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앞마당에서 밀린다" 테슬라·BYD에 무너진 현대차 전기차, 보조금도 소용없는 이유
2026년 1월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이례적인 현상이 포착됐다. 전기차 판매 순위가 기아(3628대), 테슬라(1966대), BYD(1347대), 현대차(1275대) 순으로 집계되며, 현대차가 테슬라와 BYD 두 수입 브랜드에게 동시에 밀려난 것이다. 현대차는 전년 대비 258.1% 증가한 판매량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순위에서 밀렸는데, 이는 국산 전기차가 보조금 우대를 받고도 가격과 브랜드 신뢰도에서 수입 브랜드를 이기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수입 전기차가 국산을 역전한 1월, "보조금 많아도 외제차 샀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집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수입차 전체 순위 3위, BYD는 5위에 올랐다. 특히 BYD가 월간 판매 5위권에 진입한 것은 2025년 1월 한국 시장 진출 후 1년 만에 이룬 성과로, 국산 브랜드에게는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보조금 확정 후 연말 계약 물량이 연초에 집중 출고되는 현상은 매년 반복되지만, 2026년 1월에는 이 수요가 국산보다 수입 전기차로 훨씬 더 강하게 쏠렸다는 점이 충격적이다.
테슬라 모델Y 단일 차종 전략 vs BYD 가성비 투톱, 판매 전략의 명암
테슬라는 모델Y 한 차종이 1134대 판매되며 전체 판매의 절반 이상을 견인하는 집중 전략을 구사했다. 모델Y는 2026년형 '주니퍼' 모델부터 가격을 5299만 원에서 4999만 원으로 300만 원 인하하며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펼쳤다. 중국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생산되는 모델Y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와 단일 모터 방식을 채택해 원가를 낮추면서도 테슬라 브랜드 특유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와 디자인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BYD는 씨라이언7과 아토3 두 모델의 가성비로 시장을 공략하는 투톱 전략을 택했다. 아토3는 2025년 4월 단일 차종 기준 수입 전기차 판매 1위를 기록하며(543대) 테슬라 모델Y와 모델3를 제치는 이변을 연출한 바 있다. 씨라이언7은 2026년형 최신 사양을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한국에 출시하며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고, BYD 코리아는 2026년 '1만 대 클럽' 진입을 목표로 소형 해치백 '돌핀' 등 신차 3종을 추가 투입할 계획이다. BYD는 기술력과 공간성을 결합한 중형급 라인업 확대로 국산 브랜드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국산 전기차 400만 원 더 많은 보조금, 왜 선택받지 못했나
2026년 국산 전기차는 수입 전기차보다 국가보조금을 최대 400만 원 더 받는다. 특히 중국산 전기차와의 보조금 격차가 컸으며, 지자체 보조금까지 포함하면 체감 차이는 더욱 벌어진다. 예를 들어 기아 EV5 롱레인지 에어는 보조금 적용 전 가격이 4575만 원으로 테슬라 모델Y RWD(4999만 원)보다 424만 원 저렴하고, 보조금 적용 후에는 약 1000만 원 차이가 발생한다. 기아는 이러한 가격 우위를 활용하기 위해 EV5와 EV6의 가격을 최대 300만 원 인하하며 보조금 적용 시 3000만 원대 실구매가 시대를 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수입 전기차를 선택하고 있다. 이는 전기차 전문 브랜드에 대한 신뢰와 수입차 가격이 국산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낮게 형성되면서 "보조금은 더 많지만 수입 전기차를 선택하는" 소비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 모델Y·모델3와 BYD 전 차종이 중국 생산임에도 불구하고, 저렴한 가격과 검증된 성능으로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거부감을 점차 완화시키는 흐름이 뚜렷하다. 전문가들은 "테슬라가 고급 모델에서 가성비 모델로 내려오고 BYD도 2000만 원대 차량을 내세우며 국내 차종이 자꾸 점유율을 잃고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 생산의 역설, 브랜드 신뢰가 원산지 편견을 이겼다
테슬라와 BYD의 성공은 '중국산'에 대한 소비자 인식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다. 테슬라는 2023년 중국 상하이공장에서 생산한 저가형 모델Y를 출시하며 기존보다 2000만 원 저렴한 가격을 제시했고, 이는 중국산 LFP 배터리와 원모터 방식 채택으로 원가를 대폭 낮춘 결과다. 테슬라는 2025년 국내에서 5만 9916대를 판매하며 BMW, 메르세데스-벤츠에 이어 전체 3위를 기록했고, 전기차만 놓고 보면 현대차를 넘어섰다. BYD 역시 중국 본사의 대량생산 체제를 활용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면서도 블레이드 배터리(Blade Battery) 등 자체 기술력을 내세워 브랜드 신뢰도를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전기차 시장에서 원산지보다 브랜드 신뢰, 가격, 성능이 구매 결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테슬라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와 슈퍼차저 네트워크라는 차별화 요소로 젊은 소비자층의 선호를 받고 있으며, BYD는 검증된 글로벌 베스트셀러 모델을 바탕으로 한국 시장에서 빠르게 입지를 다지고 있다. 다만 중국산 모델 중심으로 출고 이후 드러나는 자율주행·소프트웨어 경험 차이가 일부 소비자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산 전기차의 반격 전략, 하이브리드와 현지 특화 모델 투입
현대차는 전기차 시장 점유율 하락에 대응하기 위해 다각적인 전략을 추진 중이다. 2026년부터 하이브리드(HEV), 현지전략 전기차(EV),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등 친환경 신차를 대거 출시하며 소비자 선택지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하이브리드 라인업은 2030년까지 18개 이상으로 확대하며 전기차 수요 정체의 반사이익을 노리고 있다. 유럽에는 '아이오닉3', 중국에는 '일렉시오'에 이어 준중형 전동화 세단을 투입하는 등 현지 특화 전략도 강화하고 있다.
기아 역시 EV5와 EV6의 가격을 280~300만 원 인하하며 테슬라·BYD의 저가 공세에 맞불을 놓고 있다. 새롭게 출시된 EV5 스탠다드는 보조금 적용 시 3400만 원대로 진입해 가격 경쟁력을 높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보조금 우대만으로는 부족하며 국내생산촉진세제(한국판 IRA) 도입, 미래차 R&D 비용 지원, 관세 차액 보전 등 획기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중국산 전기차들이 상하이 기가팩토리를 거점으로 글로벌 침투를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국산 전기차는 차세대 배터리 시스템과 차세대 플랫폼 적용을 통해 경쟁력을 회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2026년 전기차 시장 전망,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다
2026년 국내 전기차 시장은 중국 브랜드의 본격적인 공세와 국산 브랜드의 반격이 맞물리며 경쟁이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BYD는 2026년 말까지 전시장 35개, 서비스센터 26개를 확보해 전국 단위 네트워크를 고도화하며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64개)를 넘어서는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테슬라 역시 중국에서 저가형 모델3·모델Y 개발을 본격화하며 2026년 중반 생산 개시가 예상된다.
한편 정부는 2026년 전기차 승용 보조금 예산을 7150억 원에서 9360억 원으로 약 30% 증액하고, 기존 내연기관차를 교체·폐차하고 전기차를 구매하면 전환 지원금 100만 원을 추가 지급하는 등 전기차 보급 확대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보조금 지급이 출고·등록 순서로 이뤄지면서 연초에 수요가 몰리는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이 수요를 누가 선점하느냐가 시장 판도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국산 전기차가 자국 시장에서 주도권을 되찾으려면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경험, 충전 인프라, 브랜드 신뢰도를 아우르는 종합적 역량 강화가 시급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