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5배 판매...테슬라가 한국에서만 특별한 이유

일본의 5배를 판매하며 한국 시장을 평정한 테슬라. 신형 모델Y의 가격 경쟁력, 안정화된 공급,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가 만나 전기차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되었다. 현대·기아의 독점 시장을 뒤흔든 테슬라 성공의 비결을 파헤쳐본다.

일본의 5배 판매...테슬라가 한국에서만 특별한 이유
테슬라는 자율주행이 한국에 허용되면 더욱 앞도적인 판매량을 기록할 것이다.

테슬라의 한국 시장 공략이 대성공이다. 올해 5월 신형 모델Y 주니퍼 출시 이후 불과 5개월 만에 한국의 전기차 시장을 평정해버린 것이다. 지난 9월에만 9,069대를 판매하며 BMW와 벤츠 같은 글로벌 명차들을 큰 격차로 제치고 수입차 판매 1위에 올랐다. 더 놀라운 점은 한국에서의 성과가 일본의 5배에 달한다는 사실이다. 도대체 무엇이 한국 소비자들을 테슬라에 매료시킨 것일까.

가격이 전부 아니지만 가격이 최고

테슬라 성공의 첫 번째 요인은 그 무엇도 아닌 가격이다. 올해 5월 출시된 신형 모델Y 주니퍼 RWD 모델의 가격은 5,299만 원으로 책정됐다. 2021년 2월 국내 출시된 구형 모델Y RWD가 5,999만 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700만 원이나 인하된 셈이다. 정부 보조금까지 적용하면 실제 구매가는 4천만 원대 중반까지 내려갈 수 있다.

이는 기아 EV3 롱레인지가 최대 565만 원의 국고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것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테슬라 모델Y 롱레인지의 국고보조금은 207만 원에 불과해 보조금 격차가 상당하지만, 기본 가격 자체의 경쟁력으로 이를 충분히 만회한다는 평가다. 더욱이 같은 전기차인 기아나 현대의 차량과 가격이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내려오면서 소비자들에게 강력한 선택지가 됐다.

공급 문제 해결이 판매 물량 결정했다

과거 테슬라는 미국 공장에서만 전기차를 생산해 한국으로 배송했다. 한 달 이상 소요되는 배편과 미국 내 물량 부족으로 인해 한국에는 평균 2개월에 한 번씩만 입고될 정도로 공급이 불안정했다. 이는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크게 제한하는 요소였다.

테슬라 한국 월별 판매량 (2025년 5월-9월)
테슬라 한국 월별 판매량 (2025년 5월-9월)

올해 5월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모델Y 투입으로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입고 즉시 출고 가능할 정도로 공급이 안정화되면서 판매량이 급증했다. 5월 6,570대에서 시작한 월간 판매량은 계속 상승세를 보여 9월에는 9,069대에 달했다. 신차 효과와 가격 경쟁력이 만나 한국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으로 급부상한 것이다.

강력한 브랜드 파워가 결국 승자

테슬라가 한국에서 그토록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근본적인 이유는 브랜드 선호도에 있다. 아시아브랜드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해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자동차 브랜드'로 선정되었다. 기아(2위)와 현대자동차(3위)보다 앞서 1위에 올랐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는 단순한 자동차 제조업체가 아니라 혁신과 미래 기술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전기차에 우호적인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테슬라에 대한 팬덤이 매우 높다. 한국 자동차 시장에 현대와 기아가 오랫동안 지배하면서 '선택의 폭이 좁다'는 평가가 있었는데, 테슬라의 등장이 이를 깨뜨린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기아가 주도하는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테슬라의 등장은 대안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차 효과와 정부 정책의 시너지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한국 전기차 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48.4% 증가한 14만 2,456대가 판매됐다. 이 같은 상승세 속에서 테슬라 모델Y는 기아 EV3, 현대 아이오닉5를 제치고 차종별 판매 1위에 올랐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테슬라 누적 판매량 3만 4,794대 중 신형 모델Y가 2만 8,828대를 차지하며 판매를 견인했다.

정부의 정책 지원도 한몫했다. 환경부가 전년도보다 빨리 보조금 지급을 시작했고, 제조사들의 신차 판촉 경쟁으로 전기차 가격이 하락했다. 특히 2월에는 정부 보조금 지급이 시작되면서 월간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560%나 급증했다. 신차의 매력과 정부 지원이 결합하면서 테슬라의 성장 시너지가 극대화된 것이다.

테슬라 모델 Y가 한국 대리점에 전시되어, 한국 내 브랜드의 입지와 인기를 보여주었다.
테슬라 모델 Y가 한국 대리점에 전시되어, 한국 내 브랜드의 입지와 인기를 보여주었다.

일본과 달리 통했던 테슬라 전략

한국에서 초대박을 터뜨린 테슬라가 옆 나라 일본에서는 왜 부진한 걸까. 일본의 차량 시장 규모(약 250만 대)는 한국(약 160만 대)보다 60% 가까이 크지만 테슬라의 판매량은 한국의 5분의 1 수준이다. 자동차 강국 일본에는 도요타, 혼다 같은 강력한 국내 브랜드가 있고, 소비자들의 차량 선호도가 안정적이어서 테슬라 같은 신규 브랜드가 진입할 여지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반면 한국은 현대·기아에 대한 의존도가 높으면서 동시에 '대안을 원하는 소비자'가 적지 않았다. 테슬라의 프리미엄 이미지와 기술력이 이러한 수요 공백을 정확히 타격했다.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신형 모델Y는 한국 시장의 '선택지 부족' 문제를 해결한 구세주가 된 것이다.

미래를 점치는 신호

올해 현 추세를 유지한다면 테슬라는 연간 4만 5,000여 대의 판매량으로 역대 최다 판매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보조금 감소와 품질 논란 같은 위협 요소들도 있지만, 가격 경쟁력과 강한 브랜드 이미지는 여전히 견고하다.

한국 시장에서 테슬라의 성공은 단순히 자동차 한 대를 많이 팔았다는 것이 아니다. 전 세계 어느 시장에서도 보지 못한 급속한 성장 속도와, 현대·기아의 독점 시장에 새로운 경쟁 구도를 만들어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테슬라가 쓴 한국 전기차 시장의 새로운 역사는 앞으로도 계속 쓰일 것으로 보인다.