러를 상회한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지만, 무엇보다 투자자들은 테슬라의 미래 비전에 베팅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실 이러한 전략 선회의 조짐은 이미 2024년 4월부터 감지됐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테슬라는 당시 3만 달러 이하(약 4천만 원) 가격대의 소형 SUV, 일명 '모델2' 또는 '프로젝트 레드우드' 개발을 전격 취소하고 로보택시 프로젝트로 자원을 전환했다. 머스크 CEO가 2020년 공개적으로 약속했던 2만 5천 달러짜리 대중형 전기차는 결국 빛을 보지 못하게 된 셈이다.
사이버캡, 테슬라의 운명을 건 베팅
테슬라가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사이버캡은 운전대, 페달, 사이드미러 등 모든 수동 조작 장치를 제거한 완전 자율주행 전용 로보택시다. 머스크 CEO는 2026년 4월 텍사스 기가팩토리에서 본격적인 양산을 시작하겠다고 공언했으며, 궁극적으로는 10초에 1대씩 조립 가능한 자동화 생산 라인을 구축해 연간 200만~300만 대 생산을 목표로 한다.
2025년 12월부터 오스틴 시내 곳곳에서 목격되기 시작한 사이버캡 프리프로덕션 모델은 양산형에 가까운 완성도를 보여줬다. 실용성을 강화한 실내 디자인과 수정된 차체 구조, 양산형 조명 시스템 등이 적용됐으며, 테슬라는 2025년 연말 공개한 영상을 통해 이미 생산이 시작됐음을 암시했다.
다만 현실적인 문제도 산적해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규제다. 2025년 11월 시점에서 테슬라는 사이버캡 판매에 필요한 연방 규제 면제 신청조차 하지 않은 상태였다. 운전대와 페달이 없는 완전 자율주행차를 공공도로에서 운행하려면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특별 허가가 필수적이다. 또한 우버처럼 승차 호출 서비스를 운영하려면 주 정부의 추가 승인도 받아야 한다.
이에 테슬라 내부에서도 온도차가 존재한다. 머스크는 사이버캡이 순수 로보택시 용도로만 판매될 것이며 스티어링 휠은 절대 장착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지만, 일부 임원진은 출시 시점까지 완전 자율주행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조작 장치 적용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기술적 완성도와 규제 현실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가 관건이다.
자율주행 기술, 여전히 '감독 필요' 단계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SD) 기술은 2026년 현재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운전자 감독이 필수적인 '레벨2+' 수준에 머물러 있다. 2026년 초 출시된 FSD v14는 신경망 규모를 10배 확장하고 복잡한 도심 환경에서의 의사결정 능력을 대폭 개선했다고 알려졌지만, 무인 운행이 가능한 SAE 레벨5 자율주행과는 여전히 큰 격차가 있다.
현재 FSD는 고속도로와 도심 주행, 자동 차선 변경, 교통신호 인식, 교차로 통과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지만, 운전자는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언제든 개입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특히 저조도 환경이나 운전자 얼굴이 가려진 상황에서는 실내 카메라 기반 모니터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문제도 있다. 실제 사용자들은 여전히 예기치 않은 자율주행 해제와 개입 필요성을 경험하고 있다.
테슬라가 2026년 4월부터 사이버캡 양산을 시작한다 해도, 실제 상용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업계 전문가들은 2026년 4분기까지 수만 대 규모의 로보택시 플릿이 구축될 것으로 전망하지만, 더 신중한 관측통들은 초기 배치는 소규모로 이뤄지며 점진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 머스크의 야심찬 목표와 기술적 현실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것이 테슬라의 최대 과제다.
웨이모의 선제공격, 테슬라의 뒤늦은 추격
테슬라가 로보택시 시장 진입을 준비하는 동안, 알파벳 자회사 웨이모는 이미 시장을 장악해가고 있다. 웨이모는 2026년 댈러스, 휴스턴, 샌안토니오, 마이애미, 올랜도 등 5개 도시로 서비스를 확장하며, 기존 샌프란시스코, 피닉스, 로스앤젤레스에 이어 총 8개 도시에서 운영하게 된다. 여기에 라스베이거스, 내슈빌, 샌디에이고, 워싱턴 D.C., 그리고 국제 시장으로는 런던과 도쿄까지 진출한다.
