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황금기, 테슬라 vs 중국 vs 한국…승자는?

자율주행 황금기, 테슬라 vs 중국 vs 한국…승자는?
더 이상 자율 주행이 불가능한 차는 팔리지 않는 시대가 5년 안에 올 것이다.

테슬라와 중국의 자율주행 기술 경쟁과 한국의 현주소

테슬라와 중국이 벌이는 자율주행 전쟁, 한국은 어디로 가나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완전자율주행의 현실화를 앞두고 혼란에 빠졌다. 2025년 10월 현재, 테슬라는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무인 로보택시 시험주행을 진행 중이고, 중국의 바이두와 포니.ai는 이미 20개 도시에서 상용 서비스를 운영하며 막대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한편 한국은 여전히 규제의 벽 뒤에 갇혀 있다. 과연 누가 이 경쟁의 최종 승자가 될까?

바이두 아폴로 자율주행차가 중국의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인다.
바이두 아폴로 자율주행차가 중국의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인다.

테슬라: "2025년이 전환점"…완전자율주행 목전

테슬라의 자율주행 시스템인 FSD(Full Self-Driving)는 명목상 "완전자율주행"이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운전자의 감시가 필요한 레벨 2+ 수준이다. 하지만 변화가 빠르다.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1월 어닝콜에서 "6월부터 오스틴에서 무인 FSD를 출시하고, 연내로 미국 대부분의 주로 확산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실제로 6월 22일 오스틴의 제한된 구역에서 모델 3를 이용한 무인 로보택시 시험주행이 시작되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AI 기술의 대전환이다. 기존 규칙 기반의 알고리즘에서 딥러닝 기반 E2E(End-to-End) 방식으로 전환한 것인데, 이는 자동차가 카메라로 수집한 데이터를 직접 분석해 판단하고 운전하는 방식이다. 테슬라는 수백만 대의 차량에서 나오는 실시간 주행 데이터를 활용해 AI 모델을 끊임없이 개선하고 있다.

중앙 터치스크린에 실시간 완전 자율 주행 인터페이스가 표시된 테슬라 차량 대시보드
중앙 터치스크린에 실시간 완전 자율 주행 인터페이스가 표시된 테슬라 차량 대시보드

다만 기술적 한계는 여전하다. 복잡한 도시 환경과 악천후 상황에서는 여전히 운전자 개입이 필요하며, 2025년 9월로 예정된 대규모 AI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이를 극복하는 데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가격도 경쟁력이 있다. 테슬라 로보택시에 투입되는 고성능 FSD 컴퓨터와 8개 카메라 시스템이 약 7만 달러 대인 반면, 경쟁사는 훨씬 비싸다.

중국: "속도가 답이다"…L3 상용화 최종 관문

중국의 자율주행 기술 발전 속도는 테슬라를 압박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25년을 L3급(조건부 자동화) 자율주행 상용화의 첫해로 삼았고, 실제로 2025년 4월 1일 베이징시는 L3급 이상의 자율주행 차량이 일반 도로에서 운행할 수 있도록 공식 허용했다.

바이두의 로보택시 '아폴로 RT6'는 3만 7000달러로 웨이모의 20만 달러 대비 5분의 1 수준이다. 포니.ai의 최신 차량도 4만 2000달러에 불과하다. 가격 경쟁력이 막강한 무기인 셈이다.

중국에서 첨단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한 바이두 아폴로 자율주행차량 라인업.
중국에서 첨단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한 바이두 아폴로 자율주행차량 라인업.

실제 운영 규모도 인상적이다. 2024년 중국 로보택시 누적 운행 거리는 5억km를 넘어섰으며, 웨이모(1.6억km)와 비교하면 3배 이상 많다. 중국은 2024년 20개 도시에서 실증 중이며, 바이두, 포니.ai, 위라이드 등 3강 구도를 형성했다. 특히 위라이드는 사우디아라비아, UAE, 싱가포르 등 6개 국가에서 허가를 확보하며 해외 진출에 나섰다.

중국 정부의 지원이 핵심이다. 2024년 자율주행 산업 투자액이 250억 달러로, 미국(약 190억 달러)을 능가했다. 칩과 센서의 국산화율도 70%를 돌파했으며, 2030년까지 65% 이상으로 높일 계획이다. 데이터 축적 속도도 빠르다. 중국 정부 플랫폼이 참여한 자율주행 투자 프로젝트는 40여 건, 이 중 절반 이상이 국유 자본이다.