웨이모의 가장 큰 강점은 실제 상용 서비스 경험이다. 이미 수년간 유료 로보택시 서비스를 운영하며 수백만 건의 무인 주행 데이터를 축적했고, 2025년 11월부터는 샌프란시스코, 피닉스, LA에서 고속도로 구간 서비스까지 시작했다. 우버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차량 관리, 충전, 정비를 아웃소싱하며 운영 효율도 극대화했다.
반면 테슬라는 아직 실제 무인 로보택시 서비스를 단 한 건도 제공하지 못했다. 규제 승인도 받지 못했고, 기술적으로도 운전자 감독이 필요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중국 바이두의 아폴로 고(Apollo Go)도 이미 대규모 로보택시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테슬라가 '게임 체인저'를 꿈꾸지만, 이미 선점한 경쟁자들의 존재는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
중국 시장의 냉혹한 현실
테슬라가 저가형 전기차 라인업 확대를 포기한 배경에는 중국 시장에서의 참담한 패배가 자리잡고 있다. 2025년 1~11월 중국에서 테슬라 판매는 전년 대비 7.4% 감소했으며, 11월 단독으로는 더욱 심각한 하락세를 보였다. 반면 BYD를 비롯한 중국 로컬 업체들은 2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시장을 잠식했다. 특히 화웨이 기술을 탑재한 차량과 샤오미의 첫 전기차는 같은 기간 90% 이상의 폭발적인 성장을 달성했다.
중국 전기차 시장은 이미 포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2025년 신에너지 차량(배터리 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시장 점유율이 59%를 넘어섰으며, 상위 10개 제조사가 전체 시장의 95%를 차지하는 극심한 집중화가 진행됐다. 이는 불과 2~3년 전 60~70%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급격한 변화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가격 전쟁의 장기화다. UBS의 중국 자동차 리서치 책임자 폴 공은 가격 경쟁이 "앞으로 수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정부가 구매세 재도입과 보조금 축소를 예고하면서 2026년 전기차 판매 성장률은 2025년 20%의 절반 수준인 10%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환경에서 테슬라가 저가형 모델로 중국 업체들과 정면 승부를 벌이는 것은 자살 행위에 가깝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다.
흥미롭게도 테슬라는 완전히 손을 놓은 것은 아니다. '프로젝트 E41'이라는 코드명으로 모델Y의 20% 저가 버전 개발을 진행 중이며, 2026년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는 차세대 플랫폼이 아닌 기존 플랫폼의 변형이며, 사이버캡에 비하면 우선순위가 낮은 프로젝트다. 테슬라의 진짜 전략은 더 이상 중국에서 물량 게임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한국 시장, 사이버캡의 미래는?
한국 시장에서 테슬라는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유지하고 있지만, 사이버캡의 국내 도입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무엇보다 한국의 자율주행 관련 법규가 아직 레벨3 수준의 부분 자율주행까지만 허용하고 있어, 운전대와 페달이 없는 완전 무인 차량의 운행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국토교통부는 자율주행 기술 발전에 맞춰 규제를 단계적으로 완화하고 있지만, 미국이나 중국에 비하면 여전히 보수적인 접근을 취하고 있다. 세종시와 판교 등 일부 지역에서 자율주행 실증 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나, 상용 로보택시 서비스 허가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그럼에도 테슬라가 미국과 유럽에서 사이버캡 로보택시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킨다면, 한국 정부도 규제 완화 압력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특히 2026년 웨이모가 런던에 진출하는 등 선진국에서 로보택시가 일반화되면, 한국도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제도 개선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다만 현실적으로 한국에서 사이버캡을 타볼 수 있는 시기는 빨라도 2028년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의 이번 전략 선회는 자동차 산업의 본질적 변화를 예고한다. 차량 판매 대수가 아니라 자율주행 마일리지가 수익의 핵심이 되는 시대, 소유가 아닌 서비스로서의 모빌리티가 대세가 되는 미래를 향한 과감한 도전이다. 머스크의 야심찬 베팅이 성공할지, 아니면 웨이모와 중국 업체들에게 추월당할지, 2026년은 그 향방을 가늠할 결정적인 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