로보택시 서비스용 센서를 탑재한 중국 자율주행차가 길가에 주차되어 있다.
로보택시 서비스용 센서를 탑재한 중국 자율주행차가 길가에 주차되어 있다.

한국: 규제의 벽에 갇히다…"해외와 경쟁할 수 없는 상황"

현대차는 지난 1월 중국 자율주행 기업 하오모(Huawei Qinji)와 손을 잡았다. 이는 자신들이 개발하던 모바일 AI 기반의 자율주행을 공식 포기한 것과 같은 신호였다. 현대차 계열 자율주행 전문기업 모셔널은 기술 순위에서 5위(2024년)에서 15위(2025년)로 추락했다.

한국의 규제 구조가 문제다. 현재 국토교통부가 허가할 수 있는 방식은 '규칙 기반' 방식뿐이다. 테슬라 FSD처럼 AI가 스스로 학습해 운전하는 'E2E 방식'은 아예 허가 대상이 아니다. 정책 담당자들이 안전성을 검증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한국에서 자율주행 기술과 카카오T 브랜딩이 적용된 현대 자율주행 전기차
한국에서 자율주행 기술과 카카오T 브랜딩이 적용된 현대 자율주행 전기차

더 큰 문제는 빠르게 변하는 도로교통법이다. 지난 5년간 도로교통법이 33회나 바뀌었고, 법이 바뀔 때마다 AI 모델을 처음부터 다시 학습시켜야 한다. 학습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고가 나면 제조사가 책임을 모두 떠안아야 하는 구조도 기업의 의욕을 꺾고 있다.

정부는 분명 의지는 있다. 국토교통부는 '모빌리티 혁신 로드맵'을 통해 2025년까지 L4 버스와 택시 서비스 개시, 2027년까지 일반 승용차 완전자율주행 상용화를 목표로 세웠다. 현대차도 올해 자율주행과 AI에 8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하지만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간극이 크다.

현대차의 전략은 분산 투자로 눈을 돌렸다. 구글의 웨이모와는 AI 기반 자율주행 알고리즘 공동 개발에, 중국 하오모와는 생성형 AI 자율주행 기술 도입에 나섰다. 즉, 자력으로는 글로벌 수준을 따라잡기 어렵다는 판단이 반영된 셈이다. 현대차의 서병하 전무는 "아직 해외와 경쟁할 수준이 아니므로 2년 정도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50대의 자율주행버스가 '규칙 기반 + AI 부분 적용'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시범주행 중이다. 이는 2009년에 폐지된 WIPI(무선 인터넷 플랫폼)의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즉, 글로벌 표준에서 벗어난 독자 규제가 한국의 기술 고도화를 오히려 방해하는 형국이다.

결국 누가 이길까?

2025년 10월 현재, 테슬라는 기술력으로, 중국은 규모와 정부 지원으로 앞서가고 있다. 테슬라는 강력한 AI 기술과 실제 운영 경험이 있고, 중국은 압도적인 데이터 축적과 저가 전략이 있다.

한국은 "따라잡기" 전략에 변신했다. 웨이모와의 협력, 하오모와의 제휴라는 이중 전략을 펼치고 있지만, 이는 결국 핵심 기술을 남에게 맡기겠다는 신호다. 한국GM도 연내 '슈퍼크루즈' 기능이 탑재된 캐딜락을 들여오며 기술 경쟁에 불을 붙이고 있지만, 한국 자체 기술이 아니다.

서울대 최준원 교수의 평가가 현 상황을 잘 설명한다. "2025년이 우리나라 자율주행의 원년인데, 아직은 해외와 경쟁할 수 없는 상태"라는 지적이다.

자율주행 시장에서 5~10년의 기술 격차는 돌이킬 수 없는 절벽이다. 한국이 이 경쟁에서 최소한 유의미한 역할을 하려면, 규제 혁신과 과감한 투자가 지금 당장 필요하다. 아이폰 출시 시 스마트폰 시장에서 뒤처진 삼성처럼, 한국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